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위탁아 성노리개 삼은 ‘미친 부자’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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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더듬은 아빠…동생 건드린 오빠

[일요시사=사회팀] 고모부가 처조카 여자친구를, 목사가 여신도를, 친한 이웃으로 있던 옆집 남자가 어린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인면수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두 살부터 위탁받아 키워온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부자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과 이웃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위탁아동들이 울부짖고 절규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위탁아들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친어머니의 재혼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여자아이를 위탁받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부자(父子)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위탁아동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황모(62)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아들(33)을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부인만 없으면…
인면수심 아버지

위탁자 황씨는 1999년부터 부인과 함께 A(16)양을 돌봐왔다. 처음에는 황씨 부인의 지인이 A양을 잠시 맡겨 키웠지만 2007년 친모가 재혼을 하면서 연락이 끊기자 본격적으로 양육하게 됐다.

이후 A양은 황씨의 수양딸이 됐다. 주민등록등본에 A양이 동거인으로 등재되면서 매달 수 십만원의 정부 지원금도 받았다. 평소 A양은 황씨 부자를 ‘아빠’ ‘오빠’라고 부르며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황씨의 부자의 끔찍한 성폭행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검찰에 따르면 아버지 황씨는 부인만 사라지면 돌변했다. 2006년 10세이던 A양에게 목욕을 시켜준다면서 신체부위를 수차례 만지고 2007년 겨울 부인이 외출을 하고 다른 아이들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틈을 타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아 위탁받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
친어머니와 연락 끊기자 10세때부터 몹쓸짓

아들의 비행은 더 심각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네가 야동을 본 것을 알고 있다”고 겁박해 강제추행하거나 자신이 운행하는 화물차 안에서 A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들은 결혼한 뒤에도 중학생이 된 A양을 불러내 차 안에서 자신의 부인이 입던 옷을 입힌 뒤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황씨를 병간호한다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아들이 A양을 상대로 집에서 범행에 나서던 날 어머니는 위탁 아동들을 돌봐야 한다며 A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A양은 황씨 부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부정한 지시나 명령에도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황씨 부자는 A양 말고도 한때 2∼7명까지 오갈 데 없는 아이를 위탁받아 키운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친부모와 연락이 전혀 닿지 않는 A양에 대해서만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씨 부자의 범행은 지난해 5월 A양이 상담 교사에게 이를 털어놓으면서 비로소 드러났다.

“귀하게 보살피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05년 1월 손녀뻘인 10대 중국동포를 2년여 동안 키워오면서 140여 차례나 강제로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70대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다. 당시 이 노인의 주민등록등본 등에는 또 다른 10대 소녀 2명의 인적 사항이 올라 있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10년 전 부인과 이혼한 편모(당시 71세)씨가 중국동포 B(당시 17세)양을 소개받은 것은 1999년 가을이다. 편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B양의 어머니 C(당시 48세)씨에게 “평생 함께 살면서 도와줄 후계자를 구하는데 아이를 교육시키고 내가 죽으면 충남 당진의 땅을 주겠다”고 양육계약서까지 작성한 뒤 B양을 한국에 데려왔다.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입양 이튿날부터 편씨가 집에서 B양을 겁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편씨는 27개월 동안 일주일에 잦을 땐 두세 차례에 걸쳐 모두 140여 차례나 B양을 성폭행했다.

2002년 3월 B양을 자신의 딸로 호적에 입적시킨 그 후에도 성폭행은 계속됐다. 함께 살던 편씨의 누나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그의 범행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B양보다 6개월 앞선 2000년 3월 입국해 따로 거처를 얻어 생계를 이어가던 C씨는 딸이 당하는 수모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음씨 좋은 노인이 자신의 딸을 귀하게 보살피는 줄로만 알았다. 이후 B양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02년 10월 딸이 있는 편씨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됐고 그 무렵에야 비로소 편씨의 성폭행은 중단됐다.

B양이 겪은 2년간의 끔찍한 경험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B양이 2003년 초 편씨의 허락을 받아 한 미용학원에 나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B양은 학원과 관계를 맺고 있던 신길동의 한 천주교 복지센터 수녀의 권유로 집을 떠나 센터에서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해 9월 수녀와 면담에서 2년 전의 끔찍한 사연을 털어놓고 강지원 변호사의 도움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편씨는 경찰에서 “B양 모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나를 도리어 음해하려 한다”며 혐의사실 일체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B양이 편씨가 직접 쓴 ‘임신하면 (성행위를) 않는다’는 메모를 확보한 점, 편씨의 집에서 해외 포르노비디오테이프와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이 무더기로 나온 점으로 미뤄 편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004년 8월 부산에서는 욕조에 위탁아동의 머리를 밀어 넣고, 대변을 먹이는 등 상상하기 힘든 가혹행위를 한 정모씨 부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 4월 D(당시31)씨의 딸 E(당시7)양과 아들 F(당시4)군을 월 양육비 100만원에 위탁받은 정씨 부부는 같은 해 5월 초 E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몽둥이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린 데 이어 같은 달 중순에는 침대에 소변 본 것을 트집 잡아 남매를 흉기와 나무 막대기로 마구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흉기로 때리고 대변 먹이는 가혹행위도
검증 안거친 위탁부모 462명…제도 허술

정씨는 또 E양이 팬티에 대변을 보자 대변을 핥게 한 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자 마구 때리고, 같은 해 7월에는 코를 골며 잔다는 이유로 밤새 베란다로 내쫓아 잠을 자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같은 해 8월에는 친구와 놀고 있는 E양을 집으로 끌고와 욕조에 물을 채운 뒤 E양의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하는 등 혹독한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 부부는 2003년 12월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아동학대센터에 불려갔으나 아버지 D씨가 정씨 부부로부터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맡겼고 2004년 1월까지 9개월간 가혹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부부의 학대 행각은 남매의 부모가 아이들을 데려온 뒤 딸의 머리에 폭행 흉터가 있고 자주 헛소리를 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들통 났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처음에는 남매가 말을 잘 듣지 않고 거짓말이 심해 버릇을 고치려 했다”고 진술했다. 남매는 폭행당한 충격으로 정신적인 적응장애를 일으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성폭행하고도
매달 지원금 챙겨

이처럼 위탁받은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가정위탁보호제도’의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정위탁보호제도는 친권자의 질병·가출·이혼·수감·학대·사망 등의 이유로 기르지 못하게 된 아이들을 희망하는 가정 중 건전한 가정을 선정해 양육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2003년부터 실시됐다. 위탁양육자는 친권자가 나타날 때까지 아동에 대한 양육권을 가지며 아동 1인당 월 10만원 이상의 양육보조금 등을 지원받는다.

위탁 부모들은 범죄나 아동학대·약물중독 등의 전력이 없어야 하고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교육도 받아야 하는 등 나름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현재 이 제도를 통해 다른 가정으로 위탁된 아동은 2011년 1만5486명에 이른다.


문제는 제도의 허점이다.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위탁아동을 길러온 경우는 별도의 교육·심사 없이 제도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황씨 부자처럼 정부나 아동보호기관 등 공식 창구를 거치지 않고, 남의 아이를 키우던 위탁 부모는 462명에 달했다. 이 중 부적격 사례도 10건이나 적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10곳의 위탁 가정이 고령이나 질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위탁 아동을 보호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해당 아동들을 다른 위탁가정, 시설 등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위탁 부적격 증가
뒷북 대책 ‘그만’

전문가들은 위탁 아동들이 긴급 상황을 당했을 때 이를 호소하고 방안을 문의할 상담 창구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제도와 기준만 만들어 놓고 관리체계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위탁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감시·소통체제가 함께 만들어 져야 한다. 문제 발생 시 아이들이 어디로 연락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의 정보도 미리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사랑이 그리웠던 아이들. 그러나 그 속에서 몇몇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울부짖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각지대에 놓인 위탁 아동에 대한 경각심이 새삼 환기됐지만 아직도 꿈나무들의 싹을 자르는 검은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시급한 이유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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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