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당선자별 정국장악 시나리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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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권 잡느냐 따라 180도 달라져"

[일요시사=정치팀] 역대 그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18대 대선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실제론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각 후보별 정책과 정치적 성향, 그동안의 발언 등을 중심으로 향후 정국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여야 모두 숨 가쁘게 달려온 제18대 대선 레이스가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지금 전문가들은 일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근소한 우위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승리를 장담 할 수는 없다. 선거 막판에도 숨은 표, 접전지 민심의 향배, 20~30대 투표율 등에 따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 수난사
이번에도 재연되나

일각에선 이번 대선에서 양 후보 모두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정책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누가 당선되든 달라질 것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누가 대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 운영의 방향은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대권을 잡는 이에 따라 향후 정국 운영은 어떻게, 또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우선 제18대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을 가장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을 사람으로, 하나같이 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고 나면 늘 이전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실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신군부와 하나회를 숙청하고 비록 나중에 사면되긴 했지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형에 처한 것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이기도 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계승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구속 수감되는 일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 놓고 의견분분 '처절한 복수 시작될까?'
"대통합, 용광로" 인적쇄신, 낙하산 논란 피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역대 사례에 비춰볼 때 임기 중 BBK사건, 내곡동 사저, 친인척 비리, 대선자금 등 이미 수많은 의혹에 시달려 온 이 대통령은 더더욱 대선 이후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 후보의 경우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이자 동반자인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이명박 정권의 표적수사로 자살하게 됐다며 선거과정에서 정권 심판을 공공연히 천명한 바 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만약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명박 정권 인사들에 대한 처절한 보복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박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대선 초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물밑에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지금까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두 사람이 결승전에 오른 셈이다.

두 번째로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각 후보별 인사권 행사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임명장을 주는 자리는 무려 80여 개. 여기에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자리도 280여 개나 된다고 한다. 때문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됐다. 하지만 개국공신들에 대한 보상에 인색하면 향후 정국을 장악해나갈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탕평을 외쳐도 결국 자기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박 후보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대연합을 이뤄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까지 적극 끌어안았다. 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진보성향의 인사들도 대거 영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선거 과정에서는 큰 도움이 됐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면 대대적인 자리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나눠먹기 인사
낙하산 인사

게다가 이들은 한군데 뭉치긴 했지만 실제로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박 후보 진영의 인사들은 이미 대선기간 한차례 완력다툼을 벌인 바 있다.

문 후보의 경우도 이번 대선에서 상대진영 인재 영입에 나섰지만 박 후보와 비교하면 그 결과물은 초라할 지경이다. 오히려 덕분에 정권을 잡게 되면 자리 나눠먹기 행태가 박 후보 진영보다는 덜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친노 독식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은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 급격히 부상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안철수 전 후보의 경우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후보사퇴로 문 후보 측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안 전 후보의 측근들은 적극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언론환경의 변화다.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 명암이 갈리게 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언론들은 현재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특히 종편채널들은 대선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18건의 제재를 받았다.

생존 걸린 대선
이념대결 치열

문 후보 측은 공공연히 당선 후 종편 선정과정에서의 불법성과 특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곧 종편채널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수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종편들로선 대선의 향방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다급하긴 진보진영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전국언론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징계를 받은 언론인의 수가 무려 45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박 후보의 언론에 대한 인식이 이명박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진보진영 언론인들은 박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편집권 침해와 낙하산 인사 등의 언론장악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네 번째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예상된다. 박 후보의 경우는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이며, 문 후보의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다. 박 후보의 경우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를 하긴 했지만 과거 5·16에 대해 구국의 결단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점을 미루어 볼 때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 박 후보는 이미 정치 입문 전부터 자서전을 내고 육영재단을 운영하며 양친에 대한 복권사업을 꾸준히 펼쳐온 바 있다.

문 후보 경우는 과거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노무현 기념사업에 깊게 관여해왔다. 문 후보 역시 당선 될 경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사업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 후보와 문 후보에게 그들은 정치적으로 가장 큰 자산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꼭 필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모두 공과가 있는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역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공약에 따른 변화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대선은 중도층 공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후보별 공약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비록 작은 차이라도 우리 일상생활에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꼼꼼히 살펴봐야만 한다.

박정희 재평가 vs 노무현 재평가, 명예 건 싸움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시각 차이 뚜렷

일단 각 후보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일자리다. 실제로 정권이 바뀌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두 후보의 일자리 정책을 비교하면 문 후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박 후보는 일자리의 질 향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후보의 경우 일자리의 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취업 시장을 얼어붙게 한다는 비판이 있고, 박 후보의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도 질이 낮은 일자리는 국민들을 더욱 불행하게 할 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대북 정책에서는 박 후보는 북한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문 후보는 우선적인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복지 분야 역시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박 후보는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적 복지를, 문 후보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천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 후보는 정국운영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의 경우 대선과정에서 불통 이미지가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불통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도저식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반면 문 후보의 경우 당선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탈권위 정치스타일을 계승한 것이다.

불통 스타일
우유부단 스타일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탈권위는 참여정부 시절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지 못하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발언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권을 잡는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크게 요동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가 대권을 잡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까?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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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