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박근혜 핵심공약 가이드

‘큰소리 떵떵’대국민 약속…이번엔 지킬까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 바야흐로 대한민국에도 여성 대통령의 시대가 왔다. 그는 과반을 넘는 지지율과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국민의 반 이상의 지지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그가 지지유세를 하며 대국민 약속을 선언했던 핵심 공약들을 공개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세상을 바꾸는 10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그중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복지정책과 민생치안이다.

중산층 재건
공정거래 준수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경제민주화 실현과 복지정책은 소득계층별 차등화 분배, 두 가지로 나뉜다. 성장과 복지를 균형 있게 추진해 새로운 경제개발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경제민주화의 경우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탈피하고 불공정거래 근절로 인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복지정책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등록금과 관련해서는 모든 대학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한 차등화 등록금 지원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을 꺼내들었다. 지난 정권으로부터 고스란히 떠안게 된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고, 신용불량자 322만명의 빚을 최대 70% 감축하겠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박 당선인이 표방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공정거래 확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기업과 소비자, 원청회사와 납품업체 등 경제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 왜곡되고 흐트러진 경제 질서를 교정하고자 공정거래를 담보하는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했을 시에는 엄격한 법 집행을 시행할 것으로 추측된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실행 방안으로는 대기업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과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 피해 집단의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 효력을 집단이 공유하는 집단소송제 도입, 대기업 내부의 불공정거래 규정 강화 등이 있다.


대기업 불공정거래 뿌리 뽑아 투자·일자리 창출
국회도 개혁 대상…의원 면책·불체포 특권 제한

다만 공정거래에 초점을 둔다고 해서 지배구조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9%에서 4%로 제한 및 연기금 주주권을 확대,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은 일석이조 정책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박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중산층 재건은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공약 중 하나다. 박 당선인은 당초 가계부채 해소를 통해 중산층 70% 육성을 실천하고자 했다. 이를 실천함에 있어서의 가장 큰 핵심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 등 재원 1조8700억여원을 종자돈으로 삼고 신용 보강을 통해 18조원의 기금을 만드는 형식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이 채무를 장기적으로 분할상환토록하고, 신용불량자들을 위해 10% 대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또한 가계빚에 허덕이는 주택대출자와 세입자 대책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지분매각제도 시행이 있다. 이는 소유한 집의 지분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도록 해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가구의 숨통을 틔우자는 것. 렌트푸어 구제책은 목돈이 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인상분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이자를 부담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공약으로 인식돼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추진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 이것은 지난 대선 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내세웠던 강력한 공약이다. 박 당선인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마트 뉴딜정책’과 ‘창조경제론’을 내세웠다.

스마트 뉴딜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과 제조업에 활용해 성장 지렛대로 삼고 이를 위한 실행 플랜으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 전체 근로자의 25%를 IT를 활용한 스마트워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다른 중점적인 공약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대기업 고용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공시하도록 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뿌리 뽑고 비정규직 차별이 지속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상시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아예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정리해고를 방지할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청년실업 대책의 경우 일명 ‘스펙’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직무능력 표준만 갖추면 학벌에 관계없이 대기업에 취업하게 된다. 직업마다 갖춰야 할 기본실력인 직무능력 표준은 현재 200개인데 900개로 세분화한 뒤 이를 익힌 취업준비생을 인재은행에 등록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과 월 20만원의 노인연금 지급도 눈에 띄는 복지공약들이다. 박 당선인은 복지정책에 6조원을 추가 편성할 것으로 알려져 부녀자와 노년층에서는 새로운 복지제도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국공립 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민간 보육시설도 매년 1000개 선정,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지원하는 0∼5세 무상보육, 정년 60세 연장, 장관직·정부위원회의 여성 비율 확대,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목표제 도입 및 비정규직 감축 등을 약속했다.

의료정책은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제한해서 건강보험 100%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다양한 여성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한부모가정에 대해 자녀양육비 지원을 현재 매월 5만원에서 세 배 가량 인상하기로 했고 2017년까지 여성인재 10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소득계층별로 차등화해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인 소득 1∼2분위에는 100%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고, 3∼4분위에는 75%, 5∼7분위에는 50%, 8분위에는 25% 등 선별적 지원방식을 시행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9∼10분위 학생들에게는 ‘든든학자금’ 대출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대학등록금 개혁을 꿈꾸고 있다.

비리·부패 근절
국회·의원 개혁

학자금 대출 이자율도 개선한다. 현재 약 3.9% 대인 학자금대출 이자율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간 대학 등록금 총액은 14조원 가량인데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약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재원조달의 경우 4조원은 정부 재정, 2조원은 대학의 자체 장학금, 1조원은 대학 자구노력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정책 또한 새롭게 개편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한다. 즉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특히 사교육 유발의 주축인 외고·자사고의 경우 폐지보다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특목고가 본 설립 취지에 맞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관리·감독 강화를 내세웠다. 대입 전형에 대해서는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간소화하는 한편 대입 전형계획 3년 전 예고를 의무화시켰다.

박 당선인의 교육정책 중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자유학기제’ 도입이다. 이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시험 없이 독서나 진로 체험 등 자치활동 위주의 교육으로 구성해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정치쇄신은 비리와 부패 근절이 최우선이다. 박 당선인은 당이 공천비리로 파국에 빠질 때마다 앞장서서 해결사 역할을 해온 터라 비리·부패 근절을 개선해야할 최우선적인 요소로 생각해왔다.

공천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치 재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처벌을 마련했다. 또한 당선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당사자가 선거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공천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면 수수액의 30배 이상을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금품 수수자는 선출직과 임명직을 포함해 공직에 취임할 권리도 20년간 박탈된다. 야권단일화 당시 후보가 늦게 확정돼 검증 기회가 줄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국회의원 후보자는 총선 2개월 전에, 대선 후보자는 선거 4개월 전에 확정하도록 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근절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을 뒀다. 특별감찰관은 규제 대상자의 재산 변동 내역 등을 검증하기 위해 계좌 추적, 통신거래 내역 조회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갖는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은 물론 측근·권력 실세까지 지정할 수 있다. 친인척의 경우 대통령 재임기간에 공직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취임할 수 없는 점은 대통령 측근의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배분
정부조직 개선

대통령 권한도 분산된다. 새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눈치라도 챈 듯 기존 정당의 횡포를 바로잡고 정치쇄신을 위해 대통령 권한도 분산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는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도입, 장관에게 부처와 산하기관의 인사권을 부여해 이름만 장관이 아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장관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박 당선인이 정치쇄신과 함께 개혁 대상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국회와 국회의원이다. 국회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제한을 둔다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특권을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하는 부조리와 폐단을 근절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이 개헌까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자의 국회 쇄신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회의원의 도덕성 강화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등 기능을 확대하고 의원 징계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의원에게 동료 의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 혹은 ‘봐주기 수사’ 차원에서 징계수위 감축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당개혁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 후보를 여야가 동시에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입김보다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또 박 당선인은 비례대표 밀실공천을 없애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품 수수자의 공무담임권 제한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고 정치자금 자료 공개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등 선거 관련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친인척 비리 특별반 감시
책임총리제로 권한 분산
노인연금 지급·정년연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폐지된다. 중수부 기능을 일선 지검 검찰청 특수부가 대신하도록 하고 일선 지검에서 맡기 어려운 대형 사건은 고검에 태스크포스를 꾸려 담당하도록 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적용한다. 특별감찰관에는 조사권을 부여하고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입법화되는 특검법을 일반법으로 격상시켜 언제든 특검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시키고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키로 했다. 위원회는 외국의 기소대배심과 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해 구성하게 된다. 경찰 측에서 오랫동안 외쳐온 수사권 배분도 차기 정권부터는 실현 가능토록 조정했다. 민생치안과 관련해 늘어나는 강력범죄에 비해서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 경찰 인력을 2만명 이상 증원하기로 했다. 경찰의 보수와 수당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휴일·야간 근무수당 급여도 인상하기로 했다.

또 최근 빈발하고 있는 성범죄 등 치안 관련 강력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무료 법률지원 확대와 진술전문가 양성, 성폭력상담소 지원 확충, 찾아가는 심리치료 서비스 실시 등 성범죄 근절에 무게를 뒀다.

안보와 국방력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장거리 미사일의 조기 전력화에도 나선다. 외교 분야에서는 한·미관계를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중관계를 협력동반자 관계자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동아시아 역내 국가 간 핵안전 증진을 위한 새로운 협력 장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미·중 동맹 강화
기존부서 탈바꿈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정부3.0’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각 부처가 보유한 정보를 클라우딩 컴퓨터 시스템(개인 컴퓨터에 담긴 프로그램과 정보를 하나의 대형 컴퓨터에 저장·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창고에 모으고 이를 국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또 국정쇄신위원회, 국가미래교육위원회, 기회균등위원회 등의 위원회도 신설하거나 역할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경우 박 당선인은 현행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기능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합쳐 포괄적 금융부를 개설하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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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