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④밀양아리랑

삶의 애환 녹아있는 아리랑 고장 “날 좀 보소∼”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진 밀양아리랑은 너른 들에서 일하는 고단함을 달래주던 농요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로 부르는 노래기 때문.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른다. 이 흥겨운 노랫가락은 광복군의 군가로도 사용되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100여 수나 되는 밀양아리랑의 일부를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영남루 옆에 세워진 밀양아리랑 시비와 아랑 전설의 중심지 아랑사도 구경해보자.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와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청봉요도 밀양의 가을 여행지다.

삶과 정서 닮은 밀양 가락, 애절함도 구비구비
밀양아리랑 빚어낸 역사의 숨결·풍광 한눈에

최근 드라마 〈아랑 사또전〉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억울하게 죽은 밀양부사의 딸 이서림과 어머니를 찾아 밀양으로 온 김은오가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경남 밀양시에 내려오는 ‘아랑 전설’을 원형으로 삼았다. 옛 소설 〈장화홍련전〉도 아랑 전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아랑 전설이 원형이라 전해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민요 밀양아리랑이다. 밀양 사람들이 정절을 지키려다 죽음을 당한 아랑 낭자를 기리며 부르던 노래가 밀양아리랑이라 한다. 지금도 밀양에는 아랑 낭자를 기리는 아랑사가 있다.

밀양 사람들은 영남루 아래 자리한 아랑사에 들어서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 현지인인지, 외지인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랑 낭자의 마음을 배려해 남녀가 떨어져 들어오면 현지인,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함께 들어오면 외지인이라고.

고단함 달래주던
우리 가락


아랑사 옆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밀양아리랑 시비가 보이고, 그 옆에 밀양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음향 시설이 있다. 안내판의 빨간 단추를 누르면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아리랑이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날 좀 보소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 정든 님이 / 오시는데 / 인사를 못 해 / 행주치마 입에 물고 / 입만 방긋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보다 매우 빠르고 흥겹다. 때문에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너른 들녘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농요라는 의견도 있다. 산과 강, 들이 모두 있는 밀양은 예부터 곡식과 과일 농사가 많은 풍요로운 고장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에 수확하는 기쁨도 컸다. 하지만 들이 넓으니 농사는 고달팠고, 그것을 밀양아리랑이 달래줬다는 이야기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다. 볏짚으로 게줄을 꼬며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르는데 남자들은 지게 작대기를 두드리며, 여자들은 나무바가지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고.

밀양아리랑은 광복군의 군가로 사용되기도 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밀양에서 사라져가는 밀양아리랑의 원형이 연변에 남아 있는 이유다. 세월이 흐르며 다양하게 변형된 밀양아리랑은 100여 수가 전한다. 이중 광복군아리랑을 비롯한 몇몇 아리랑은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밀양시립박물관에는 춘정 변계량, 점필재 김종직 등 대학자를 배출한 밀양의 학맥과 밀양12경도, 영남 유림이 발행한 성호선생문집책판 등이 전시되었다. 밀양의 독립운동사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 입구에는 다양한 태극기 모양을 공부할 수 있는 태극기 스탬프 체험 공간도 있다.

밀양아리랑 시비 앞에 자리한 영남루(보물 147호)는 밀양의 중심이다. 밀양강과 그 너머의 산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름다운 이 누각은 장식이 화려하다.


눈을 부라리며 아래를 감시하는 금치호랑이 기와, 용과 태양이 새겨진 기와, 다양한 연꽃이 새겨진 동그란 기와,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신선들, 연못을 헤엄치는 오리, 학을 타고 가는 신선,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염소를 앞세우고 걷는 신선, 천장의 네 귀퉁이에 그려진 사신도 등이다.

영남루의 장식이 이처럼 화려한 것은 국가의 행사를 많이 치른 장소였기 때문.

양 아리랑의
발자취를 찾아서

한양에서 영남대로를 지나 부산의 다대포로 가는 조선통신사도 이곳에서 보름씩 머무르며 피로를 풀었다. 당시에는 당상관이 아니면 누각에 오를 수 없었다고 한다. 누각의 현판에서 당시의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 해도 좋은데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느냐’는 문익점의 현판이다.
영남루처럼 밀양강을 굽어보는 곳에 작은 사찰이 있다. 영남사의 암자였던 무봉사다. 그곳에 통일신라의 석조여래좌상(보물 493호)이 있다.

11월, 밀양의 산들은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천황산이다. 해발 약 1020m까지 이어진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가 있어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때는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내려 사자봉을 지나 사자평까지 다녀오는데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할 계획이라면 오전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얼음골에서 나오는 길에 3대를 이어 도예를 하는 청봉요에 들러보자. 도예와 다도 체험은 물론, 청봉 2대와 3대 작가의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korean.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밀양아리랑 답사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밀양향교 → 저녁 식사
가을 억새 여행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재약산(수미봉) → 사자평(억새)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저녁 식사
문화 답사 : 영남루 → 밀양시립박물관 → 점심 식사(퇴로마을) → 가산저수지 둘레길 → 밀양연극촌 → 위양못 둘레길 → 퇴로마을 → 저녁 식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퇴로마을 → 저녁 식사(숙박)
둘째 날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귀가

<관련 웹사이트 주소>
밀양시 문화관광 http://tour.miryang.go.kr
밀양시립박물관 http://museum.miryang.go.kr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www.icevalleycablecar.com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www.doonggee.com

<문의전화>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4 밀양시립박물관 055)359-5589
영남루 관리사무소 055)356-2452 무봉사 055)354-3296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055)359-3000 청봉요 055)353-5592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밀양, KTX 하루 12회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 → 밀양·청도 방향 왼쪽 길로 진입 → 밀양시립박물관 → 약 1k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500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130m 앞 상설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영남루1길 따라 좌회전 → 영남루(아랑사, 무봉사)

<숙박정보>
재약콘도모텔 : 단장면 시전2길, 055)351-1194, www.jaeyak.co.kr(굿스테이)
밀양관광펜션 아름드리 : 단장면 표충로, 055)351-0082, www.areum-dri.co.kr
알프스관광펜션 : 단장면 아불1길, 055)352-5763, www.alpspension.kr
아시아드모텔 : 시청서2길, 055)355-6611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부북면 퇴로로, 070)7313-7022, www.doonggee.com

<식당정보>
샘물상회 : 두부·라면,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전망대 위쪽, 055)356-7664
약산가든 : 흑염소불고기·더덕정식, 단장면 시전2길, 055)352-7786
밀양할매메기탕 : 메기매운탕, 밀양시 용평로, 055)356-6664
시장식당 : 보리밥, 밀양시장 내, 055)352-0945
뜰마당 : 손두부·비빔밥, 부북면 퇴로로, 055)355-1700

<이색체험정보>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밀양시 부북면에 자리한 전통 한옥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옥에 숙박하며 계절별로 다양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에 있는 밀양치즈스쿨에서 치즈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주변 볼거리>
표충사, 만어사, 표충비각, 밀양연극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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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