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위탁아 성노리개 삼은 ‘미친 부자’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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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더듬은 아빠…동생 건드린 오빠

[일요시사=사회팀] 고모부가 처조카 여자친구를, 목사가 여신도를, 친한 이웃으로 있던 옆집 남자가 어린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인면수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두 살부터 위탁받아 키워온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부자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과 이웃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위탁아동들이 울부짖고 절규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위탁아들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친어머니의 재혼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여자아이를 위탁받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부자(父子)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위탁아동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황모(62)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아들(33)을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부인만 없으면…
인면수심 아버지

위탁자 황씨는 1999년부터 부인과 함께 A(16)양을 돌봐왔다. 처음에는 황씨 부인의 지인이 A양을 잠시 맡겨 키웠지만 2007년 친모가 재혼을 하면서 연락이 끊기자 본격적으로 양육하게 됐다.

이후 A양은 황씨의 수양딸이 됐다. 주민등록등본에 A양이 동거인으로 등재되면서 매달 수 십만원의 정부 지원금도 받았다. 평소 A양은 황씨 부자를 ‘아빠’ ‘오빠’라고 부르며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황씨의 부자의 끔찍한 성폭행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검찰에 따르면 아버지 황씨는 부인만 사라지면 돌변했다. 2006년 10세이던 A양에게 목욕을 시켜준다면서 신체부위를 수차례 만지고 2007년 겨울 부인이 외출을 하고 다른 아이들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틈을 타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아 위탁받아 키우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
친어머니와 연락 끊기자 10세때부터 몹쓸짓

아들의 비행은 더 심각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네가 야동을 본 것을 알고 있다”고 겁박해 강제추행하거나 자신이 운행하는 화물차 안에서 A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들은 결혼한 뒤에도 중학생이 된 A양을 불러내 차 안에서 자신의 부인이 입던 옷을 입힌 뒤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황씨를 병간호한다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아들이 A양을 상대로 집에서 범행에 나서던 날 어머니는 위탁 아동들을 돌봐야 한다며 A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A양은 황씨 부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부정한 지시나 명령에도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황씨 부자는 A양 말고도 한때 2∼7명까지 오갈 데 없는 아이를 위탁받아 키운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친부모와 연락이 전혀 닿지 않는 A양에 대해서만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씨 부자의 범행은 지난해 5월 A양이 상담 교사에게 이를 털어놓으면서 비로소 드러났다.

“귀하게 보살피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05년 1월 손녀뻘인 10대 중국동포를 2년여 동안 키워오면서 140여 차례나 강제로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70대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다. 당시 이 노인의 주민등록등본 등에는 또 다른 10대 소녀 2명의 인적 사항이 올라 있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10년 전 부인과 이혼한 편모(당시 71세)씨가 중국동포 B(당시 17세)양을 소개받은 것은 1999년 가을이다. 편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B양의 어머니 C(당시 48세)씨에게 “평생 함께 살면서 도와줄 후계자를 구하는데 아이를 교육시키고 내가 죽으면 충남 당진의 땅을 주겠다”고 양육계약서까지 작성한 뒤 B양을 한국에 데려왔다.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입양 이튿날부터 편씨가 집에서 B양을 겁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편씨는 27개월 동안 일주일에 잦을 땐 두세 차례에 걸쳐 모두 140여 차례나 B양을 성폭행했다.

2002년 3월 B양을 자신의 딸로 호적에 입적시킨 그 후에도 성폭행은 계속됐다. 함께 살던 편씨의 누나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그의 범행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B양보다 6개월 앞선 2000년 3월 입국해 따로 거처를 얻어 생계를 이어가던 C씨는 딸이 당하는 수모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음씨 좋은 노인이 자신의 딸을 귀하게 보살피는 줄로만 알았다. 이후 B양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02년 10월 딸이 있는 편씨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됐고 그 무렵에야 비로소 편씨의 성폭행은 중단됐다.

B양이 겪은 2년간의 끔찍한 경험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B양이 2003년 초 편씨의 허락을 받아 한 미용학원에 나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B양은 학원과 관계를 맺고 있던 신길동의 한 천주교 복지센터 수녀의 권유로 집을 떠나 센터에서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해 9월 수녀와 면담에서 2년 전의 끔찍한 사연을 털어놓고 강지원 변호사의 도움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편씨는 경찰에서 “B양 모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나를 도리어 음해하려 한다”며 혐의사실 일체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B양이 편씨가 직접 쓴 ‘임신하면 (성행위를) 않는다’는 메모를 확보한 점, 편씨의 집에서 해외 포르노비디오테이프와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이 무더기로 나온 점으로 미뤄 편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004년 8월 부산에서는 욕조에 위탁아동의 머리를 밀어 넣고, 대변을 먹이는 등 상상하기 힘든 가혹행위를 한 정모씨 부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 4월 D(당시31)씨의 딸 E(당시7)양과 아들 F(당시4)군을 월 양육비 100만원에 위탁받은 정씨 부부는 같은 해 5월 초 E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몽둥이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린 데 이어 같은 달 중순에는 침대에 소변 본 것을 트집 잡아 남매를 흉기와 나무 막대기로 마구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흉기로 때리고 대변 먹이는 가혹행위도
검증 안거친 위탁부모 462명…제도 허술

정씨는 또 E양이 팬티에 대변을 보자 대변을 핥게 한 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자 마구 때리고, 같은 해 7월에는 코를 골며 잔다는 이유로 밤새 베란다로 내쫓아 잠을 자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같은 해 8월에는 친구와 놀고 있는 E양을 집으로 끌고와 욕조에 물을 채운 뒤 E양의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하는 등 혹독한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 부부는 2003년 12월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아동학대센터에 불려갔으나 아버지 D씨가 정씨 부부로부터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맡겼고 2004년 1월까지 9개월간 가혹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부부의 학대 행각은 남매의 부모가 아이들을 데려온 뒤 딸의 머리에 폭행 흉터가 있고 자주 헛소리를 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들통 났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처음에는 남매가 말을 잘 듣지 않고 거짓말이 심해 버릇을 고치려 했다”고 진술했다. 남매는 폭행당한 충격으로 정신적인 적응장애를 일으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성폭행하고도
매달 지원금 챙겨

이처럼 위탁받은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가정위탁보호제도’의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정위탁보호제도는 친권자의 질병·가출·이혼·수감·학대·사망 등의 이유로 기르지 못하게 된 아이들을 희망하는 가정 중 건전한 가정을 선정해 양육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2003년부터 실시됐다. 위탁양육자는 친권자가 나타날 때까지 아동에 대한 양육권을 가지며 아동 1인당 월 10만원 이상의 양육보조금 등을 지원받는다.

위탁 부모들은 범죄나 아동학대·약물중독 등의 전력이 없어야 하고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교육도 받아야 하는 등 나름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현재 이 제도를 통해 다른 가정으로 위탁된 아동은 2011년 1만5486명에 이른다.

문제는 제도의 허점이다.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위탁아동을 길러온 경우는 별도의 교육·심사 없이 제도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황씨 부자처럼 정부나 아동보호기관 등 공식 창구를 거치지 않고, 남의 아이를 키우던 위탁 부모는 462명에 달했다. 이 중 부적격 사례도 10건이나 적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10곳의 위탁 가정이 고령이나 질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위탁 아동을 보호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해당 아동들을 다른 위탁가정, 시설 등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위탁 부적격 증가
뒷북 대책 ‘그만’

전문가들은 위탁 아동들이 긴급 상황을 당했을 때 이를 호소하고 방안을 문의할 상담 창구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제도와 기준만 만들어 놓고 관리체계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위탁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감시·소통체제가 함께 만들어 져야 한다. 문제 발생 시 아이들이 어디로 연락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의 정보도 미리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사랑이 그리웠던 아이들. 그러나 그 속에서 몇몇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울부짖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각지대에 놓인 위탁 아동에 대한 경각심이 새삼 환기됐지만 아직도 꿈나무들의 싹을 자르는 검은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시급한 이유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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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