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장담’ 무점포 창업의 함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07 13: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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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만원 번다더니…꼴랑 1만3000원

[일요시사=경제1팀] 최근 ‘창업 열풍’을 타고 소자본 고수익을 보장하는 무점포창업이 인기다. 적은 돈으로 시작해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임대료 및 인건비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속에 허위·과장 광고가 많아 보고 들은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점포 소자본 창업에 숨겨진 놀라운 함정을 들여다봤다.

 

‘천만원대 투자로 월 150만원 안정적 수익…위탁판매점 섭외 및 설치까지 본사에서 100% 책임지원….’

주부 정모씨는 이 같은 광고를 믿고 올해 초 무점포 창업에 나섰다. 상품을 공급받아 본사가 알선해주는 다른 업소에 상품 판매를 맡기고 판매 시 대금을 받는 단순사업이었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여기에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종업원 없이도 1인 창업이 가능해 인건비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다.

“본사만 믿었는데…”

1480만원을 투자해 신발살균 자판기 10대를 구입한 정씨는 본사에서 섭외한 실내 볼링장, 골프장, 헬스장 등에 자판기를 전시하고 이용량에 따라 값을 받기로 했다. 수익은 전시를 허락한 업체와 정씨가 5:5로 나눠 갖는 구조였다. 그러나 첫 달 수익은 1만3000원에 불과했다.


정씨는 “월 평균 150만원의 수익을 장담했고 그 말을 다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이후 자판기 10대 중 8대를 다른 장소로 이동하였으나 그 달 수익은 8000원 뿐이었다. 10군데 중 수익이 아예 없는 곳은 4군데나 됐고 그나마 있는 곳들은 1000원∼4000원인데 업체와 반을 나눠 갖기도 민망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결국 정씨는 10달여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10달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10만원이 채 안됐다. 억울한 마음에 정씨는 본사에 강력 항의했고, 본사와 자판기 10대와 모든 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투자금의 40%를 돌려받았다.

정씨는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경제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다보니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대출까지 껴서 시작한 사업이었다”며 “본사와 광고만 믿고 계약을 했는데 수익이 거의 없다보니 회수하는데 드는 교통비도 안 나왔다.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본사와도 참 많이 싸워야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정씨 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김모씨도 지난 2008년 정씨와 같은 업체에서 위탁 판매하는 무점포 창업에 나섰다 큰 손해를 봤다.

김씨는 “월 예상액 240만∼380만원. 생두 직수입 500g에 4000원을 영업고객에게는 기계 사용비를 포함 500g에 2만원에 공급해 80%의 이윤을 창출한다”는 설명을 듣고 원두커피추출기 100대를 1860만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매출 부진으로 4개월여 만에 영업을 접어야 했다. 정씨와 같은 신발자판기 사업을 했던 박모씨는 수익이 나지 않자 사업을 접고 신발자판기를 주변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등 스스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서민 울리는 무점포 창업 허위·과장광고
피해자들 갈수록 늘어…각별한 주의 요구


이들은 모두 무점포 사업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 창업 방송을 통해 본 성공 사례자, 인터뷰 등이 설정된 광고를 위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계약을 하기 전 타 지역 대리점주들과의 소통을 희망해 연락처를 요구하였으나 본사측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며 “모든 대리점주들은 타지역의 현재 판매상황 등을 궁금해 하고 정보교환을 하는 등 상호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함에도 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자신들의 사업행태의 비밀, 터무니없는 수익들이 대리점 주들 사이에 알려지고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월 수익 몇 백 보장’, ‘철저한 상권분석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곳에 책임 설치’ 등의 광고에도 과장, 허위가 많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씨는 “수익성이 높은 곳 낮은 곳 따지지 않고 사용할 사람도 없는 곳에 설치가 이뤄졌으며 계약당시 보장했던 수익과 실제 수익의 차이도 컸다”고 말했다.

해당업체는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껄끄러워 했다. 업체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유통 쪽으로만 해도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성공 사례자를 조작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실제 정식절차를 밟고 공문처리를 한다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상의해 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허위광고에 대해선 “실제로 월 수익 몇 백만원 보장 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경기가 어렵다보니 수익구조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계약 파기 시 조건에 대해선 “본사에서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를 하고 나면 모든 권리가 대리점주에게 가는 것”이라며 “계약을 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계약을 파기 한다해도 본사에서 계약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는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빛 좋은 개살구’

그러나 경기 불황 속 소자본 창업이 늘어나면서 가맹점 관련 분쟁도 크게 늘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290여건이던 분쟁건수는 지난해 600여건으로 이미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10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에는 무점포창업과 관련해 허위 성공사례를 광고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창업자의 수익을 부풀려 광고한 2개의 사업자가 적발 돼 과징금과 고발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점포 사업은 내용적으로는 가맹사업에 해당되지만 가맹 업체의 상표 사용권 보유와 지속적 교육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가맹점 인정을 받지 못한다. 결국 관련  법이 없어 분쟁이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소송을 통해 구제받는 외에 대안이 없다.

그러나 사실상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창업에 뛰어든 서민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창업비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불황 속 청년층의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데다 젊은 명퇴자들이 늘면서 창업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날로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민을 ‘위한’ 다는 사업이 서민을 ‘울릴’수도 있으니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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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