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부슬부슬 비 내리던 날 공포의 곤지암 정신병원 가보니…

정신병자에 인체실험…원장도 정신병 앓다 자살?

[일요시사 사회팀] 김지선 기자 =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은 약 20여 년 전 이미 문을 닫아버린 폐병원으로,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오싹하기 짝이 없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무속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흉가체험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이곳이 최근 CNN에서 꼽은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하나로 소개돼 새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신병을 앓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는 이곳. 곤지암 정신병원을 취재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구 새텃말) 161-1번지에 위치한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의 원래 명칭은 남양신경병원이다. 약 20년 전 병원장이 이곳을 폐업한 이래로 건물과 잔여물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방치돼있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수년 전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대한민국 3대 흉가로 꼽힌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영 후 많은 이들이 흉가체험을 위해 정신병원을 찾았고, 영가가 많이 보인다는 무속인들의 언급에 일반인들도 하나둘씩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섬뜩한 바람소리
찝찝한 습한 기운

3대 흉가로 유명세를 탄 곤지암 정신병원은 화제의 장소인 만큼 소문도 무성하다. 원장이 정신병을 앓아 자살했고, 그의 두 아들도 잇따라 자살했다, 혹은 형무소처럼 이곳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끔찍한 고문과 실험, 사형을 집행했다는 소문 등이었다. 더욱이 이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근거 없는 설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을 보기위해 곤지암 정신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하나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에 따른 괴소문들은 과연 사실일까.

강남역에서 출발했을 때만해도 화창했던 날씨는 신대리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는 날씨로 돌변했다. 기자는 사전에 곤지암 정신병원의 정확한 위치와 가는 방법 등을 수첩에 상세히 적어왔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던 기대와는 달리 곤지암 정신병원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허기를 달래려 잠깐 들른 한 식당의 종업원 아주머니로부터 위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거기 지금 못 들어 갈텐데…. 지금은 정신병원이 위치한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를 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빙 돌아서 가야해요. 그곳에 사람들 많이 죽었다던데 왜 가려해요?”라며 “기가 약한 사람들은 그곳에 다녀온 후 귀신도 씌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조심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로 거센 비바람을 뚫고 정신병원 근처만 대여섯 바퀴 정도 헤매다 마을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정신병원이 있다는 마을은 맞은편 마을과는 달리 조용했다. 이상하게 그 마을만 가면 비바람이 거세졌고, 하늘도 어둑어둑해졌다. 오후 2시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문에 다다를 때쯤 두 개의 경고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3대 흉가
세계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선정

경고문에는 “이곳은 관리되고 있는 사유지이므로 허락 없이 들어오는 행위는 형법 제319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입니다.(중략) 적발 시 법적조치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아주머니의 말대로 그곳은 사유지로 지정돼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정문 위에는 넝쿨까지 쳐있어 담을 넘을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무조건 내부에 들어 가봐야겠다는 일념하에 모바일 인터넷 검색 결과 뒷산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조금만 뒤로 돌아가니 실제로 병원으로 향하는 뒷동산이 있었고, 무덤 2개를 지나고 나서야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내딛을 수 있었다. 양쪽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나무길을 오르는데 폐병원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건물은 아주 오래되고 낡아보였다.

건물의 분위기는 주위를 감싸는 단풍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지하를 포함해 총 4층으로 지어진 곤지암 정신병원의 분위기는 깨진 창문들과 녹슨 철문, 건물을 통과하는 바람소리 때문인지 더욱 을씨년스럽고 섬뜩했다. 큰 건물 양 옆에는 마치 요양원같이 보이는 별관이 자리해 있었고, 내부에는 4시를 가리키는 괘종시계와 텅 빈 방들이 나란히 이어졌다.

사유지로 지정
모든 입구 닫혀

병원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 입구 앞으로 다다랐다. 그러나 그 역시 철문으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다던 병원 내 모든 입구는 현재 모두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다행이도 철기둥으로만 돼있어 1층 내부는 대충 짐작이 가능했다. 왼편에는 곧 떨어질 것 같은 총무과 현판이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아이들의 낙서와 핏자국처럼 보이는 빨간 페인트 자국, 돌이나 못으로 긁은 자국 등이 어지럽게  있었다. 누군가가 내부로 들어갔던 증거로 보이는 우유 상자가 한 창문 앞에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병원 내부에 들어가기 전 수차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건물 안에는 세면실을 동반한 화장실과 보일러실,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다. 방 안에는 몇 개의 침대들이 이불과 함께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누군가 사용했을 것이라는 찝찝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침대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화장실은 예상 외로 깔끔했다. 수도만 연결된다면 당장 사용해도 될 정도였다. 1층 끝자락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을 보니 식당으로 짐작되는 큰 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병원서 죽어나간 사람 많아 각종 납량특집 소재거리로
녹슨 문짝과 깨진 창문…기록지·침대 등 그대로 보존

비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 내부는 외부보다 더 습하고 공기도 서늘했다. 병원 내 바닥은 물로 흥건했고, 굴러다니는 맥주 캔들, 담배꽁초와 옷가지, 신발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사람들의 방문이 잦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 넘어진 소파들, 바람에 못 이겨 깨져버린 창문 유리 조각과 창문틀 등은 얼마나 이곳을 오랫동안 방치해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었다.

흉가체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겁게 발걸음을 떼며 이곳저곳을 탐방하던 중 환자의 성명과 병명, 처방 등이 적힌 오래된 종이차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50∼60년대 출생인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 알코올 중독 또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영안실이 있을 것이라던 지하실 역시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들어 가보지 못했다. 과거 흉가체험으로 지하실을 방문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곤지암 정신병원 내 지하실이야말로 제대로 된 담력테스트를 체험해볼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은 여느 옥상과 다르지 않고 평범했지만 역시 추운 날씨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곳곳을 배회하다 혹여나 관리인이나 경찰이 올까 성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내려오던 도중 우연히 작업복을 입은 두 남성들을 만나게 됐다. 이 근처 회사에서 일한다는 그들은 “귀신 나온다는 폐병원이 있는 줄은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가보진 못했다”며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오늘 같이 비오는 날 귀신이라도 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한번 와봤다”고 말했다.

마을로 다다를 때쯤 한 주민을 만나 정신병원에 대한 괴소문에 대해 물었다. 주민은 “그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던데…. 그런데 다 지어낸 이야기지. 그 헛소문 때문에 동네주민들 잠도 못자고 말도 아니야. 정문 막아놔도 샛길로 버젓이 들어가는데 뭐. 애들 와서 술 먹고 담배피우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야. 밤에 경찰이 순찰해봤자 별 도움도 안 되더라고…”라며 혀를 찼다.

괴소문은 단지
헛소문이었을 뿐

또 다른 주민은 “여기 문 닫은 지는 20년도 넘었지. 원장이 지병인가 노환인가로 죽고, 자식들은 외국에 가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상하수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닫았다던데…. 사람 죽고 그런 얘긴 들어본 적 없어”라며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기자는 곤지암 정신병원의 실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곤지암읍사무소와 광주시청 등에 문의했다. 몇 차례의 전화연결을 통해 시청 관계자로부터 진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던 소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유주들, 십수년 전 미국으로 이민가고 없어
수도관 누수 문제로 불가피하게 병원 문 닫아

그는 “읍사무소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다 최근에 시청으로 발령났다. 곤지암 정신병원 원장이 정신병을 앓다 자살했다느니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자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것도 헛소문일 뿐이다.


지금 소유주는 원장의 두 아들이고, 그 건물은 아마 두 아들들이 반반씩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현재 미국인가 캐나다로 이민 가서 잘 살고 있다고 하던데 어느 나라인지 정확히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곤지암읍사무소의 한 직원은 “20년 전 병원 소유주인 원장이라는 사람이 지병으로 죽어 자식들이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운영 의지가 없었고, 하수처리시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 보낸 후 폐쇄했다.

괴소문 중 하나로 꼽혔던 정신병원 자리가 형무소였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무나 들락날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 사유지로 지정돼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로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며 “원장의 처남 되는 사람이 그 땅과 건물을 대신 관리하고 있고, 주민들의 항의 쇄도에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곤지암지구대는 약 1년 전부터 이곳을 집중 관리지역으로 정해 하루 30분 단위로 순찰하는 한편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전의경 4명을 주변에 상주하도록 고정 배치하고 있다.  

유명세 좋지만…
주민 배려가 우선

세계의 가장 소름 돋는 혹은 혐오스러운 장소 7곳 중 하나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의 실체는 헛소문만 무성한 오래된 건물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더욱이 원장 일가가 자살하거나 피폐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던 설도 완벽하게 와전된 소문이었다.

어쩌면 높은 시청률을 꾀한 매스컴이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다. 곤지암 정신병원과 관련된 오싹한 영상 또는 사진과 함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전파를 타고,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게재되면서 공포심만 더 커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동네주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병원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끊이지 않는 방문자들의 발길과 소음 때문에 곧 폐쇄할 예정”이라며 “체험이든 관광이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이래저래 참 씁쓸한 일”이라고 전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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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