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① '꽃놀이패' 쥐고 회심의 미소 짓는 박근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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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막진 못했지만 챙길 것은 다 챙겼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지난 23일 대선후보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로써 야권단일후보는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귀결됐고,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맞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박 후보로선 긴장할 법도 한 상황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동안 단일화라면 치를 떨던 박 후보가 말을 아끼며 극도로 표정관리에 나선 듯하다. 속으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일화를 막진 못했지만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 박 후보가 쥐게 된 '꽃놀이패'를 살펴봤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제일 싫어하는 꽃이 '단일화'라는 농담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는 박 후보에게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실제로 박 후보 진영이 그동안 쏟아낸 야권단일화에 대한 평가는 논리적인 '비판'이라기보단 감정 섞인 '비방'에 더 가까웠다.

눈엣가시 '단일화'
비판 넘어 비방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좋은 노래도 많이 들으면 싫증난다. 추태와 혼란의 야권단일화가 정말 징그럽다"고 말했고,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사상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하는 희대의 정치사기극이자 헌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은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경선기간 동안 상대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네거티브적인 발언만큼은 끝까지 자제했던 박 후보 역시 "단일화는 이벤트 쇼"라며 "민생과 관련 없는 권력게임에 가깝다"고 연일 단일화 비판에 동참했었다. 그만큼 야권후보단일화는 박 후보나 새누리당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양 진영 난타전에 신난 새누리 "결승도 문제없다"
유출 인재, 유출 표심 잡기에 총력 "도약 할까?"


이런 와중에 지난 23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양측 대리인들끼리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던 중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전격적인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박 후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야권단일화가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현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얼핏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웬일인지 박 후보 진영은 느긋한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박 후보가 양 후보 진영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출되는 인재와 유출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단일화'를 부르짖었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을 살펴보면 양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전투구'에 더 가까웠다. 따라서 박 후보 측은 반드시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 후보로선 단일화 승부에서 사실상 패한 안 전 후보 캠프 측 인사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야권단일화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킬 수 있는 패를 쥐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없다. 하지만 머릿수보다는 상징적인 인물 한두 명만 영입에 성공한다 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느긋한 박근혜
초조한 문재인

박 후보 진영은 단일화 과정에서 유출될 표심에도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당초 야권후보단일화가 성공한다 해도 최종 단일후보에 대한 상대후보 진영의 지지율은 7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단일화 과정에서 패한 후보 진영에서 최소한 20% 이상의 유권자들이 유출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박 후보로서는 이들의 표심도 자신에게 끌어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굳이 이들의 표심이 박 후보를 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계산이다. 물러난 안 전 후보 측 지지자들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야권 성향의 다른 군소후보들에게 분산된다고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박 후보가 양 진영의 난타전으로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였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총괄기획을 맡아 불리한 선거판세를 뒤집어내고 대선에서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낙마했으니 박 후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물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고 해도 이 전 대표는 물밑에서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지만 그 효과는 분명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은 기존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은 이미지가 가장 큰 장점이었던 문 후보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다. 결국엔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고 안 전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대권행보는 험로가 예상된다.

세 번째 이유는 양 후보가 단일화에만 몰두 할 때 박 후보는 물밑에서 내실을 다지며 최종 결승을 준비해 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에만 집중하다보니 외연확장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야권 군소후보들과의 연대논의조차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둔 지금에야 손을 대야 할 판이다.

반면 박 후보는 차근차근 외연확대에 나서 지난 16일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절차를 마무리 했으며, 22일에는 이건개 무소속 대선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단일화를 이뤘다. 이밖에도 박 후보 진영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인재영입에도 속력을 내고 있다.

이미지 치명적 상처
인재유출도 고민거리

정치전문가들은 "외연확대를 통한 이 같은 내실다지기가 지금 당장 큰 효과를 나타내진 않겠지만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되고 1대1 구도가 형성되었을 때는 박 후보 진영이 훨씬 더 견고하고 조직력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네 번째 이유는 이슈 장악력에 비해 빈약한 야권의 지지율이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단일화 정국이 지속되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며 전전긍긍했었다. 그러나 야권의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가 보름 넘게 계속됐었지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한 수준이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무작위 추출, 유선전화(80%) 및 휴대전화(20%)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5.5%에 달했다. 반면 문 후보는 27.0%, 안 전 후보는 20.8%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한때 박 후보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무척 선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에서는 "비록 이슈에선 밀렸지만 표에서는 밀리지 않았다"며 문 후보와의 결승전에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단일화 정국에서 박 후보는 이슈에서 멀어졌지만 네거티브에서도 멀어졌었다. 그동안의 대선정국에서 과거사와 측근비리 의혹 등 네거티브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박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정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평탄하고 편안한 대권가도를 달려왔던 것이다.

이슈 장악력에 비해 빈약했던 지지율, 야권 '울상'
이슈에서 멀어진 박, 네거티브에서도 멀어져 '방긋'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슈에서 밀려도 표는 떨어지지 않으니 문 후보가 다른 군소후보들과의 단일화도 시도한다면 이대로 대선종반까지 묻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단일화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단일화에만 매달리면서 '사람이 먼저다'가 아닌 '안철수가 먼저다'가 됐다는 말이 나왔었다.


단일화 정국에서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측이 불편해 하는 인사라면 측근이라도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직이 없는 안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민주당은 안 전 후보 측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정당의 조직 동원은 어쩌면 당연한 전략이다.

민주당이 주춤한 사이 새누리당은 각 지역구별로 바닥민심을 훑으며 다가오는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안철수 감싸기'가 단일화에는 도움이 됐을지는 몰라도 박 후보와의 최종대결에서는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발목 잡힌 민주당
훨훨 나는 새누리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0여 일이다. 남은 기간 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대반격을 가한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대선에서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최후에 웃는 사람은 박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이슈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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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