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삶을 사는 '제2의 김근태' 고문잔혹사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9 11: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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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고 찔리고 매달려도 '한번 빨갱이는 영원한 빨갱이'

[일요시사=정치팀] 영화 <남영동 1985>가 화제다.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자행된 처참한 역사가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수많은 고문 피해자들의 삶도 뒤늦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무슨 이유로 이들의 삶은 철저히 외면당했을까. <일요시사>가 '제2의 김근태'로 살아가는 이들의 ‘고문잔혹사’를 들어봤다.

1978년 2월 새벽. 남자 대여섯 명이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똥물'을 투척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여성들의 가슴과 입에 똥물을 마구 쏟아댔다. 회사에 매수된 행동대원인 그들의 만행은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이른바 '똥물사건'으로 유명한 방직공장 여성노동자 5명은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하는 유인물을 뿌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빨갱이, 가족도 등 돌려

이른바 불순·용공세력으로 몰린 이들은 배후를 불라며 자백을 강요받았다. 조사과정에서 온갖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뺨을 맞고, 머리채를 잡아끌리고, 걷어차이고, 짓밟히며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때부터 이들은 '빨갱이'로 낙인 찍혔다. 이때 그들의 나이는 불과 17~22세였다.

그중 A양은 가족의 감시 속에 살다가 21세 되던 해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A양이 감옥에 다녀온 것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없다"던 남편은 결혼 후 "빨갱이와 결혼해 재수가 없어 일이 안 풀린다"며 수시로 A양을 폭행했다.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B양은 가족의 무시와 경멸 속에 살았다. 또한 C양은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해 결혼생활을 했다.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의 피해자 유모 씨.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은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반국가단체 조직범으로 몰아 대거 처벌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유씨는 남영동 고문실에서 한 달 넘게 고문을 당했다. 유씨는 고문 과정에서 3차례나 병원에 실려 갔다. 갈비뼈 3대가 금 갔고, 이가 통째로 흔들렸다. 밥 삼킬 힘조차 없었다.

구속에서 풀려나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유씨의 인생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난한 노동자인 유씨는 고문으로 망가진 몸을 치료할 돈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극도의 공포와 악몽에 시달렸다.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방에 있으면 누가 잡으러 오는 것 같아 수시로 집을 나갔다. 몇 달이고 노숙하며 구걸로 생활했다. 아내와 딸에게 이끌려 집에 돌아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자살시도도 잦아졌다.

가족은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지만 유씨는 "왜 나를 미친놈 취급하느냐"며 화내기 일쑤였다. 유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내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문 후유증이란 생각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유씨의 부모는 '빨갱이 아들을 둔' 사람으로 소문이 나 이웃의 배척에 시달렸다. 부모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어 고향 발길도 뜸해졌고, 그러다 연락이 끊겼다. 경제적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유씨는 결국 딸의 결혼을 앞두고 아내와 이혼했다.

고문 피해자 자살 시도만 39.53%에 달해
정신병원에 감금되거나 노숙자로 살기도


이 같은 이야기는 똥물사건 여성노동자와 학림사건의 유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 고문 피해자들은 정신적·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린다.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나아가 사회와 국가로부터도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씨처럼 고문을 당한 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람은 매우 많다. 때로는 그대로 방치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 탓만은 아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자칫하다 빨갱이로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 문제였다.

고문이 고문을 낳는 비극이었다. 그러다보니 가족은 치료를 꺼리고, 환자는 방치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들의 정신적 고통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대인예민성, 우울증, 불안증, 적대감 증상 등의 정신질환이 그것이다. 고문 피해자들은 일반인의 4배에 이르는 우울증 발병률을 가지고 있다. 정신분열증은 20배에 이른다.

자살률도 굉장히 높게 나타난다. 임채도 인권의학연구소 실장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시국사건의 경우 20.85%의 고문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했고, 조작간첩은 39.53%의 고문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고도 정신적·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이들을 짓누른다. 고문 피해자들은 전과자로 분류돼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 직업을 잃기도 하며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고문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 경제활동도 불가능해 이들의 생활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사회적 지지 부재로 말미암은 고통도 만만치 않다. 주위 사람들이나 이웃이 외면하고 배척하거나,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도움이나 피해구제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고문 경험을 사람들이 전혀 믿지 않거나, 고문에 대해 털어놓을 수 없는 것도 이들의 숨통을 조인다.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인척의 외면이 가장 큰 고통이다.

피해자 가족의 고통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들도 피해자와 함께 정신적·신체적, 그리고 생활면에서도 동일한 고통을 겪는다. 심지어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처럼 고문 피해자와 가족들은 고통을 위로받거나 치유 받지 못한 채 더욱 처참한 삶으로 내던져진다. 이들은 '지옥 같은 삶'이라고 표현했다. 

"지옥 같은 삶" 토로

한 고문 생존자는 "신체적으로 예민해지고, 말초 부분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기관지가 안 좋아졌다. 옷을 다 벗기고 고문당할 때, 그때 버텨야 했는데…. 못 버틴 것에 대한 자책감, 자존심 상한 것이 쉽게 안 잊혀져 정신적으로 괴롭다. 사회적으로는 사람에 대해 안에서부터 선을 긋게 된다. 친척, 친구라 하더라도 그 선을 넘어 친해지기 힘들다. 그 선을 넘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고문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불법한 조사방법 중 하나다. 한 전문가는 "고문은 무능한 수사능력을 방증한다. 추리와 조사 그리고 과학수사 모든 과정을 '한방'에 해결하려는 공권력의 비극이다. 하물며 아무것도 '털 것' 없는 사람을 수사할 경우, 이러한 한방은 더욱 끔찍하게 한 인간의 인생을 망쳐버린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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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