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② 무엇이 안철수 등을 떠밀었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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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제안 순간,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요시사=정치팀] 직함이 바뀌었다. 이제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23일 오후 8시20분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지난 9월19일, 단상에 올라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안 전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는 안 전 후보의 목소리는 줄곧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무엇이 안 전 후보 목을 그토록 메이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안 전 후보의 말 못할 사퇴 이유를 분석해봤다.

2012 대선정국이 결국 양강체제로 돌입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전격 사퇴함으로써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 후보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양 캠프 모두 '멘붕'

안 전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안 전 후보의 치열한 66일은 역사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가져다 드리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문 후보 몫이 됐다.  

치열한 전면전이었다. 혹시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건 아닌지, 보는 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단일화는 주말을 넘겨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문-안 양측 캠프 인사들은 후보등록마감일인 26일을 가장 유력한 날로 점쳤다.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에 캠프 인사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전 후보가 단일화 시한을 앞두고 숙고하는 동안, 아무도 이러한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안 전 후보의 깊은 고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안철수 양보설'은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조직력 열세가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다.

여론이 정국을 주도하는 분위기에서는 안 전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쪽수가 방점을 찍는 판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문 후보가 뒷심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 전 후보는 쪽수전쟁에서 밀려 '정당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안 전 후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내 정치쇄신 움직임이 호평을 받으면서 신뢰회복에 나섰다. 여론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민주당의 '쪽수전쟁' 조직 동원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였다.

'여론'의 힘으로 올라오다 '쪽수'에 발목 잡혀
'구태' 치우려다 '구태'로 몰려 정치생명 위험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잡음은 요란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김한길-이해찬 당 대표 경선도 석연치 않았다. 이해찬 전 대표가 막판 모바일투표에서 역전하면서 선거인단 모집과정에 의혹이 돼면서, 이 전 대표와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서로 등을 돌렸다.

올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도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은 말썽이었다. 민주당은 아슬아슬하게 파행을 면했지만, 4·11 총선에 이어 쓰라린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와 조직 동원에 대한 반성이나 사실 확인 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명부를 바로 폐기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을 대조할 근거자료가 없었던 것. 

현행법상 경선이 끝나면 6개월간 선거인단 명부를 보관하게 돼 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경선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구멍 난 법망이 쪽수싸움의 통로가 된 셈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5일 문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말 많고 탈 많은 쪽수전쟁에 뛰어들었다. 극적으로 타결된 두 후보의 회동으로 야권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 캠프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단일화 협상단은 파행을 거듭했다.

끝없는 조직 동원 논란
구멍난 법, 민주당 활개

안 전 후보 측이 "협상 위반"이라며 ‘여론조사 조직 동원’을 문제 삼은 것. 안 전 후보 캠프는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착신 전환까지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모바일 투표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이 야권단일화를 앞두고 또다시 조직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문 후보 측 시민캠프는 그동안 매체를 통해 "캠프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문 후보 지지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문 후보 측 시민캠프가 시민멘토단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안 전 후보 측 캠프에서도 지지자나 캠프 활동가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정연순 대변인은 "그럴 수 있는 조직도 없고, 인력도 없는 것 다 알지 않느냐. 설령 있다 하더라도 지지자에게 여론조사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모로 가나 뒤로 가나'
피할 수 없는 민주당

현재 문 후보 측은 전국에 3600명의 시민멘토단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문 후보 측 시민캠프의 선거운동 대상이었다. 민주당의 정예군에 안 전 후보의 의병단이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무소속인 안 전 후보가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대선후보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란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정치쇄신’에 신경 써야 하는 상반된 입장에 놓인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이뤄 여당이 되겠다는 복안으로 조직력을 동원해 동상이몽을 꿈꾸는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졌다.

안 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러한 연결고리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안 전 후보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조심스러운 예측이었다.

안 전 후보는 '모로 가나 뒤로 가나' 민주당과의 치열한 쪽수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문국현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대통령 돼도 '민주당 허수아비' 노릇 할 처지 
정치 계속할 듯… 향후 구체적 거취는 불투명

이처럼 정국은 안 전 후보에게 유난히 척박했다. 안 전 후보가 협상에서 단일화 시한을 후보등록일 전으로 정한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가운데 양측 실무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단일화 지연에 대한 화살은 안 전 후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더욱 안 전 후보를 압박하며 '룰 전쟁'을 벌였다.


지난 23일. 결국 양측 실무팀은 안 전 후보 측이 제안한 중재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후보자등록신청 이틀 전이었다. 설령 합의했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문제였다.

급기야 전라북도 완주에서는 단일화를 촉구하며 한 지지자가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 전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를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안 전 후보는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며 후보직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안 전 후보의 이 같은 선택을 두고 전문가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름다운 지지를 보여주지 못해 앞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쟁을 거치지 않고 후보직을 내려놔 민주당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초석을 마련했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가겠습니다"라고 말해 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로써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문 후보에게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바로 안 전 후보의 지지층 흡수가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안 전 후보가 새로운 카드를 가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문 후보는 우선 정치쇄신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의 반발을 무마하고 당심을 모아야 안 전 후보를 향해 '제2의 구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정치쇄신 움직임도 문 후보의 숙제다.

두 번째는 안 전 후보 캠프 인사를 포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했던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위원장의 거취와 직장을 퇴직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안 전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과의 조직 융합이 두 번째 과제다.

"가시밭길 계속 간다"
안갯속 정치인생

마지막으로 안 전 후보의 정치적 거취 문제 해결이 남는다. 종래 제기됐던 이른바 '문통안총설'이 재차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가 반등을 보이지 못할 경우 회심의 카드로 '안철수 국무총리' 카드를 꺼낼 것이란 분석이다. 

과연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해 오랫동안 대세론을 이어왔던 박 후보를 물리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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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