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10>역세권 투자_옥석 가리기

천하의 역세권도 불황 앞에선 ‘낑낑’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확실하고도 안전한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물으면 역세권 투자란 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하지만 모든 역세권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역세권 투자의 주의점 등을 짚어봤다.

안정적인 베팅포인트 인식 ‘달콤한 유혹’
“돈 된다”믿음 버려야…‘불패신화’옛말

역세권이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역이 들어서거나 환승역이 될 경우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확대되고, 편의시설도 생겨 생활이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역세권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매물 쌓이는 기현상
예전 상승분 반납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역세권 부동산 투자는 ‘불패’라는 인식이다. 즉 역세권 투자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 역세권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주의점이 많다. 역세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지 않은 투자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근엔 지하철이 개통된 후 부동산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과거보다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지난 1일 개통한 용인·수원 등 수도권 남부권 부동산 시장을 들어보겠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셋집을 찾는 신혼부부들의 문의만 간간이 있을 뿐 주택구입 관련 전화는 없었다. 서울 강남권을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2009년 7월 개통된 뒤 강남 접근이 수월해지면서 방화·가양동 등 강서권 일대 집값이 들썩였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교통여건이 개선된 곳에 전셋집을 얻으려는 수요가 몰리는 바람에 전세시장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지하철 개통 이전에 이미 집값이 상당히 올라있는데다, 주택시장 침체로 추가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교통여건이 개선되는데도 역세권 주택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여름 3억1000만∼3억2000만원에 거래되던 상갈 대우·현대아파트 101㎡형은 현재 2억9000만원으로 되레 2000만∼3000만원이 하락했다. 전셋값만 보합세(1억7000만∼1억8000만원)가 유지되고 있다. 전셋집 찾는 사람들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전철 개통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수원 영통과 신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경의선 용산∼문산(48.6㎞) 노선 가운데 공덕∼디지털미디어시티(6.1㎞) 구간도 오는 15일 개통된다. 가좌역·홍대입구역·서강역·공덕역 등 4개 역이 신설된다. 경의선이 서울지하철 5·6호선 환승역인 공덕역과 2호선·공항철도 환승역인 홍대입구역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남가좌동 삼성래미안 2차 84㎡형 전셋값은 2억2000만∼2억3000만원대로 여름보다 500만∼1000만원 올랐다. 3억6000만원 선인 매매가격은 몇 달째 그대로다. 신설역인 서강역 인근 신수동과 공덕동 일대도 매매가는 변동 없고, 전세금만 소폭 올랐다. 신수동 삼익 80㎡형 전세가격은 2억3000만원, 신공덕동 브라운스톤공덕 81㎡형은 2억7000만원 안팎으로 하반기 들어서면서 5∼10% 상승했다.

집값 떨어지고 전셋값만 날아
‘상승 재료’가치 거의 사라져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지하철 건설 관련 집값은 보통 착공발표 때와 개통 전후에 한 번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오르는 게 관행이었는데, 요즘은 부동산시장 장기침체와 주택공급 증가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 재료’로서의 가치가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 침체를 맞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지하철 개통이 됐거나 임박했는데도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매물마저 쌓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하철 연장 소식에 2∼3년 전 전용면적에 상관없이 매매가가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지만, 막상 개통을 앞두고 매물이 쌓이면서 예전 상승분을 반납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흘러가는 유동인구에
현혹된 투자는 삼가”

즉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기여서 역세권 개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발표, 착공, 개통 등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이 상승했지만 발표 시점에 이미 가격이 상승한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개통을 앞둔 시점에도 소형 아파트나 전세 등 일부 시세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중교통의 획기적 개선으로 지하철 주변 상권이 좋아져 상가나 오피스텔, 사무실 등 수익형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지하철역의 개통으로 주변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려면 최소한 2∼3년 이상의 시간은 소요되므로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로 임해야 원하는 성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역세권 투자는 모든 부동산 투자가 그러하듯이 개발 호재와 재료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갈린다. 따라서 개발에 따른 상권의 확장과 활성화가 예상되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2013년까지 수도권에서는 총 11개 노선이 개통되거나 예정에 있다. 이들 노선은 기존 노선이 복선화 또는 연장되거나 신규로 개통된다. 대부분 교통시설이 열악했던 상권에 신설되는 만큼 역세권 입지를 갖추게 돼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교통이용이 수월해지면서 상권의 수요층도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역세권하면 대부분 상가투자를 생각하게 된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역세권에 대한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대부분 역세권 상가는 좋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역세권에는 유동인구가 많다. 환승역은 더욱 그렇다. 수도권에만 대략 400여 개 정도의 역이 있다.

사실 이 모두를 역세권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진정한 역세권을 고르려면 환승 구간 사이에 유동인구를 가둬둘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역을 선택해야 한다. 단지 환승이용 수단이 되는 역세권도 많다. 이런 경우 출구가 두 자릿수인 경우가 적지 않다. 유동인구가 이용하는 주된 출구가 어디인지 꼭 확인 해봐야 하는 이유다. 역세권 상가투자는 시간별, 요일별 세밀한 분석을 해야 하고 흘러가는 유동인구에 현혹된 투자는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역세권 상가투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무엇이 있을까.
역세권에서도 상가의 입지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동선이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노점상이 역을 중심으로 얼마나 있는가 살피는 것이다. 특성상 노점상은 사람이 잘 모이고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또 유명 의류 대리점이 입점한 곳도 상가의 투자성이 높다. 그 이유는 보통 유명대리점은 본사에서 동선 입지가 뛰어난 곳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동객의 보행동선과 해당 점포의 가시성, 경쟁 상가의 과잉여부도 주요 체크사항이다. 역세권에 위치한다 하더라도 보행동선과 맞지 않거나 눈에 잘 띄지 않으면 상가 활성화가 어려울 수 있고, 역세권 주변으로 상가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경쟁구도가 형성돼 수익률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하려는 상가가 대표적인 역 출구에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상가 활성화에 실패한 상가를 분석해 보면 역주변 유동인구의 나뉨 현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출구는 적게는 한자리에서 역 규모에 따라 두 자리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출구에 따라 상권의 규모가 분류되므로 출구별 상권분석이 요구된다.

서울지역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가 속속 분양에 나서 예비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는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상복합의 경우 입주민 고정수요 확보는 물론 추가로 유입되는 외부 소비층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상가와 같은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리도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 할 것으로 보여 유망지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가시장도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형 부동산 공급이 범람하는 가운데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우선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타깃으로 해야 공실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렇기에 유동인구가 풍부한 역세권이나 업무밀집지역·대학가 등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부각되는 이유다.

한 상가전문가는 “같은 역세권이라도 무늬만 역세권에 불과한 지역도 많기 때문에 철저한 상권분석이 요구되며 인근에 대단지 배후수요, 관공서, 기업체 같은 상권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지하철역을 두 개 이상 이용할 수 있거나 환승역이 위치한 역세권 상가는 더 높은 프리미엄이 예상되기 때문에 초기에 유망 업종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시내 역세권 분양(예정) 중인 상가 현황이다.

역세권 상가 주목
투자자 관심 집중

▲역삼동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 대우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25-19번지 외 4필지에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근린생활시설을 분양 중이다. 지하 8층∼지상 19층 연면적 5만218.36㎡ 규모로 지상 4층∼지상 19층에 총 728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지하 2층∼지상 3층은 총 110개의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사업지는 2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약 34m 거리에 위치해 유동수요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역 주변은 삼성타운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과 세무서·세무사 사무실, 편입학원·로스쿨학원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직장인·전문직 등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하루 90만명 추산)이다.

▲서초구 우면지구 ‘우면프라자’ = 서초 우면지구의 아파트 초입 중심사거리에 위치한 우면프라자도 상가 분양 중에 있다. 강남 서초 우면 2택지개발지구 유일한 상가로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3600여 세대가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 소프트웨어 R&D센터가 완공되면 약 1만5000명이 입주하게 된다. 하루 유동인구만 2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트리플 역세권으로 분당선 매헌역, 3호선 양재역, 4호선 선바위역 인근으로 역세권 상가의 프리미엄을 자랑한다. 또 경부고속도로, 과천 우면 산간도시고속화도로, 우면산터널 및 서울 수도권 교통의 주요 연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 GS건설이 공급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상가도 개발호재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총 247개 점포로 구성된 테마 쇼핑몰이며 최근 롯데시네마 입점이 확정됐다.
서울지하철 2호선 및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연결돼 유동인구 확보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합정동은 마포구가 중심거점지역으로 선정, 육성하는 만큼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서울 내 인기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상권이 최근 서교동, 합정동 일대로 확장되고 있어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중구 흥인동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 두산중공업은 중구 흥인동 13-1 일대에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92∼273㎡ 295세대, 오피스텔 32∼84㎡ 332실, 상가를 분양 중이다. 지하 6층∼지상 38층 총 2개동 규모로 지하철 2·6호선 신당역이 단지와 직통으로 연결된다.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등을 통한 이동도 가능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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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