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판도라' 지각변동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43:03
  • 댓글 0개

백만분의 일이라도 어긋나면 '도로아미타불'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맞잡았다.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민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 진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연일 신경전이 팽팽하다. 단일화가 불리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측 모두 이것을 무를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뚜껑 열린 '단일화 판도라'. 이것이 미칠 지각변동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지난 5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오랜 구애에 결국 화답했다. 안 후보는 전남대학교 초청강연에서 "우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야권단일화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1+1=3'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분 확보 위해 경쟁 치열  
경선 과정 '이탈' 조심해야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오는 25일 후보등록일전까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단 회동의 분위기나 여론의 태도는 긍정적이란 평이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막힘없이 편안하게 회동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 후 양 캠프에서 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단일화 협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양측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도 방식의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양 진영은 단일화 첫 고비로 '룰전쟁'을 벌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 방법을 정하기 위해 앞으로 의견 조율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 캠프와 지지자들은 '경쟁'을 통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혹시 모를 '잡음'을 염려하는 눈치다. 지지자 이탈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오랜 구애에 화답, 단독 회동으로 단일화 급물살
협상 과정에서 경선 룰 놓고 치열한 공방 예상

그렇다고 한쪽이 시원하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수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그동안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고, 안 후보는 입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줄다리기를 해왔던 만큼, 향후 양측의 정치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접전을 거쳐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문·안 양측의 룰전쟁은 외부적으로 지지층 이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나왔던 단일화 방식은 3가지다.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후보 간 담판 등이다. 정당 조직이 있는 문 후보 측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경선에 관한 룰을 정하기 위해 논의를 서두르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두 후보가 유불리는 따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논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단일화 방식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으며 인터넷 채널이나 민원실을 통한 국민의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시간을 검토해보고 있지만 후보등록 마감(26일)을 생각할 때 물리적·시간적으로 가능한지도 검토 대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참여' 양측 대립
내부인사 설득해야

정치권은 민주당이 경선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모바일경선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해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질 경우 대선 자체가 위험해 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더라도 조사기간, 방식, 시기 등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양측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체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화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다.

문·안 후보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선 방법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내부인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수월치 않아 보인다. 결국 경선 룰은 문·안의 대립적 구도보다는 수면 아래 내부적인 이해관계 조절 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잘못하면 쇄신대상 전락
통합 과정 더 위험해

잡음 없는 경선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화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이후 있을 양측 세력 간 통합 또한 문·안 후보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 세력이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계파 간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다면, 이 또한 정치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은 단일화 이후, 세력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지분다툼, 즉 '밥그릇싸움'이다.

안 후보는 경쟁력에서 문 후보에 앞선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통령 적합도'에는 문 후보에게 뒤진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대선까지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에는 문 후보가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안 후보는 결국 대선 이후에 내·외적으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무리다. 안 후보 입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경쟁력'이라는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것도 대선 이후 안 후보의 국정운영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후보에게 붙어 다닌 '민주당의 정치쇄신' 과제라는 꼬리표를 안 후보가 달게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세력을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마디로 안 후보는 적에게는 이기지만, 아군에게 격파 당할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단일화 후 대통령 노리는 것 무리 있어
민주당, 박원순 효과 노려 정권교체 승리 복안

문 후보는 '적합도'에서는 앞서지만 단일화 후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비율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5~6일 양일간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p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단일화할 경우 부동층으로 이동하는 비율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7.9%의 이탈비율을 보이는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이탈비율은 6.7%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안 후보로 단일후보가 결정됐을 때 여권과 부동층으로의 지지층 이탈 방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문 후보가 경쟁을 통해 단일화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막판에 안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지지자 이탈을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한자리에 불과했던 박원순 시장이 안 후보의 지지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민주당에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철수 '경쟁력'
문재인 '적합도'

또한 안 후보 입장에서도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지지율의 이탈을 막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이들의 시대적 소명인 정권교체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문 후보로서는 부대는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패가 없는 셈이다.

안 후보가 장고 끝에 문 후보와 회동을 가졌지만, 양측 모두 단일화 이후 있을 지각변동에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안 진영 사람들의 사소한 욕심으로 갈등이 확산돼 이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들 또한 '구태'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