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부슬부슬 비 내리던 날 공포의 곤지암 정신병원 가보니…

정신병자에 인체실험…원장도 정신병 앓다 자살?

[일요시사 사회팀] 김지선 기자 =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은 약 20여 년 전 이미 문을 닫아버린 폐병원으로,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오싹하기 짝이 없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무속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흉가체험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이곳이 최근 CNN에서 꼽은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하나로 소개돼 새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신병을 앓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는 이곳. 곤지암 정신병원을 취재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구 새텃말) 161-1번지에 위치한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의 원래 명칭은 남양신경병원이다. 약 20년 전 병원장이 이곳을 폐업한 이래로 건물과 잔여물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방치돼있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수년 전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대한민국 3대 흉가로 꼽힌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영 후 많은 이들이 흉가체험을 위해 정신병원을 찾았고, 영가가 많이 보인다는 무속인들의 언급에 일반인들도 하나둘씩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섬뜩한 바람소리
찝찝한 습한 기운

3대 흉가로 유명세를 탄 곤지암 정신병원은 화제의 장소인 만큼 소문도 무성하다. 원장이 정신병을 앓아 자살했고, 그의 두 아들도 잇따라 자살했다, 혹은 형무소처럼 이곳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끔찍한 고문과 실험, 사형을 집행했다는 소문 등이었다. 더욱이 이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근거 없는 설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을 보기위해 곤지암 정신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하나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에 따른 괴소문들은 과연 사실일까.

강남역에서 출발했을 때만해도 화창했던 날씨는 신대리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는 날씨로 돌변했다. 기자는 사전에 곤지암 정신병원의 정확한 위치와 가는 방법 등을 수첩에 상세히 적어왔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던 기대와는 달리 곤지암 정신병원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허기를 달래려 잠깐 들른 한 식당의 종업원 아주머니로부터 위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거기 지금 못 들어 갈텐데…. 지금은 정신병원이 위치한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를 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빙 돌아서 가야해요. 그곳에 사람들 많이 죽었다던데 왜 가려해요?”라며 “기가 약한 사람들은 그곳에 다녀온 후 귀신도 씌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조심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로 거센 비바람을 뚫고 정신병원 근처만 대여섯 바퀴 정도 헤매다 마을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정신병원이 있다는 마을은 맞은편 마을과는 달리 조용했다. 이상하게 그 마을만 가면 비바람이 거세졌고, 하늘도 어둑어둑해졌다. 오후 2시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문에 다다를 때쯤 두 개의 경고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3대 흉가
세계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선정

경고문에는 “이곳은 관리되고 있는 사유지이므로 허락 없이 들어오는 행위는 형법 제319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입니다.(중략) 적발 시 법적조치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아주머니의 말대로 그곳은 사유지로 지정돼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정문 위에는 넝쿨까지 쳐있어 담을 넘을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무조건 내부에 들어 가봐야겠다는 일념하에 모바일 인터넷 검색 결과 뒷산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조금만 뒤로 돌아가니 실제로 병원으로 향하는 뒷동산이 있었고, 무덤 2개를 지나고 나서야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내딛을 수 있었다. 양쪽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나무길을 오르는데 폐병원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건물은 아주 오래되고 낡아보였다.

건물의 분위기는 주위를 감싸는 단풍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지하를 포함해 총 4층으로 지어진 곤지암 정신병원의 분위기는 깨진 창문들과 녹슨 철문, 건물을 통과하는 바람소리 때문인지 더욱 을씨년스럽고 섬뜩했다. 큰 건물 양 옆에는 마치 요양원같이 보이는 별관이 자리해 있었고, 내부에는 4시를 가리키는 괘종시계와 텅 빈 방들이 나란히 이어졌다.

사유지로 지정
모든 입구 닫혀

병원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 입구 앞으로 다다랐다. 그러나 그 역시 철문으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다던 병원 내 모든 입구는 현재 모두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다행이도 철기둥으로만 돼있어 1층 내부는 대충 짐작이 가능했다. 왼편에는 곧 떨어질 것 같은 총무과 현판이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아이들의 낙서와 핏자국처럼 보이는 빨간 페인트 자국, 돌이나 못으로 긁은 자국 등이 어지럽게  있었다. 누군가가 내부로 들어갔던 증거로 보이는 우유 상자가 한 창문 앞에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병원 내부에 들어가기 전 수차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건물 안에는 세면실을 동반한 화장실과 보일러실,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다. 방 안에는 몇 개의 침대들이 이불과 함께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누군가 사용했을 것이라는 찝찝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침대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화장실은 예상 외로 깔끔했다. 수도만 연결된다면 당장 사용해도 될 정도였다. 1층 끝자락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을 보니 식당으로 짐작되는 큰 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병원서 죽어나간 사람 많아 각종 납량특집 소재거리로
녹슨 문짝과 깨진 창문…기록지·침대 등 그대로 보존

비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 내부는 외부보다 더 습하고 공기도 서늘했다. 병원 내 바닥은 물로 흥건했고, 굴러다니는 맥주 캔들, 담배꽁초와 옷가지, 신발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사람들의 방문이 잦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 넘어진 소파들, 바람에 못 이겨 깨져버린 창문 유리 조각과 창문틀 등은 얼마나 이곳을 오랫동안 방치해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었다.

흉가체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겁게 발걸음을 떼며 이곳저곳을 탐방하던 중 환자의 성명과 병명, 처방 등이 적힌 오래된 종이차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50∼60년대 출생인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 알코올 중독 또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영안실이 있을 것이라던 지하실 역시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들어 가보지 못했다. 과거 흉가체험으로 지하실을 방문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곤지암 정신병원 내 지하실이야말로 제대로 된 담력테스트를 체험해볼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은 여느 옥상과 다르지 않고 평범했지만 역시 추운 날씨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곳곳을 배회하다 혹여나 관리인이나 경찰이 올까 성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내려오던 도중 우연히 작업복을 입은 두 남성들을 만나게 됐다. 이 근처 회사에서 일한다는 그들은 “귀신 나온다는 폐병원이 있는 줄은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가보진 못했다”며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오늘 같이 비오는 날 귀신이라도 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한번 와봤다”고 말했다.

마을로 다다를 때쯤 한 주민을 만나 정신병원에 대한 괴소문에 대해 물었다. 주민은 “그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던데…. 그런데 다 지어낸 이야기지. 그 헛소문 때문에 동네주민들 잠도 못자고 말도 아니야. 정문 막아놔도 샛길로 버젓이 들어가는데 뭐. 애들 와서 술 먹고 담배피우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야. 밤에 경찰이 순찰해봤자 별 도움도 안 되더라고…”라며 혀를 찼다.

괴소문은 단지
헛소문이었을 뿐

또 다른 주민은 “여기 문 닫은 지는 20년도 넘었지. 원장이 지병인가 노환인가로 죽고, 자식들은 외국에 가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상하수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닫았다던데…. 사람 죽고 그런 얘긴 들어본 적 없어”라며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기자는 곤지암 정신병원의 실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곤지암읍사무소와 광주시청 등에 문의했다. 몇 차례의 전화연결을 통해 시청 관계자로부터 진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던 소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유주들, 십수년 전 미국으로 이민가고 없어
수도관 누수 문제로 불가피하게 병원 문 닫아

그는 “읍사무소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다 최근에 시청으로 발령났다. 곤지암 정신병원 원장이 정신병을 앓다 자살했다느니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자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것도 헛소문일 뿐이다.


지금 소유주는 원장의 두 아들이고, 그 건물은 아마 두 아들들이 반반씩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현재 미국인가 캐나다로 이민 가서 잘 살고 있다고 하던데 어느 나라인지 정확히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곤지암읍사무소의 한 직원은 “20년 전 병원 소유주인 원장이라는 사람이 지병으로 죽어 자식들이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운영 의지가 없었고, 하수처리시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 보낸 후 폐쇄했다.

괴소문 중 하나로 꼽혔던 정신병원 자리가 형무소였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무나 들락날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 사유지로 지정돼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로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며 “원장의 처남 되는 사람이 그 땅과 건물을 대신 관리하고 있고, 주민들의 항의 쇄도에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곤지암지구대는 약 1년 전부터 이곳을 집중 관리지역으로 정해 하루 30분 단위로 순찰하는 한편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전의경 4명을 주변에 상주하도록 고정 배치하고 있다.  

유명세 좋지만…
주민 배려가 우선

세계의 가장 소름 돋는 혹은 혐오스러운 장소 7곳 중 하나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의 실체는 헛소문만 무성한 오래된 건물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더욱이 원장 일가가 자살하거나 피폐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던 설도 완벽하게 와전된 소문이었다.

어쩌면 높은 시청률을 꾀한 매스컴이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다. 곤지암 정신병원과 관련된 오싹한 영상 또는 사진과 함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전파를 타고,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게재되면서 공포심만 더 커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동네주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병원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끊이지 않는 방문자들의 발길과 소음 때문에 곧 폐쇄할 예정”이라며 “체험이든 관광이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이래저래 참 씁쓸한 일”이라고 전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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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