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면 ‘철수 탓’, 안 되면 ‘재인 탓’ 된 사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07 1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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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꿀꺽?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로 정국이 흔들리고 있다. 파장만 남고 주인공은 자취를 감췄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고심도 깊어졌다. 안 전 후보 없이는 남은 대선기간을 어떤 식으로 버텨나간다 해도 무리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혹여 어렵게 이긴다 해도 영광은 안 전 후보의 몫이고 진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질 경우 깎아 먹은 지지율은 문 후보의 ‘대권욕심’ 탓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문 후보 혼자 아등바등 찬바람 맞으며 전국을 누벼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문 후보로선 앞도 뒤도 캄캄한 어둠 속 벼랑이다.

현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접전을 펼치며 박빙의 선두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양측 모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양측 내부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일부는 승리를 확신하며 안도하고 있다. 절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양 진영 모두 다소 찝찝하게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 전 후보에 대한 한 가닥 희망과 기대 때문이다.

군복은 벗어놓고
전장에 참가한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선언은 굉장히 전략적이었다. 안 전 후보는 ‘이도저도’ 아니면서 가장 안전한 노선을 선택했다.

우선 ‘정권교체’를 서두에 언급했다. 자신이 내세웠던 ‘새정치’를 대의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안 전 후보의 필살기였다. 정권교체가 사퇴이유였지만, 엄밀히 따져 문 후보와의 단일화는 아니었다.

안 전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고 했다. 여론과 정치권은 백의종군에 내포된 안 전 후보의 속내를 점쳤다. 백의종군이라는 사자성어가 순식간에 포털을 뜨겁게 달궜다.


백의종군은 ‘흰옷을 입고 군대를 따른다’는 의미다. 벼슬 없이 군대를 따라 전장에 간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는 아이러니한 안 전 후보의 처지와, 앞으로 있을 행보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암시한다.

벼슬이 없다는 것은 결재권, 곧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전장에 가겠다는 것은, ‘승리’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아무런 직책이 없기에, 패배의 결과에 자유로울 수 있다. 군사를 진두지휘할 직책을 완전히 문 후보에게 양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 전 후보의 캠프 합류는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 후보 진영에서 정해진 훈련을 받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 위해 새정치 양보하고 ‘백의종군’ 선택
실패해도 '책임’ 없지만, 이기면 ‘영광’ 돌아와

그럼에도 전쟁에서 아군이 승리하면 그에 대한 포상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게 세상 이치다. 

이 같은 백의종군이 가능한 이유는 안 전 후보의 지지자들 때문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문 후보 진영에 합류하고, 일부는 전장에 나서지 않으며, 일부는 적진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후보는 전장에 따라나서면서도, 정작 칼을 휘두르지 않고 관망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 전 후보의 지지자가 충분히 움직인 다음에, 안 전 후보가 칼을 휘두르는 ‘척’만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안 전 후보가 선언한 백의종군 사자성어에 빗대어 시나리오를 펼쳐보면 그렇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1%라도 더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바로 ‘지지층 이탈 방지’를 위한 ‘안철수 끌어안기’ 때문이다.

문 후보로서는 경제적이지 못한 계산이다. 안 전 후보에 대한 예우가 조금이라도 부족할 경우, 문 후보는 흡수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지층 이탈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 야권 지지자로 분류되지만,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동시에 열망하는 유권자가 그들이다.

부동층 투표 포기 막아야
안철수 한마디면 게임 끝  

그들이 박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없지만,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은 있다. 그들의 표가 공중분해 되는 것이다.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바라는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발’ 가능성이 농후한 유권자들이다.

반면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갖출 경우, 문 후보가 흡수할 수 있는 ‘무당파’는 한계가 있다. 이들은 새정치만 열망하는 유권자다. 문 후보로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동층이다.

티끌만한 확장이지만, 정작 이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11월27일,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3%p) 안 전 후보가 사퇴 선언을 한 후 안 전 후보 지지층의 61%는 문 후보에게 돌아섰다. 나머지 14%는 박 후보에게, 24%는 부동층으로 남았다.

문 후보는 24%를 흡수하기 위해 안 전 후보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야권후보 단일화가 실패했다고 평가했으며, 문 후보에 대한 생각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의 안 전 후보 지지층 흡수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실패했다'는 응답은 60%, 단일화한 것이라는 응답은 25%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화 실패했다-60%
문재인 나빠졌다-27%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문 후보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 대한 물음에, '좋아졌다' 10%, '나빠졌다' 27%, '변화 없다' 56%로 문 후보에 대해 인식이 다소 악화했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지지층은 안 전 후보의 사퇴를 '헌신'으로 보지만 문 후보와 박 후보 지지층에선 ‘명쾌한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부분은 문 후보의 몫으로 남는다.

더 자세히 보면 이렇다. 안 전 후보가 사퇴 선언에서 “문 후보께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고 발언하면서, 백의종군 선언과 균형을 맞췄다.

어쨌든 안 전 후보는 박 후보 편에 서지 않았다. 문 후보에게 반기를 들지도 않았다. 더 나아가 안 전 후보 지지자들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이것은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61%, 즉 정권교체를 열망하며 문 후보에게 돌아설 지지자들이 안 전 후보에게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을 방지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안 전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리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새정치를 열망하는 24%의 부동층을 안 전 후보 지지자로 확실히 묶었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안 전 후보가 묶어둔 실타래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안 전 후보 지지층이 조금이라도 흡수되면, 안 전 후보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정치 희망하는 24%, 반만 흡수해도 성공적
안철수, 막판에 깜짝 지원 극적 효과 노릴 듯

안 전 후보가 사퇴 선언 후 닷새 만에 모습을 드러내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지원을 판단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러한 그림이 그려진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자신의 캠프 근처에서 박선숙·김성식·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등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이후 선거지원이나 향후 행보 등과 관련해 “23일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것 그대로”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안 전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그가 어떤 식으로든 문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가 선거 중반 이후에야 문 후보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도 공동유세와 같은 직접적인 선거지원이 아닌 간접지원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이후 자신의 정치 행보를 고려하면 당장 나서긴 부담”이라면서 “지지층의 서운함을 달래며 일정 기간 지켜보다 문 후보가 좀 더 수세에 몰릴 때 등판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안 전 후보의 지원을 무리하게 압박하는 것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당분간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안 전 후보는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방안도 서고 지지자들의 흔쾌한 동의가 이뤄지는 시점에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우리가 재촉할 입장은 아니니 기다리겠다”라고 매체를 통해 말했다.

간접적인 지원할 듯
“마누라 빼고 다 바꾼다”

안 전 후보가 선거지원에 가담하더라도 문 후보에게 흡수되는 표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럴 경우 이것은 문 후보의 책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를 열망하는 유권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마누라 빼고 다 바꾼다는 마음으로 당을 혁신하겠다”고 발언해 부동층 흡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비록 공로가 안 전 후보에게 돌아가더라도 문 후보로선 지고 욕먹는 것만큼 끔찍한 상황은 아마 없을 것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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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