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택시 정체성 논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6: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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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취급해 달라" 진흙탕 속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사회팀] 전국 버스업계 파업으로 사상 초유의 '출근 대란'이 벌어질 뻔했다. 여야 정치권은 법률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연기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누리꾼들은 대선 정국을 틈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택시의 정체성'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버스연합회)는 22일 첫차부터 무기한 운행중단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최대 4만8000대에 이르는 버스들이 오전 4시30분 첫차부터 운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출근 대란'이 우려됐다.

국민만 '발 동동'

버스연합회는 지난 22일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등지의 시내버스는 택시 법안에 반발해 이날 오전 첫차부터 대부분 운행을 중단했다가 한 걸음 물러나 오전 6시30분을 전후해 일제히 운행을 재개했다.

이준일 버스연합회 회장은 "시민들이 피해 보는 것을 양심상 두고 볼 수 없어 재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택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버스 운행을 무기한 중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버스업계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에 반발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연간 1조원 가량의 지원이 이뤄지는 버스업계 재정지원이 분산될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버스 이용 요금의 증가와 버스 노선 축소를 초래하며 택시에 대한 지원비용을 버스 이용 시민들이 부담하게 된다고 버스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또 택시기사의 환경이 열악한 것은 근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도쿄에는 택시가 3만여 대에 불과하지만 서울에는 이보다 2.3배 많은 7만여 대가 운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이번 법안 상정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택시업계는 이번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지난 6월 대대적인 파업을 하기도 했다.

택시업계는 택시가 고급 교통수단이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요금이 싸 대중교통에 가깝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택시 공급과잉의 문제가 해결되고 지하철 역세권에 환승주차장 설치 등을 통해 택시 이용이 편리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택시를 소외시켜왔는데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 종합적인 정책 안에서 다뤄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설전이 뜨겁다.

아이디 pass***는 "버스는 적자 나는 노선이라 해도 없앨 수 없으니까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택시까지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면 택시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버스로 가는 지원금은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손님이 별로 타지 않아 적자나는 시외버스들은 하나 둘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아이디 Craz***은 "버스가 파업하면 택시는 대목인 것으로 안다. 예전 버스 파업일 때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둘이 요금을 따로 내야 된다고 우기더라. 그것도 모자라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합승까지 했다. 이런 게 무슨 대중교통이냐"며 격분했다.

택시 대중교통 법안 상정 두고 버스업계 반발
사상 초유 '출근대란'없었지만 갈등은 지속


아이디 Dust***은 "택시회사가 파업하면 오히려 좋다. 도로가 한산해져 버스도 자주 오고 운전하기도 편하다. 반면에 버스회사 파업하면 교통 대란이 일어난다. 대중교통은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있는데 택시는 그 반대다. 이래도 대중교통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이디 맥주***는 "외진 곳 가면 멀다고 가까운 곳 가면 기본요금이라고 승차 거부하고 좀 만만해 보인다 싶으면 길 다 알고 있는데 택시기사는 다른 길이 더 빠르다며 돌아서 간다. 그러면서 무슨 대중교통이야"라고 불만을 표했다.

아아디 sabin***는 "택시기사 사정이 어려운 게 택시가 대중교통이 아닌 탓인가. 택시가 넘쳐날 때까지 규제가 없었던 탓이 더 크다고 본다. 굳이 승객을 태우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된다면 앞일은 뻔하지 않은가"라며 우려했다.

반면 아이디 fell***는 "이번 법안은 버스에서 택시를 갈아탈 환승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승 시 할인되는 금액을 기존 버스회사가 정부에게서 지원받은 지원금을 나눠서 택시에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버스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드니까 파업하는 것이다"라고 버스업계를 비판했다.

아이디 ghkd***는 "왜 버스가 파업하는지 아는가. 택시가 대중교통이란 칭호를 받아서가 아니라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뺏길까 봐 그러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월 140만원 겨우 벌지만 버스 기사는 보통 월 300만원이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택시기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택시를 매도하지 못할 것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이디 npjh*** 는 "법인은 물론 자영업자 개인택시도 유류비, 물가상승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목숨과 직결되는 자동차 사고나 택시 강도, 진상손님 등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며 대부분 새벽까지 일하는 힘든 3D업종이다"고 택시업계의 고충을 표현했다.

아이디 jss***는 "우리나라는 버스, 택시 모두 값이 다른 대중교통수단이다. 부자들은 택시를 타지 않는다. 특히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 뉴욕, 서울 등에서 택시는 차 없는 대중들이 쉽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unhe***는 "한국에서 택시는 거의 대중교통수단이다. 외국에선 비싸서 못 탄다.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얘기 들어보면 도대체 말이 안 된다. 특히 영업용 기사들 그렇게 중노동하고 한 달에 달랑 100만원 받는다"고 말했다.

찬반 설전

현행 '대중교통 육성·이용 촉진법'에 따르면 대중교통수단은 '일정한 노선과 운행 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사용되는 승합자동차(노선버스)와 지하철, 철도'를 말한다. 따라서 일정한 구역을 자유롭게 운행하는 택시는 빠져 있다. 학계에선 불특정 다수를 운송하는 경우나 정부가 세금을 지원해 정기적인 운행을 보장하는 경우 대중교통수단으로 보고 있다.

버스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전국 버스업계가 다시 전면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따라서 버스업계와 택시업계 간 양보 없는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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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