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TV광고 속 ‘박근혜 테러범’ 지충호 근황 & 심경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1: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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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저 너무 억울해요! 박근혜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TV광고에는 ‘그날의 상처’가 등장한다. 광고는 박 후보가 그날의 상처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말한다. 이것은 6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면도칼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날의 범인 지충호씨는 둘도 없는 흉악범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지씨는 ‘교도소 중의 교도소’로 알려진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6년째 수감 중이다. <일요시사>는 선거를 약 2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씨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 그를 단독 면회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의원과 취재기자 등 지충호씨에 대한 면회신청이 불허된 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면회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문을 보내 신청서를 작성하고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요시사>는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했다. 변호사는 그러한 절차는 내부지침으로 일반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며, 변호사든 기자든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첩첩산중 면회
정치적 대화 불허   

취재기자를 보자마자 허리가 굽어져라 꾸벅 인사하는 지씨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저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린 듯했다.

“기자님. 저요.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저 기자님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금 대선후보 박근혜가…”라고 지씨가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쏟아낼 기세였다. 옆에 앉은 교도관이 그를 저지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취재기자는 이미 교도소 측으로부터 “절대 정치적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오갈 경우 면회는 바로 중단된다”는 주의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터였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충호, 면도칼 상해 살인미수 무죄판결 받았다
법원 “생명에 지장 없다” 광고 “죽음의 문턱?”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면회 조건은 단 하나. ‘취재하지 말 것. 안부만 물을 것’.

첩첩산중 같았던 ‘지충호 면회’ 여정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됐다.

지씨를 만나기 하루 전. 취재기자는 면회 예약을 하기 위해 서울 남부교도소로 향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자, 담당자는 지씨와 친인척관계냐고 물었다. 취재기자는  “친인척은 아니며, 주위 아는 분께 지씨 이야기를 들어 안부를 묻고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쩐 일인지 그는 귀신같이 언론인이라는 것을 맞히며 물었다. 담당자는 “접견은 가능하지만 취재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회신청 당일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교도소에 전달됐으며, 상부에 보고됐다고 교도소 관계자는 전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방문’에 교도소는 마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였다.

“안부만 물을 것”
“그래도 먼길 온 사람”

취재기자는 12월6일 오전 8시40분 경북 진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12시경. 취재기자는 ‘다급한’ 목소리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다. 교도소 총무과였다.

목적지인 경북 청송군 진보에 내려 서둘러 해당부서에 전화했다. “접견하기 전에 반드시 총무과에 들르라”는 이야기였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무리 기자라지만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입구에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은 접견자가 총무과에 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아해했다. 그들은 “지씨가 워낙 위험인물이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기 위해 들르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총무과 관계자는 ‘면회불허’ 통보 전화였다고 밝혔다. 자칫 헛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면회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교도소 측은 “그냥, 조금 문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 된 인물과 관계돼서…. 우리 입장에서 지충호든 조두순이든,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면 그에 상응한…”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상 살다 보니 억울한 일 많아 답답하다”
“지난날,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지씨와의 면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상부로부터 받는 압력,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수차례 “대선이 끝나고 정식으로 취재절차를 밟고 다시 오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히 제안했다.

그들은 충분히(?) 점잖았다. 그럼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안부는커녕, ‘못 올 데를 왔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청 당시 말했던 ‘안부만 묻는 것’에서 조건이 하나 더 얹혀졌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기사를 쓰지 말 것’이라는 요구조건을 달며 ‘약속문’이라는 제목의 각서에 서명을 제안했다.


사전에 교도소 측이 “제시하는 서류에 서명해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은 것에 취재기자가 “그렇다”고 답한 이유였다. 내용을 확인한 취재기자는 “면회 안 하면 안 했지, 양심에 반하는 서명은 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거절했다.

“눈, 당뇨 때문에 고생”
“외부 치료 원한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사전면담(?) 끝에 “먼 길 안부를 물으러 온 사람, 되돌려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가까스로 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지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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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만났다.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만난 것이다. 대선 관련해서 언급하면 면회가 중지될 것이다.

▲ (하던 말은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나도 기자님 못 만나는 줄 알았다.


- 안부만 묻겠다. 생활은 잘하고 있는가?

▲ 잘하고 있다.

- 교도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뭔가?

▲ 지금 많이 아프다. 몸도 너무 힘들다. 눈도 안 좋고, 당뇨가 있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 교도소에서 약을 주고, 치료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 그렇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외부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싶다.

- 모범수가 되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 기자님 말씀이 맞다. 당뇨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인다.

-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 편지가 외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랬다. 불만이 쌓이다 보니 폭력을 휘둘렀다.

- 국가인권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관에 탄원서 형식의 서면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아는데.

▲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무슨 일인지 모든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

- 누구에게 보내려고 했나?

▲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이영훈 목사님께 편지를 보내려고 했다. 간증도 받고, 회개도 하고…. 지난날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싶다.

- 이영훈 목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테이프와 책을 통해 말씀을 접했다. 목사님을 통해 반성했다. 그리고 목사님께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분과 서신을 주고받길 원한다. 나가면 교도소 관계자분들께 꼭 말씀해 달라. 

- 전하도록 하겠다.

▲ 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답답하다. 세상 살다 보니 너무 억울한 일이 많아서 면도칼로 그만…. 죽이려고 했다거나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믿어 달라. 참으로 어리석었다. 

- 이것만 확실히 하자. 억울하든 뭐든, 그때 일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나.

▲ 그렇다. 다 내가 잘못한 일이다.

- 폭력은 안 된다. 어떤 이유든 지탄받아 마땅하다.

▲ 항상 기억하겠다.

-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이 되려면 반듯하게 생활해야 할 텐데.

▲ 마땅하다. 새사람 되려고 한다. 말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 교도소 안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는 있나?

▲ 없다. 하지만 지충호라고 하면 다 안다.

- 교도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 맞다. 저도 (옆에 입회한 관계자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교도관님들이 ‘지충호 이제 다르다. 사람 됐다’ 이런 생각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겨울인데 건강하게 생활 잘하시길 바란다.

▲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어떻게 예전처럼 살 수 있겠나. 너무 감사하다.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새해 인사 미리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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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 아니다”

지충호씨는 지난 2007년 1월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공직선거법위반, 공갈미수, 공용물건손상 등의 죄에 대해 1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기소한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상해가 아닌 점, 더 이상의 상해를 시도한 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박 후보의 그날의 상처를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상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씨는 박 후보를 죽음의 문턱으로 몬 인물로 알려진 채 쓸쓸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씨는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는 한, 나이 60이 다 돼서야 교도소 정문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청송=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테러범' 국선변호사들이 말하는 '그때 그 사건'

 

A변호사

“석궁테러까지…법원, 테러에 예민했나?”

 

- 당시 사건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 지충호로서는 엄청나게 억울한 사건이다. 변론하면서 배후도 전혀 없고 살인미수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살인미수가 무죄란 말인데, 형량을 보면 이거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 형량에 문제가 있었나.

▲ 처음에 살인미수 10년이었는데, 폭처법으로 8년을 선고했다. 보통 살인미수가 인정돼도  7~8년이면 많이 나오는 건데…. 무죄가 났는데 그대로 폭처법에 반영시킨 건 무슨 경우인지.

- 중요인물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 처음에 박근혜를 상대로 해서 간 것도 아니다. 지충호가 거기 간 것은 전에 보호감호 갔다 온 사건이 너무 억울하고, 또 그 안에서 교도관에게 맞아서 눈이 실명된 게 너무 억울해서 이것을 사회에 알리고 싶어서…. 분명 실명은 맞는데 교도관에게 맞은 것은 확인이 안 됐다. 그건 지충호 말일 뿐.

- 처음 계획이라면.

▲ 당시 목표는 오세훈 후보였던 것으로 안다. 연단 옆 계단, 거기서 오세훈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오세훈이가 젊은 사람이어서, 계단으로 안 가고 중간에서 연단으로 갑자기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포기한 거지.

- 그런데 왜 박 대표를 공격했나.

▲ 방송에서 박근혜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 박근혜가 그 앞으로 와서 칼을 꺼냈는데, 한쪽 눈이 실명돼서 원근감이 없었던 지충호가 그만…. 내가 변론에서 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했는지 배경을 다 이야기했다. 보호감호 가게 된 것도, 지충호가 억울한 것은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치정관계로 남편이 고소한 사건인데 딱 그거 하나 실형 선고하면서 보호감호로 보내 버린 거였다.

- 형량이 과한 이유라도 있었나.

▲ 그 부분에 법원이 왜 그렇게 세게 선고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그때 마침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석궁사건’이 있었다. 법원 판사도 테러를 당했다고. 테러에 대해 엄청 예민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그땐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 사건이 박 후보의 TV 광고에 나오고 있는데.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마음을 넓게 써서 지충호를 사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량은 분명히 지나쳤었다. 

 

B변호사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사방에 끌려 다녀!”

 

-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배후설이 있었는데.

▲ 그것 때문에 그분(지충호)을 불쌍하게 봤었다. 우발적 사건은 맞는데,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서 이런저런 혐의 다 받았었다. 특히 조직범죄, 이를테면 야당의 계획적 테러라는…. 수괴가 누구냐. 이것을 계속 추궁 받았다. 다행히 배후가 없다고 밝혀졌다.

- 지충호씨는 어땠나.

▲ 내가 그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나는 정말로 억울한 사정 하소연하려고 했을 뿐인데, 왜 나를 조직범죄의 수괴로 몰고 가느냐” 이것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다. 검찰에서 당연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니까 수사하는 건 당연한데 피고인으로서는 답답한 거다. 가뜩이나 불안한데…. 어쩌다 정치판에 껴들게 돼서, 참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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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