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커넥션' 관전포인트 넷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4:00:33
  • 댓글 0개

살짝 열린 판도라 상자서 거물급 '우르르'

[일요시사=경제1팀] 멘붕이다. '비리백화점'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조희팔 사태에 검·경은 '이중수사'논란에 휩싸였고 검찰 간부 금품수수 의혹 때문에 사명이 거론된 기업들은 벌벌 떨고 있다. 정치권은 혹시라도 튈지 모르는 '불똥'을 피해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조희팔 커넥션의 관전포인트 4가지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조희팔 사태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지난 8일. 현직 부장검사가 조씨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부터다.

조씨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조5000억원대의 다단계 사기범인 조씨 일당의 은닉 자금을 찾는 과정에서 조씨의 핵심 측근이자 자금 관리책인 강모씨가 이 검사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로 돈을 입금한 거래내역을 찾아냈으며, 역시 이 계좌로 유진그룹 측에서도 6억원대 자금이 흘러들어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가로채기'
독자 수사 강행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검사는 조씨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김광준 검사.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가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찾는 CCTV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이 김 검사 외에도 현직 검사 2∼3명이 더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에 이은 또 다른 '○○○ 검사'로 비화할 조짐이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검찰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임검사 카드를 꺼낸 것. 검찰은 지난 9일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진 특임검사로 임명해 바로 수사팀을 편성하고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임검사는 지정된 사건에 대한 수사, 공소제기, 유지 등 직무와 권한이 있고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는 정식 수사절차가 아닌 내사단계에 있으므로 특임검사가 수사를 해도 충돌하지 않는다"며 "향후 경찰에서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수사개시 보고를 하고 수사에 착수할 경우에는 통상 절차에 따라 관할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지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수사를 검찰이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어 방해한다는 것이다.

경·검 이중수사 논란 "치열한 기싸움 전개"
유진 오너일가 수사선상…연루 기업들 초긴장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는데 검찰이 우리가 내사단계라고 하며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형사소송법상에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검찰은 차장급 특임검사 1명, 부장급 검사 1명, 검사 8명, 수사관 15명으로 수사팀을 편성해 하루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김 특임검사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지검에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도 최정예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13명을 투입, 휴일도 반납하고 수사를 계속했다. 특히 특임검사가 출근한 날인 10일 김 검사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김 검사의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에 석연찮은 뭉칫돈을 보낸 5∼6명의 인사에게도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수사 의지와 함께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김기용 경찰청장도 경찰의 독자수사 방침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청장은 지난 11일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가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2개 기관이 따로 수사를 하는 것은 인권 등의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검찰이 송치지휘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인지 법적인 검토를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김 특임검사는 김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 유진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특임검사팀은 지난 13일 오후 2시50분께 김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12시간25분여만인 14일 오전 3시15분께 귀가조치했다. 특임검사팀은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50분께 김 검사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인 뒤 16시간30분만인 15일 오전 2시26분께 귀가조치했다.

경찰은 14일 김 검사의 실명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김 검사 명의의 은행계좌 1개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신청했다.

유진그룹 오너형제
피의자 신분 조사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임검사의 수사 착수 이후 경찰이 수사 개시 보고를 했기에 그간의 경찰 수사는 내사에 불과하므로 이중 수사 상황은 검찰 책임이 아니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에 반해 경찰은 해당 검사의 차명계좌 소유주를 입건한 지난 2일 수사는 이미 착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특임검사가 결국 수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검찰이 검사를 수사하고 경찰의 수사를 빼앗는 모양새는 '제식구 감싸기'와 '수사 가로채기'라는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이 송치지휘권을 발동해 '교통정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음에도 적극적인 지휘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의 송치지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이중수사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검·경 이중수사 논란의 불씨를 지핀 김 검사는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 걸까.


김 검사는 조씨의 측근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 외에도 동료 검사 3명과 함께 유진그룹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도 사고 있다. 그는 2008년과 지난해 유진그룹의 주식을 매매해 2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검사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근무시절 맡았던 KT와 KTF(2009년 KT와 합병)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할 당시 KT 임원 등과 해외여행에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다. 그 당시 KT는 사장이 구속 될 정도로 검찰 수사가 한창이었다.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검사는 2010년 대구지검 근무 당시 다른 검사가 수사 중인 개인 간의 고소 사건에 개입해 부당한 압력을 넣은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해 알고 지내던 김모씨가 공갈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뒤 김씨를 무혐의 처리한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고소인·피고소인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던 이 사건은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최종 관할지가 변경됐다.

검·경 이중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김 검사 만이 아니다. 유진그룹 또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하이마트를 매각하고 전남 광양의 슬래그시멘트공장을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나선 유진그룹은 이번 사태로 '적신호'가 켜졌다.


특임검사팀은 지난 11일 유진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한데 이어 하루 뒤인 12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 특임검사팀은 유 회장 형제를 상대로 김 검사와의 관계, 금품 전달 경위와 규모,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유진기업이 100% 출자한 EM미디어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 2008년 5월 김 검사에게 6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도 경찰대로 김 검사가 유진그룹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2008년 즈음에 김 검사나 소속 검찰청이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 내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사실조회 및 자료요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유 회장 본인이 하이마트 이면계약 의혹에 이어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기업이미지에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그룹 측은 자금이 김 검사에게 건네진 것은 맞지만 그룹 차원이 아닌 개인 사이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 대표가 평소 알고 지내던 김 검사가 전세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준 돈"이라며 "개인적인 돈 거래"라고 일축했다.

TK출신 실세
'좌불안석'

KT도 비상이다. 김 검사는 2008년 말 KT 계열사인 KTF 임원과 마카오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경비 수백만원은 동행한 KTF 임원이 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KT·KTF 납품 및 인사청탁 등과 관련된 수사를 하고 있었다. 김 검사는 특수 3부장이었다.

경찰은 김 검사가 특수 2부에서 진행하는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KTF측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해외여행에 든 돈은 수백만원 정도지만 수사 편의제공과 관련된 대가성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혹시 모르는 '불똥'을 피해 잔뜩 웅크리고 있다. 이른바 '조희팔 리스트'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스트에는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 정권 실세 등 정관계 인사 수십명이 오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지자체 및 중앙부처 공무원 등과 함께 고위직 인사들도 여럿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씨는 사업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기극을 벌여왔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사건 진원지인 TK(대구·경북) 지역 출신 권력 실세들은 조씨의 비호세력으로 자주 거론된다. 특히 현 정권 실세로 통한 A씨가 조씨와 가까운 사이였고 조씨가 수사망을 뚫고 밀항에 성공할 수 있는 배경에도 A씨의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을 잡은 검찰이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조씨의 신변을 확보할 경우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조희팔 리스트'에 전전긍긍 
중국서 진짜 죽었나?…사망 조작 의혹

그럼 죽었다던 조씨는 살아 있는 걸까. '죽어야 사는 남자' 조씨가 정말 살아 있다면 그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조작한 희대의 사기꾼이 된다.

경찰은 지난 5월 조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은 조씨의 사망확인증과 화장증서, 장례식 영상을 근거로 조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게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를 봤다는 사람이 나오고 검찰이 그의 소재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 조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18일 중국의 한 고급호텔 근처 식당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지인들과 함게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오후 8시부터 2시간 가량 음주를 하다 호텔방에 온 뒤 갑자기 급체 증상을 보이며 쓰러진 조씨는 중국 청도 위해시의 해방군 제404병원 남방의과대학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을 거뒀다.

조씨의 응급진료기록부와 사망진단서에는 조씨가 구급차 안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조씨의 유족들은 중국 옌타이의 한 장의장에서 조씨를 화장한 뒤 사망 5일 뒤인 12월23일 유골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의 한 공원묘지에 안치했다.

경찰은 지난 5월8일 조씨의 유족과 내연녀 정모씨 등이 지난해 12월 발급 사유가 '부친 사망'으로 기재되어 있는 긴급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5월12일 정씨의 집과 조씨의 자금관리인 중 1명인 유모씨의 집 등 5곳을 압수수색해 조씨 응급진료기록증, 사망증명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조씨의 사망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조씨의 사망은 문서상의 기록일 뿐이다. 조씨라는 확증은 없다. 일반인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도 유전자 감식을 거쳐 본인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섣불리 사망을 확정해 발표하지 않는다. 문제는 조씨의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조씨는 중국에서 한줌의 재가 됐고 화장을 한 유골은 유전자가 변형돼 본인 확인이 어렵다.

문서상 사망
정황상 생존

이와 맥락을 같이해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은 '사망 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조씨 측근들은 "조씨가 살아있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고, 피해자 단체는 "올해 들어서도 조희팔의 목격담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바실련 측은 ▲조씨가 심근경색을 일으켰을 때 호텔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점 ▲조씨의 장례식과 화장을 병원에서 109km 떨어진 곳에서 치렀다는 점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장례식 동영상을 촬영한 점 ▲조씨가 중국에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았던 점 등을 들며 사망 위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조희팔 사건 총정리>

사기부터 사망까지 의혹투성이
 
희대의 사기극은 2004년 10월 대구에 본사를 둔 BMC라는 의료 기구 임대사업에서 비롯됐다. 이 업체의 회장인 조희팔씨가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 모아 골반교정기, 안마기, 가요반주기 등을 사고 이를 빌려준 뒤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조씨는 "안마기 등 건강용품 판매 사업에 투자하면 연 48%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선전하면서 투자자 5만명을 모았고 경남·서울·인천 등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들은 '리브' '리젠' 등 업체 이름을 수차례 바꿔가며 당국의 감시를 피했고 새로운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기존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수익금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수법이었다.

그러던 중 사기행각이 드러나자 경찰이 기소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중국으로 밀항했다. 중국에서는 가명을 쓰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위장한 뒤 중국 옌타이 인근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지난 5월 조씨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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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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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