[대선특집] ‘박근혜 시대’ 재계 희비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26 17: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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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변방 ‘서강라인’ 하루아침에 “심봤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와 정치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주목을 끌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맥 네트워크’는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의 길목에서 재계는 힘의 정점인 박 당선인에게 향하는 라인을 잡기 위해 네트워크 지형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후보 중 누구보다 재계와의 인연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데다가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해온 만큼 일찍부터 재계인사와 잦은 만남을 가져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못지않게 혼맥 역시 다양하게 얽혀있다. 서강대 중심의 학맥과 당선인의 이력과 관계된 재계인맥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된 큰영애
화려한 가계도

박 당선인은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결혼도 하지 않아 직계존비속이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5남2녀 중 막내였고, 어머니 육 여사가 1남3녀 중 셋째였기에 주변에 친인척이 적은 편은 아니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일가와 재계가 곧잘 사돈관계를 맺었던 탓에 정계와 관계, 재계에 가맥과 혼맥이 넓게 고루 분포돼 있다.

우선 박 당선인의 사촌언니인 박설자씨의 남편은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이다. 김희용 회장의 친형은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이며, 김희철 회장의 부인인 허영가씨는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딸이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누나다.

가계도를 더 넓게 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까지 인연이 닿아있다. 박 당선인과 정몽구 회장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을 거치며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박 당선인의 이종사촌인 홍소자씨는 한승수 전 총리와 결혼했으며 김세연 의원이 이들의 사위다. 김 의원의 삼촌인 김형수 전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장인이 박 전 명예회장이고, 박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 정지윤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부인 정지선씨(정도원 삼표 회장 장녀)의 언니다.


두루 퍼진 혼맥…GS·현대가와 깊은 인연
장충초 서강대 동문…재계 10대 그룹 포진

지난해 별세한 박 전 명예회장과 박 당선인의 인연은 어느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로 알려진 박 전 명예회장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박 전 대통령 사후에도 당선인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으며, 특히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재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박 전 명예회장이 삼양산업(EG그룹의 전신)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올해 한 때 ‘박근혜 테마주’로 등장한 대유신소재와 대유에이텍도 박 당선인과 맥이 닿아 있다. 대유신소재 대주주 한유진씨의 어머니는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씨 사이에서 낳은 딸 박재옥씨다. 대유에이텍은 한씨의 남편 박영우씨가 대표로 있다.

박 당선인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도 인연이 많은 편이다. 장충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심여중·고를 거쳐 서강대 전자공학과(70학번)를 졸업한 박 당선인은 특히 한화그룹·삼성그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에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당선인의 동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서강대 출신 CEO 즐비
한화·삼성·SK와 맥 닿아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으며 당선인을 보좌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서강대총동문회장으로 당선인과 서강대를 이어주는 ‘키맨’으로 통한다. 대한사격연맹 회장인 김정 한화그룹 상근고문도 서강대 출신이다.

삼성그룹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힌다. 현 전 회장은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로 지난 7월 대선 경선 때는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 그는 5년 전 대선 경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박 당선자가 내놓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기획한 사람도 바로 그다. 현 회장은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사장을 거쳐 2010년까지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박 후보와 같은 서강대 출신으로 특히 김 전 사장은 박 당선자와 70학번 동기로 알려졌다.

SK그룹에도 김영태 SK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 서강대 출신 CEO가 포진해 있다. 김철규 전 SK텔링크 사장은 박 당선인의 전자공학과 1년 후배인 71학번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서강대 무역학과 75학번이며 현대건설 박동욱 부사장도 당선자와 같은 서강대 출신이다.

신세계그룹에선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LG그룹 내에 오규식 LG패션 사장과 김영기 LG CSR팀 부사장 등이 서강대 인맥으로 꼽힌다. 또 다른 서강대 인맥으론 이주연 피죤 부회장과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 등이 있다.

서강대 금융회
대우경제연구소와 인연

이밖에도 이휘성 한국IBM 사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 등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학번의 박 당선인 후배들이 많다.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90년대 초반 학번이고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스티브 김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은 전자공학과 69학번으로 박 당선인의 1년 선배다.

서강대 라인은 아니지만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박현숙 조양전기공업 대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성심여고 동문인 대표적 여성CEO들이다.

또 다른 여성CEO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성주D&D 김성주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가방브랜드 MCM을 지금의 명성에 올려 놓은 장본인이다.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당선인이 수차례 만나며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고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어서 향후 대성 쪽과 박 당선인과의 인연이 이어질 지도 지켜볼 만하다.

박 당선인이 새정부 구상을 본격화하면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금융당국 및 금융 공기업 수장들과 당선인과의 인연도 관심거리다.


이미 박 당선인 선거캠프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과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윤진식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함께 했다.

최 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고, 박 전 사장은 행시 22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 도운 국가미래연구원에도 금융권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2010년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가 있다.

박 당선인의 서강대 학맥은 금융권에도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은 지난 2007년 결성된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을 통해 꾸준히 모임을 갖고 있다.

김성주·최은영·김은선 등 여성기업인 눈길
금융권인맥 민유성·이덕훈·전병윤 등 주목

우선 서금회는 서강대 출신 모임 중 ‘금융인’에 한정해 조직된 첫 모임이다.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 증권, 자산운용 및 자문사, 보험사, 금융 유관기관을 망라하고 있는데 팀장급 이상의 서강대 출신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박지우 KB국민카드 부사장이 맡고 있다. GS자산운용 정은상 전무는 총무를 맡아 박 부사장을 돕고 있다.


2011년 만들어진 서강바른금융인포럼도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 받아왔다.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회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민유성 티스톤 회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 거물급이 대거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에서는 전병윤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우리투자증권 부사장 겸직)과 김홍달 전무, 이광구·서만호 우리은행 부행장 등도 서강대 출신 유력 금융인들이다.

또한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부회장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정은영 HSBC 한국글로벌뱅킹 사업부 대표,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대표도 서강대를 나온 박 당선인의 금융권 인맥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은 대우경제연구소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당선인이 자주 정책조언을 구했다는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을 지낸 바 있으며, 박 당선인 캠프에서 정책메시지본부장을 겸했던 안종범 정책위원 역시 1991년 9월부터 1년가량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안 의원은 당선인 캠프 정책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박 당선인의 금융인맥에는 금융계 큰 인물들이 대거 분포 돼 있어, 이들이 향후 박 당선인의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권 MB맨
대거 교체될 듯

반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금융권 수장들은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MB노믹스’의 브레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지주 수장들은 박 당선인의 취임 이후 즉각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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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