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26 1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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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돌아오면 야권판 확 갈아엎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 패배로 인한 야권 정계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향후 행보와 대선 후 홀연히 미국으로 출국한 안철수 전 후보의 향배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의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예고되면서 안 전 후보가 야권 정계개편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자진사퇴했다. 이용섭 정책위 의장도 “지려고 해도 지기 어려운 선거를 졌다”며 동반사퇴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동반사퇴는 정국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끊임없는 계파싸움
허울뿐인 정치개혁

민주당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책임론과 쇄신론이 분출되면서 당내 공방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정치 행보와 맞물려 야권 정계개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계)’부터 야권단일화 논의에서 제외됐던 이정희 전 대선 후보를 필두로 한 통합진보당, 시민단체까지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2003년 ‘친노무현계’ 중심의 야권 인사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 이들과 함께 한나라당 탈당파, 민주당 개혁파, 유시민 전 의원이 있던 개혁국민정당, 시민사회 신당추진 인사들이 그해 11월11일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창당 명분은 ‘새정치’와 ‘개혁’이었다. 국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노풍’을 일으켰다. 그가 정치권에서 소외된 소시민의 갈등을 해소해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돼 여의도색 짙은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역대 가장 친근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러한 민의를 정치권에 담아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당시에도 국회의원 기득권 포기는 정치권의 중요한 화두였다. 이를 둘러싸고 민주당은 세력싸움에 들어갔고, 당내 정치개혁안은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새정치 열망 위해 창당
민주통합당 5년간의 갈등 분출, 분열로 치달을 듯

민주당 신주류 인사들이 딴살림을 차려 새집을 지은 게 바로 열린우리당이다. 얼마 전 당을 떠나 진보정의당을 세운 통합진보당 탈당파 그리고 ‘친노’와 ‘쇄신’으로 분열 위기에 놓인 민주당의 모습이 그때와 몹시 닮았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새정치 열망을 담아내는 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야권분열의 원흉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당내 인사들은 깊어진 갈등으로 분열과 봉합을 거듭했다.

그러다 2008년 2월18일 분열된 정당들이 통합민주당으로 합당되면서 민주당 계파싸움이 ‘표면적으론’ 종식됐다. 민주통합당은 통합민주당이 민주당이란 당명을 거쳐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과 통합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현재 ‘구태’로 분류되는 친노인사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의 구태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쇄신파라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들이 18대 대선 패배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5년 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새정치와 변화’라는 이름으로 야권을 휘감을 조짐이다. 안 전 후보가 지난 11월 “민주통합당에서 계파를 만들어 총선을 그르친 분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을 보더라도 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계파를 중심으로 민주당은 크게 친노와 비노로 나뉜다. 친노는 민주당 최대계파로 문 전 후보 측근인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태에 반기든 친노
민주당 구태로 몰려

나머지는 동교동 인사로 분류되는 DJ계, 김근태계, 손학규계, 그리고 안철수 세력 등이다. 그 외 범야권 정계개편에 참여할 세력으로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야권의 줄기인 민주당과 안 전 후보의 세력 정리가 이루어져야 ‘국민연대’ 논의선상에 오를 것이라고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 계파와 여의도 밖 세력을 놓고, 앞으로 전개 가능한 야권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총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안 전 후보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정리되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비노세력과 안 전 후보를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신당 창당이다. 이것은 자칫 분당으로 이어질 문제점을 안고 있다. 9년 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그것이다.

친노세력이 깨끗하게 대선 패배를 시인하고 비노세력이 주도적으로 창당 수순을 밟을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 갈등이 커져 분당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비노세력과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일 위험 또한 염려되는 부분이다. 대선을 앞두고 문 전 후보와 안 전 후보가 기 싸움을 벌인 것과 같은 모양새가 연출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친노계의 민주당, 비노계의 신당, 안 전 후보 각기 노선으로 야권의 ‘3분열’을 예상할 수 있다.

최악의 3분열
안 지지층 변수


실제로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비노 진영 인사들이 당 전면에 나서고 안철수 세력을 묶어 신당 창당, 혹은 느슨한 형태의 정치 세력화가 힘을 받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안 전 후보 공동의 신당 창당은 필연적으로 ‘정책적 노선 변경’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에 의한 신당 창당이니만큼 기존 정치에 거부감이 강한 안 전 후보 지지층이 난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이라는 급진적인 이념 색채를 버리고 중도층과 무당파를 흡수할 수 있는 노선변경이 선행돼야 안 전 후보 지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럴 경우 시민사회 중심 인사들도 신당 창당과정에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지만, 신당의 노선변경으로 인해 노동계와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의 참여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세 번째는 민주당 해체 후 안 전 후보가 야권 인사를 흡수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당은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MB, 4·11 총선, 박근혜로 이어지는 연이은 패배로 민주당의 운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르면 내년 1월 열리는 전당대회를 분수령으로 민주당 지도부의 일괄사퇴, 문 전 후보의 당 대표 권한대행직 사퇴가 예상된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계속 악화되고,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가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계속 거론될 경우 안 전 후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 조금만 어긋나도 분당 위험 커져
주도권 싸움에 안철수 독자노선 배제 못해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을 주도적으로 끌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경우 안 전 후보 지지층으로 이루어진 시민사회계 인사들의 입김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이 일단락되더라도, 민주당 출신과 안 전 후보 측 인사 양측의 계파 갈등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네 번째는 안 전 후보가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한 후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법이다. 양측 모두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기 때문에 당초 계획한 ‘국민연대’와 가장 흡사한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대권에 출마하면서 던졌던 ‘정치쇄신’ 과제가 민주당 내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단일화가 실패할 당시로 돌아가게 된다고 한 전문가는 경고했다. 민주당의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움직임이 없이는 안 전 후보를 끌어들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이 정치 쇄신에 실패해 안 전 후보가 독자적인 정치노선을 걷는 경우가 다섯 번째 시나리오다. 안 전 후보 측에서 내년 재보궐선거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정계개편과 관련한 독자행보 신호라는 시선도 있다.

안 전 후보가 합리적인 보수를 주장했던 만큼 자신의 정치색을 분명히 하기 위해 민주당과 거리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 정계개편의 최대변수는 역시나 안 전 후보다. 안 전 후보는 미국에 머물며 신당 창당 등 향후 정치활동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에서 당권을 쥘 유리한 환경이 마련될 경우 입국은 예정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VS 시민세력
계파 통합 시급해 

안 전 후보가 야권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지만, 안 전 후보를 민주당에 동력을 불어넣을 아군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문 전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민주당 발목을 잡았던 해묵은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정치쇄신’ 움직임을 보여, 안 전 후보와 노동계·진보정당·시민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의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국민을 바라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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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