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TV광고 속 ‘박근혜 테러범’ 지충호 근황 & 심경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1: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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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저 너무 억울해요! 박근혜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TV광고에는 ‘그날의 상처’가 등장한다. 광고는 박 후보가 그날의 상처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말한다. 이것은 6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면도칼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날의 범인 지충호씨는 둘도 없는 흉악범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지씨는 ‘교도소 중의 교도소’로 알려진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6년째 수감 중이다. <일요시사>는 선거를 약 2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씨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 그를 단독 면회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의원과 취재기자 등 지충호씨에 대한 면회신청이 불허된 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면회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문을 보내 신청서를 작성하고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요시사>는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했다. 변호사는 그러한 절차는 내부지침으로 일반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며, 변호사든 기자든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첩첩산중 면회
정치적 대화 불허   

취재기자를 보자마자 허리가 굽어져라 꾸벅 인사하는 지씨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저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린 듯했다.

“기자님. 저요.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저 기자님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금 대선후보 박근혜가…”라고 지씨가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쏟아낼 기세였다. 옆에 앉은 교도관이 그를 저지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취재기자는 이미 교도소 측으로부터 “절대 정치적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오갈 경우 면회는 바로 중단된다”는 주의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터였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충호, 면도칼 상해 살인미수 무죄판결 받았다
법원 “생명에 지장 없다” 광고 “죽음의 문턱?”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면회 조건은 단 하나. ‘취재하지 말 것. 안부만 물을 것’.

첩첩산중 같았던 ‘지충호 면회’ 여정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됐다.

지씨를 만나기 하루 전. 취재기자는 면회 예약을 하기 위해 서울 남부교도소로 향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자, 담당자는 지씨와 친인척관계냐고 물었다. 취재기자는  “친인척은 아니며, 주위 아는 분께 지씨 이야기를 들어 안부를 묻고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쩐 일인지 그는 귀신같이 언론인이라는 것을 맞히며 물었다. 담당자는 “접견은 가능하지만 취재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회신청 당일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교도소에 전달됐으며, 상부에 보고됐다고 교도소 관계자는 전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방문’에 교도소는 마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였다.

“안부만 물을 것”
“그래도 먼길 온 사람”

취재기자는 12월6일 오전 8시40분 경북 진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12시경. 취재기자는 ‘다급한’ 목소리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다. 교도소 총무과였다.

목적지인 경북 청송군 진보에 내려 서둘러 해당부서에 전화했다. “접견하기 전에 반드시 총무과에 들르라”는 이야기였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무리 기자라지만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입구에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은 접견자가 총무과에 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아해했다. 그들은 “지씨가 워낙 위험인물이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기 위해 들르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총무과 관계자는 ‘면회불허’ 통보 전화였다고 밝혔다. 자칫 헛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면회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교도소 측은 “그냥, 조금 문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 된 인물과 관계돼서…. 우리 입장에서 지충호든 조두순이든,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면 그에 상응한…”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상 살다 보니 억울한 일 많아 답답하다”
“지난날,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지씨와의 면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상부로부터 받는 압력,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수차례 “대선이 끝나고 정식으로 취재절차를 밟고 다시 오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히 제안했다.

그들은 충분히(?) 점잖았다. 그럼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안부는커녕, ‘못 올 데를 왔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청 당시 말했던 ‘안부만 묻는 것’에서 조건이 하나 더 얹혀졌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기사를 쓰지 말 것’이라는 요구조건을 달며 ‘약속문’이라는 제목의 각서에 서명을 제안했다.

사전에 교도소 측이 “제시하는 서류에 서명해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은 것에 취재기자가 “그렇다”고 답한 이유였다. 내용을 확인한 취재기자는 “면회 안 하면 안 했지, 양심에 반하는 서명은 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거절했다.

“눈, 당뇨 때문에 고생”
“외부 치료 원한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사전면담(?) 끝에 “먼 길 안부를 물으러 온 사람, 되돌려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가까스로 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지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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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만났다.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만난 것이다. 대선 관련해서 언급하면 면회가 중지될 것이다.

▲ (하던 말은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나도 기자님 못 만나는 줄 알았다.

- 안부만 묻겠다. 생활은 잘하고 있는가?

▲ 잘하고 있다.

- 교도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뭔가?

▲ 지금 많이 아프다. 몸도 너무 힘들다. 눈도 안 좋고, 당뇨가 있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 교도소에서 약을 주고, 치료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 그렇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외부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싶다.

- 모범수가 되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 기자님 말씀이 맞다. 당뇨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인다.

-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 편지가 외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랬다. 불만이 쌓이다 보니 폭력을 휘둘렀다.

- 국가인권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관에 탄원서 형식의 서면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아는데.

▲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무슨 일인지 모든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

- 누구에게 보내려고 했나?

▲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이영훈 목사님께 편지를 보내려고 했다. 간증도 받고, 회개도 하고…. 지난날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싶다.

- 이영훈 목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테이프와 책을 통해 말씀을 접했다. 목사님을 통해 반성했다. 그리고 목사님께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분과 서신을 주고받길 원한다. 나가면 교도소 관계자분들께 꼭 말씀해 달라. 

- 전하도록 하겠다.

▲ 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답답하다. 세상 살다 보니 너무 억울한 일이 많아서 면도칼로 그만…. 죽이려고 했다거나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믿어 달라. 참으로 어리석었다. 

- 이것만 확실히 하자. 억울하든 뭐든, 그때 일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나.

▲ 그렇다. 다 내가 잘못한 일이다.

- 폭력은 안 된다. 어떤 이유든 지탄받아 마땅하다.

▲ 항상 기억하겠다.

-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이 되려면 반듯하게 생활해야 할 텐데.

▲ 마땅하다. 새사람 되려고 한다. 말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 교도소 안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는 있나?

▲ 없다. 하지만 지충호라고 하면 다 안다.

- 교도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 맞다. 저도 (옆에 입회한 관계자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교도관님들이 ‘지충호 이제 다르다. 사람 됐다’ 이런 생각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겨울인데 건강하게 생활 잘하시길 바란다.

▲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어떻게 예전처럼 살 수 있겠나. 너무 감사하다.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새해 인사 미리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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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 아니다”

지충호씨는 지난 2007년 1월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공직선거법위반, 공갈미수, 공용물건손상 등의 죄에 대해 1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기소한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상해가 아닌 점, 더 이상의 상해를 시도한 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박 후보의 그날의 상처를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상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씨는 박 후보를 죽음의 문턱으로 몬 인물로 알려진 채 쓸쓸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씨는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는 한, 나이 60이 다 돼서야 교도소 정문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청송=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테러범' 국선변호사들이 말하는 '그때 그 사건'

 

A변호사

“석궁테러까지…법원, 테러에 예민했나?”

 

- 당시 사건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 지충호로서는 엄청나게 억울한 사건이다. 변론하면서 배후도 전혀 없고 살인미수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살인미수가 무죄란 말인데, 형량을 보면 이거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 형량에 문제가 있었나.

▲ 처음에 살인미수 10년이었는데, 폭처법으로 8년을 선고했다. 보통 살인미수가 인정돼도  7~8년이면 많이 나오는 건데…. 무죄가 났는데 그대로 폭처법에 반영시킨 건 무슨 경우인지.

- 중요인물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 처음에 박근혜를 상대로 해서 간 것도 아니다. 지충호가 거기 간 것은 전에 보호감호 갔다 온 사건이 너무 억울하고, 또 그 안에서 교도관에게 맞아서 눈이 실명된 게 너무 억울해서 이것을 사회에 알리고 싶어서…. 분명 실명은 맞는데 교도관에게 맞은 것은 확인이 안 됐다. 그건 지충호 말일 뿐.

- 처음 계획이라면.

▲ 당시 목표는 오세훈 후보였던 것으로 안다. 연단 옆 계단, 거기서 오세훈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오세훈이가 젊은 사람이어서, 계단으로 안 가고 중간에서 연단으로 갑자기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포기한 거지.

- 그런데 왜 박 대표를 공격했나.

▲ 방송에서 박근혜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 박근혜가 그 앞으로 와서 칼을 꺼냈는데, 한쪽 눈이 실명돼서 원근감이 없었던 지충호가 그만…. 내가 변론에서 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했는지 배경을 다 이야기했다. 보호감호 가게 된 것도, 지충호가 억울한 것은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치정관계로 남편이 고소한 사건인데 딱 그거 하나 실형 선고하면서 보호감호로 보내 버린 거였다.

- 형량이 과한 이유라도 있었나.

▲ 그 부분에 법원이 왜 그렇게 세게 선고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그때 마침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석궁사건’이 있었다. 법원 판사도 테러를 당했다고. 테러에 대해 엄청 예민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그땐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 사건이 박 후보의 TV 광고에 나오고 있는데.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마음을 넓게 써서 지충호를 사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량은 분명히 지나쳤었다. 

 

B변호사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사방에 끌려 다녀!”

 

-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배후설이 있었는데.

▲ 그것 때문에 그분(지충호)을 불쌍하게 봤었다. 우발적 사건은 맞는데,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서 이런저런 혐의 다 받았었다. 특히 조직범죄, 이를테면 야당의 계획적 테러라는…. 수괴가 누구냐. 이것을 계속 추궁 받았다. 다행히 배후가 없다고 밝혀졌다.

- 지충호씨는 어땠나.

▲ 내가 그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나는 정말로 억울한 사정 하소연하려고 했을 뿐인데, 왜 나를 조직범죄의 수괴로 몰고 가느냐” 이것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다. 검찰에서 당연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니까 수사하는 건 당연한데 피고인으로서는 답답한 거다. 가뜩이나 불안한데…. 어쩌다 정치판에 껴들게 돼서, 참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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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