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판도라' 지각변동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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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분의 일이라도 어긋나면 '도로아미타불'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맞잡았다.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민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 진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연일 신경전이 팽팽하다. 단일화가 불리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측 모두 이것을 무를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뚜껑 열린 '단일화 판도라'. 이것이 미칠 지각변동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지난 5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오랜 구애에 결국 화답했다. 안 후보는 전남대학교 초청강연에서 "우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야권단일화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1+1=3'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분 확보 위해 경쟁 치열  
경선 과정 '이탈' 조심해야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오는 25일 후보등록일전까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단 회동의 분위기나 여론의 태도는 긍정적이란 평이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막힘없이 편안하게 회동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 후 양 캠프에서 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단일화 협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양측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도 방식의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양 진영은 단일화 첫 고비로 '룰전쟁'을 벌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 방법을 정하기 위해 앞으로 의견 조율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 캠프와 지지자들은 '경쟁'을 통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혹시 모를 '잡음'을 염려하는 눈치다. 지지자 이탈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오랜 구애에 화답, 단독 회동으로 단일화 급물살
협상 과정에서 경선 룰 놓고 치열한 공방 예상

그렇다고 한쪽이 시원하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수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그동안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고, 안 후보는 입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줄다리기를 해왔던 만큼, 향후 양측의 정치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접전을 거쳐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문·안 양측의 룰전쟁은 외부적으로 지지층 이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나왔던 단일화 방식은 3가지다.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후보 간 담판 등이다. 정당 조직이 있는 문 후보 측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경선에 관한 룰을 정하기 위해 논의를 서두르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두 후보가 유불리는 따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논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단일화 방식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으며 인터넷 채널이나 민원실을 통한 국민의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시간을 검토해보고 있지만 후보등록 마감(26일)을 생각할 때 물리적·시간적으로 가능한지도 검토 대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참여' 양측 대립
내부인사 설득해야

정치권은 민주당이 경선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모바일경선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해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질 경우 대선 자체가 위험해 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더라도 조사기간, 방식, 시기 등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양측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체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화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다.

문·안 후보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선 방법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내부인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수월치 않아 보인다. 결국 경선 룰은 문·안의 대립적 구도보다는 수면 아래 내부적인 이해관계 조절 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잘못하면 쇄신대상 전락
통합 과정 더 위험해

잡음 없는 경선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화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이후 있을 양측 세력 간 통합 또한 문·안 후보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 세력이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계파 간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다면, 이 또한 정치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은 단일화 이후, 세력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지분다툼, 즉 '밥그릇싸움'이다.

안 후보는 경쟁력에서 문 후보에 앞선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통령 적합도'에는 문 후보에게 뒤진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대선까지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에는 문 후보가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안 후보는 결국 대선 이후에 내·외적으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무리다. 안 후보 입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경쟁력'이라는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것도 대선 이후 안 후보의 국정운영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후보에게 붙어 다닌 '민주당의 정치쇄신' 과제라는 꼬리표를 안 후보가 달게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세력을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마디로 안 후보는 적에게는 이기지만, 아군에게 격파 당할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단일화 후 대통령 노리는 것 무리 있어
민주당, 박원순 효과 노려 정권교체 승리 복안

문 후보는 '적합도'에서는 앞서지만 단일화 후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비율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5~6일 양일간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p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단일화할 경우 부동층으로 이동하는 비율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7.9%의 이탈비율을 보이는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이탈비율은 6.7%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안 후보로 단일후보가 결정됐을 때 여권과 부동층으로의 지지층 이탈 방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문 후보가 경쟁을 통해 단일화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막판에 안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지지자 이탈을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한자리에 불과했던 박원순 시장이 안 후보의 지지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민주당에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철수 '경쟁력'
문재인 '적합도'

또한 안 후보 입장에서도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지지율의 이탈을 막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이들의 시대적 소명인 정권교체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문 후보로서는 부대는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패가 없는 셈이다.

안 후보가 장고 끝에 문 후보와 회동을 가졌지만, 양측 모두 단일화 이후 있을 지각변동에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안 진영 사람들의 사소한 욕심으로 갈등이 확산돼 이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들 또한 '구태'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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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