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②진도아리랑

섬마을에 울려 퍼지는 여인의 구슬픈 가락

진도아리랑은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꼽힌다. 진도아리랑의 특징은 구슬픈 가락에 담긴 흥겨움에 있다. 고된 삶을 노래하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는 가사가 그렇고, 세마치장단으로 시작해 중모리나 중중모리로 바뀌어가는 장단은 어깨춤이 날 만큼 흥겹다. 특히 후렴구에 나오는 흥타령 계열의 콧소리는 리듬을 한결 경쾌하게 끌고 간다. 진도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일상이다. 슬플 때는 슬픔을 잊기 위해, 기쁠 때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아리랑을 불렀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아리랑은 그렇게 섬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굽이치는 울음 같은 노래 ‘아리랑’
“저도 그 가락 한번 배워볼라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 구부야 구부구부 눈물이로구나 /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

진도아리랑은 섬마을 사람들의 삶을 관통한다. 때문에 기쁨도 슬픔도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에 녹아 있다. 슬플 때는 슬픔을 잊기 위해, 기쁠 때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아리랑을 불렀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아리랑은 그렇게 섬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진도 사람들에게 아리랑을 부르는 건 일상이다. 밥 먹는 것만큼, 물 마시는 것만큼 익숙하다 보니 ‘지나다 눈만 맞아도’ 아리랑 가락이 절로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밭일하던 할머니도, 장터에서 마주친 아주머니도 흥만 나면 어김없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으로 시작하는 아리랑을 불러 젖힌다.

우리가락의 정수
남도 대표여행지


주위 사람들이 후렴구를 따라 하고 하나둘 사설을 보태다 보면 텃밭과 장터는 금세 신명 나는 놀이판이 된다. 그래서 진도 사람들은 아리랑을 해원(解怨)의 노래이자, 상생(相生)의 노래라 한다.

진도아리랑의 특징은 구슬픈 가락에 흥겨움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고된 삶을 노래하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는 가사가 그렇고, 세마치장단으로 시작해 중모리, 중중모리로 조금씩 빨라지는 장단도 그렇다. 무엇보다 후렴구에 나오는 흥타령 계열의 콧소리는 리듬을 한결 경쾌하게 끌고 간다.

쉬운 리듬과 속내를 담아내는 가사의 즉흥성도 진도아리랑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리듬이 쉬우니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고,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가사가 되니 노래 부르기 어려울 게 없다. 20여 수에 이르는 종전의 가사 역시 이처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다.

진도아리랑의 유래는 알려진 바 없고, 그에 대한 몇몇 이야기가 전한다. 첫째는 1896년 진도에 유배 온 무정 정만조에 의해 전해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구의 대갓집 처녀와 그 집에서 머슴을 살던 진도 총각의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부모의 반대로 진도까지 도망 온 이들이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가 총각이 병으로 죽자, 그 애틋한 사연이 아리랑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도 그저 설에 불과다.

다만 진도아리랑을 체계화해 보급한 이로 대금의 명인 박종기 선생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아버지 박덕인에게서 음악적 재능을 이어받은 선생의 실력은 ‘진도아리랑 가락에 강물이 멈추고, 꿩꿩 하니 꿩이 날아들었다’는 말이 전할 정도다. 일각에선 박종기 선생이 진도아리랑을 지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국악의 고장 진도에는 아리랑을 포함해 국악을 보고 배우며 즐길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시작은 금요일 저녁 7시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진행되는 금요상설 국악공연. 진도아리랑을 포함해 다양한 국악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국립남도국악원에서는 가족 단위 체험 행사인 주말문화체험도 운영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토요일 오후 1시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주말문화체험은 국악 공연 관람은 물론, 우리 소리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말문화체험은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참여 가족을 회당 10가족 내외로 제한하며, 예약은 필수다.


토요일 오후 2시 진도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지는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진도아리랑과 진도군이 보유한 강강술래와 남도들노래 등 중요무형문화재, 진도북놀이와 남도잡가 등 무형문화재의 공연이 한 시간 남짓 펼쳐진다.

같은 국악공연이지만 국립남도국악원의 그것보다 조금은 서민적이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 출연진이 한데 어우러져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토요민속여행의 하이라이트다.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을 관람한 뒤에는 진돗개 공연, 남도진성과 남진미술관 등 남도의 대표 여행지도 놓치지 말자. 특히 진돗개사업소에서 진행하는 진돗개 공연은 진도의 또 다른 명물 진돗개의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수 기회다. 진돗개 공연은 하루 4회(10:00, 11:00, 16:00, 17:00) 진행되며, 토요일 오후 4시에는 진돗개 8마리가 레이스를 펼치는 진돗개 경주도 구경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운림산방에서도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을 접할 수 있다. 소치 허련 선생이 낙향 후 화방으로 사용하던 운림산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로 선정한 곳. 운림산방에선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토요그림경매에 앞서 아리랑과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진다. 짧은 공연이지만 진도 소리의 멋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운림산방 옆에는 멋스런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07호)을 품고 있는 쌍계사가 자리하며, 걸어서 5분 거리인 첨찰산 등산로 입구에선 진도아리랑비도 만날 수 있다.

진도의 민속음악을 보다 체계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운림예술촌과 소포검정쌀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체험 시설과 숙박 시설이 있어 하루 이틀 머무르며 진도의 민속음악을 가슴 깊이 담아오기 좋다.

다양한 공연·볼거리
진도 정취에 흠뻑

남도 최고의 낙조를 만날 수 있는 세방낙조전망대에서도 진도의 멋스러운 소리는 이어진다. 진도북놀이보존회가 진행하는 ‘진도북놀이 생생체험’이 이곳 세방낙조전망대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진도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에 신명 나는 북놀이가 더해져서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기 충분하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진도북놀이 생생체험은 3∼11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무료로 진행된다.

아리랑의 고장 진도에 와서 아리랑마을을 놓칠 순 없다. 2011년 5월 개장한 아리랑마을은 진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진도아리랑에 대해 차분히 정리하기 좋은 곳이다.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임회면 상만리에 자리한 아리랑마을은 11만1180㎡ 부지에 아리랑 체험관, 홍주촌, 야외 놀이마당, 장미공원 등 문화체험 시설을 갖추었다.

그중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아리랑 체험관은 아리랑마을을 대표하는 공간. 아리랑 체험관에선 아리랑의 유래는 물론, 조선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리랑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역사 아리랑 전시실’에선 아리랑의 역사와 국내외에 산재한 아리랑 관련 문헌·영상·유물을, ‘진도아리랑 전시실’에선 진도아리랑의 유래와 진도 문화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진도아리랑을 직접 불러볼 수 있는 ‘노래 아리랑 체험실’이다. 1인실로 마련된 이곳에선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이 부른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 들으며 진도아리랑을 배울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korean.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운림산방 → 진도쌍계사 → 전왕온의묘 → 남진미술관 → 아리랑마을 → 진도 남도진성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남진미술관 → 아리랑마을 → 진도 남도진성 → 세방낙조 → 국립남도국악원(금요상설 국악공연)
둘째 날 : 운림산방(토요그림경매) → 진도 쌍계사 → 진도향토문화회관(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 → 진돗개사업소 진돛개 공연

관련 웹사이트 주소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http://tour.jindo.go.kr         국립남도국악원 www.namdo.go.kr
진도쌍계사 www.jdssanggyesa.com                 운림예술촌 www.jindoullim.com

문의전화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0-3045                    아리랑마을 061)544-8839
국립남도국악원 061)540-4033                           운림산방 061)540-6286
진도쌍계사 061)542-1165                                진도향토문화회관 061)544-897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매일 4회(07:35, 09:00, 15:30, 16:35) 운행, 약 5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매일 2회(09:10, 16:20) 운행, 약 5시간40분 소요.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 → 영산호하굿둑 → 영암방조제 → 금호방조제 → 77번 국도 → 우수영 → 진도대교 → 진도
숙박정보
운림예술촌 : 의신면 의신사천길, 061)543-5889, www.jindoullim.com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프린스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2251
골든비치모텔 : 군내면 진도대로, 061)542-2255        보은모텔 : 진도읍 남동4길, 061)544-2505

식당정보
진도달님이네한정식 : 한정식, 진도읍 동외1길, 061)542-3335
묵은지 : 갈빗살, 진도읍 남동1길, 061)543-2242, www.jindofood.com
산호복탕 : 복어탕, 진도읍 남동3길, 061)544-8383
한들가든 : 닭·오리훈제, 의신면 운림산방로, 061)544-9980

축제 및 행사정보
명량대첩축제 : 10월 초, 진도군 녹진전망대 일원, www.mldc.kr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 4월 중순, 고군면 회동리~의신면 모도리 일원, http://miraclesea.jindo.go.kr

주변 볼거리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전왕온의묘, 배중손 사당, 삼별초 궁녀 둠벙, 용장산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