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홍성담 '도발그림' 파문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03 12:05:28
  • 댓글 0개

여성 생식기서 박정희 뱀이 '꿈틀'

[일요시사=사회팀] 홍성담 화백이 박근혜 후보를 풍자한 그림을 연속으로 공개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출산장면을 묘사한 두 그림은 유신독재 당시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고문을 당해야 했던 홍 화백의 역사의식이 묻어나온다. 문제는 여성의 생식기까지 표현한 두 번째 그림은 너무 노골적이라는 것. 누리꾼들도 '정치 풍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냐 '예술을 빙자한 폭력'이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출산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화가 홍성담 화백이 또다시 강도 높은 풍자화를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홍 화백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다리를 크게 벌린 한 여성의 생식기에서 뱀의 몸을 가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오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출산-1'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그림 속 박 전 대통령은 그의 상징과 다름없는 선글라스와 별이 두 개 달린 군모를 착용했다. 주위에는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 흩날리고 있다.

유신 낳는 박근혜?

이 그림 아래에는 홍 화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세상의 모든 출산은 성스럽다? 유신독재의 망령을 출산해도 그것은 성스럽고 거룩하다? 성스러운 대한민국의 온 겨울이 내년 사쿠라 피는 봄을 위해 갖은 힘을 쓰는 구나"라는 글이 남겨져 있다.

그림을 그린 이유에 대해 홍 화백은 "작품을 통해 박 후보의 신격화된 이미지를 인격화하고, 유신독재의 부활을 경고하는 뜻으로 그렸다"고 밝혔다.


앞서 홍 화백은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그림에서 박 후보는 환자복을 입은 채 다리를 벌리고 수술대 위에 누웠고, 탯줄이 달린 신생아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의사는 신생아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당시 홍 화백은 "출산 장면을 통해 신격화된 박 후보의 이미지와 충성 경쟁의 허구를 벗겨내고 싶었다"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홍 화백의 작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풍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엄격히 규제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온갖 패러디물이 나왔지만 법적대응의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이 그림이 인터넷에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사이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아이디 podong***은 "홍씨의 작품이 예술이라고? 당신 아내가 다리를 쩍 벌리고 기형아 낳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공개하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건 예술이고 미학이고를 떠나 개인의 수치와 모욕감에 관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디 kims***는 "화장실에서나 볼 수 있는 낙서에 불가하다. 이런 저급 낙서쟁이를 화백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폭력이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sria***은 "대통령 후보가 아닌 여성으로써의 박 후보를 모욕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의 성을 가지고 예술이랍시고 장난치는 것은 명백한 법적처벌감이다. 아내나 딸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예술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출산'이어 '박정희 뱀'그려 논란
"풍자·표현 자유" vs "
예술 빙자한 폭력"

아이디 pej6***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홍씨의 그림은 저질 네거티브에 지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라고 하기엔 도가 지나치다. 예술이란 이유로 모든 것을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사치다"라고 일갈했다.

아이디 Dongho***는 "개인과 소수의 만족을 위한 표현은 예술이라 할 수 없다. 한 나라의 대선 후보에 대한 풍자가 도를 넘어섰다. 일개 무명 화가가 유명세를 타려고 용쓰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법적 처벌을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아이디 arts***는 "민중미술은 현대미술 장르 중 하나다. 홍씨는 군부독재시절 고문 받았던 극한의 경험을 서정적으로 승화시키셔 세계적으로도 꽤 주목받은 작가다. 그가 처벌받는다면 국가가 예술에 테러를 가하는 사례로 남아 두고두고 국제적 망신꺼리가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아이디 유신공포***은 "유신시대 당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언사만 해도 국가 반역죄 급의 중범죄로 탄압했다. 유신이 다시 살아나기도 전에 모든 비판적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흑암의 유신시절 공포의 망령이 다시 엄습해 오는 구나"라고 한탄했다.

아이디 백호***는 "벌써부터 탄압하겠다는 거다. 지금부터 이러면 당선되면 술 먹다가 이름만 잘못 꺼내도 잡혀갈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고 화가 난다면 유신병에 결린 것이고, 그림이 이해간다면 유신병이 완쾌된 것이며, 그림 자체를 이해 못한다면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Sung***은 "난 그림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독재자의 딸인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세계에서 비웃음을 사는 일이다. 최근 영국 BBC는 '군부독재자 박정희의 딸과 인권변호사의 대결'이라고 보도하며 조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디 unhe***은 "유치하다, 지금은 21세기 아니냐.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향후에도 예술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걱정스러운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풍자인가 모욕인가

지난달 10일부터 해당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평화박물관 측은 "아직 법적 대응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연락 받은 적은 없다"면서 "개인차원에서 홍 화백을 지지한다는 전화와 그림 전시를 중단하라는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홍씨의 블로그 '홍성담의 그림창고'는 방문자가 폭주해 접속이 되지 않는 상태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