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서울경찰청장 '국정원 사건' 진실게임에 말려든 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24 09: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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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하더니 한자리해도 찜찜…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1일 시작된 국가정보원(국정원) 여직원 댓글 논란은 지난 16일 경찰이 ‘증거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놔 대선을 앞두고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똥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국정원 사건’ 수사 결과를 둘러싼 의혹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게 쏠린 것이다. 처음 댓글 의혹 문제를 제기했던 민주통합당의 표적이 바뀐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정원·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자회견과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거론하면서 이 사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열쇠는 경찰이 쥐고 있었다. 국정원 여직원이 과연 여론을 조작했는가? ‘진실게임’에서 수세에 몰리던 민주통합당은 경찰의 기습 결과 발표 덕에 거대한 역풍은 피했지만, 대선 패배는 피하지 못했다.

부실 수사에 기습 발표!

국정원 사건은 익명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현재 드러난 것은 거기까지다.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쳤다.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조작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충분히 논란을 일으켰다는 평이다.

하지만 경찰이 철저한 수사에도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하고 국정원 사건이 민주당의 단순한 선거 전략으로 막을 내릴 경우가 문제였다. 정치권은 그럴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으로서는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의 태도가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치권의 관심과 여론은 ‘사건의 본질’을 떠나 경찰의 수사 태도에 쏠렸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의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막판 승리를 잡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은 이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심재철 진상조사위원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불법 감금과 인권유린에 대해 “문 후보는 사과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고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당황한 경찰이 둔 ‘무리수’에 새누리당이 ‘허수’를 보탠 꼴”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론도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경찰이 ‘조작이 없었다’가 아닌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탓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의견이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양자 TV토론이 끝나자 성급하게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수사 결과와 미묘한 발표시점을 놓고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경찰의 심야 발표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 캠프의 실패한 선거공작’으로 몰아붙이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김용판 “수사 결과 발표, 밤 11시에 내가 지시했다”
영남대·국정원 출신, 박근혜에 미리 줄 대려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청에서 김기용 경찰청장을 만나 “경찰의 수사 발표 시 분명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여론의 관심은 수사 발표의 ‘몸통’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의혹과 관련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했고 김 청장이 원칙대로 발표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주인공인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김기용 경찰청장이 자신에게 발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 배포를)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수사 결과 발표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국정원 출신인 김 청장이 박근혜를 향해 줄은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경찰이 공식 수사 발표를 일요일 밤늦게 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 더 그렇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빨리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밤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브리핑은 무리라고 보고 차선으로 11시에 보도자료를 만든 것이다. 대통령후보 방송토론이 몇시에 끝나는지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김 청장은 “정치권이 빠른 수사를 요구했다”며 “설사 반대의 결과가 나왔더라도 마찬가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김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현장 지휘서가 책임지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용판 서울청장은 대구 달성군 태생으로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나왔고 대구 달서경찰서장, 대구청장을 했다”면서 “박 후보가 집권하면 차기 경찰청장이 된다는 설이 경찰계에 파다하다”라고 말했다.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유치한 수준의 의혹 제기’라고 맞받아치며, ‘타진요 사건’에 비유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이 본질이 아닌 곁가지로 사건의 본질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차기 경찰청장설 파다

한 관계자는 박 대변인의 말이 정확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그는 박 대변인의 말대로 “경찰이 논란거리를 제공해 민주당이 본질을 파헤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됐다면 경찰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았으리란 이야기다.

또한 그는 “본분을 잊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직위를 남용해온 몇몇 국가기관 인사들도 반드시 사라져야 할 ‘구태’”라고 주장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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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