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05>‘돈 되는’ 상가 트렌드

쭉 늘어선 스트리트형 vs 탁 트인 테라스형

일산 라페스타,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모두 공실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위 ‘장사’가 되는 상가 천국인 지역들이다. 특화된 상권의 상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트리트형’과 ‘테라스형’ 상가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정자동·신사동 카페거리를 통해 입증된 ‘집객 효과’를 발판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단지 내 상가와 근린상가의 기능을 대체하는 상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건물 내 점포 ‘지고’
길거리 가게 ‘뜨고’

 
이러한 상가 형태들은 뉴타운 지역이나 신도시, 택지지구 등에 속속 도입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상가의 공통점은 사실 기존의 형식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의 유형으로 보기보다는 상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점을 부각시킨 점이다.

먼저 보행자 위주로 설계된 스트리트형 상가는 동일 건물 내의 상가지만 점포가 쭉 늘어서 있어 걸으면서 쇼핑을 하도록 만들어놓은 거리형 상가를 말한다. 기존의 고층상가와 달리 소비층의 접근도가 높아 로데오상권 내 상가의 주된 형태였으나 요즘에는 일부 근린상가, 쇼핑몰 심지어 단지 내 상가들이 길거리형 상가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추세다.

시각적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수요자들에게 노출된 상품을 바로 구매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스트리트형 상가라도 유동인구의 주 동선에 위치해야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보행자 위주로 설계돼 소비층의 접근성이 높은지 파악해야 한다. 입점후 활성여부에 대한 사전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분양업체별 상가 활성 운영계획과 관리경험 및 능력을 파악해야 한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점포의 밀집도가 강한 만큼 개별매장의 독특한 장점을 가지지 않고서는 상층부의 경우 고전할 가능성이 많다. 또 분양가가 주변과 비교해 높은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 만약 상층부에 주거시설이 있는 주상복합상가라면 간판의 가시성이 좋아야 하고 유동인구의 유입이 가능한 집객요소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통 단지·근린상가 대체 상품 인기 ‘쑥쑥’
고유한 장점만 부각…신도시 등에 속속 도입

테라스 상가의 경우 테라스 공간 면적분이 분양가에 포함이 되는지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계약 당시에는 테라스면적이 분양가에 포함이 안 된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분양가에 포함이 되어 법적 분쟁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길을 모으는 테라스형 상가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투자가치도 높아 해당 지역의 명소로서의 값어치를 할 것임에 틀림없지만 상가는 입지에 따라서 미래가치가 결정되는 만큼 투자 전에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상가전문가는 “특정 상가 상품이 호응을 받는다고 해서 비슷한 유형의 모든 상품이 유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가의 개별적 특성과 상품력 분석에 더욱 많은 의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 전에는 현장을 방문해서 주변대비 분양가 적정성, 전용률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리트형과 테라스형 상가의 신규 공급도 잇따르고 있다.
동익건설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의 중앙공원을 끼고 ‘라벨르씨티’상가를 지난달 26일부터 분양하고 있다. 도로변 양쪽에 300m 길이의 유럽형 스트리트 상가로 설계했다. 이 상가는 동익미라벨 아파트 1층 부분에 들어선다. 아파트와 상가 일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유럽형 특화지역으로 조성됐다.

라벨르씨티는 지하철 8호선 연장인 별내선의 별내역과 경춘선 복선전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상가 점포 수는 80개이며, 아파트는 101∼111m² 802채로 내년 2월 입주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울산 동구 전하동의 ‘e편한세상 전하’ 단지내 상가를 분양 중이다. e편한세상 전하는 지하 4층, 지상 13∼35층, 16개동, 총 1475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소, 현대자동차 등의 배후주거지로 각광받는 전하동에 위치했다.


이번에 분양하는 단지 내 상가는 총 45개 점포로 내정가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분양한다. 입주 중인 아파트를 포함해 도보 10분 이내에 약 5000여 가구가 밀집해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구매력이 높은 지역으로 꼽혀 경쟁력을 갖췄다. 또 전하시장, 동울산 시장 등을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스트리트형 상가로 구성해, 풍부한 유동 수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업종의 점포구성이 가능하고 안정적 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업종 기대
전국서 신규 공급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래미안 리버젠’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이다. 옥수동은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강남 접근성도 좋아 ‘준 강남’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상가는 지상 1∼4층, 연면적 1만1300㎡ 규모로 1821가구의 래미안 리버젠 단지의 바로 앞 대로변에 접해 있는 스트리트형 상가다.

상가 인근에는 래미안 리버젠뿐 아니라 삼성아파트(1444가구)가 바로 앞에 있고, 극동아파트(900가구)와 극동그린아파트(583가구), 대우아파트(1689가구), 중앙하이츠아파트(775가구), 현대아파트(565가구), 한남하이츠아파트(535가구) 등 총 7000여 가구의 배후 수요가 있다.

점포수는 1층 28개, 2∼4층은 각각 15개로 구성된다. 교통도 좋은 편이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과 중앙선 환승이 가능한 옥수역이 있고, 동호대교를 통해 강남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단순한 스트리트형을 넘어 테라스까지 접목한 곳도 있다. 경기 부천시 소사구 ‘KCC스위첸’ 단지 내 상가는 도로변 1층 상가들이 테라스형으로 설계돼 다양한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했으며 서울 성북구 동일하이빌뉴시티 상가도 전면 길이가 약 200m에 달하는 테라스를 조성했다.

경기도 분당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생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경한(41)씨 가게는 전형적인 테라스형 상가다. 지난해 기존 상가(실면적 80㎡)를 6억원대에 매입한 뒤 아파트 부녀회를 찾아 테라스형 상가로 개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단지 내 상가에선 점포 앞 공간에 테라스를 내기 위해 입주민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업하자 마땅한 휴게 공간이 없었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겨울 비수기에도 월 2500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런던올림픽이 열린 올여름에는 매출이 2배나 올랐다. 반응이 좋으니 인근 상가들에서도 테라스형 점포를 구상하고 있다.

테라스형 상가는 실내 공간을 옥외로 연장해 점포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된다. 보통 일반 상가에선 임대면적의 공용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임차인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줄게 돼 임차인 유치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스트리트형]보행자 위주 설계…개성 없으면 고전
[테라스형]실내공간 옥외로…개조시 불법논란 여지

이때 상가 전면을 테라스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실질적인 전용면적 비율이나 공간 활용 측면에서 유리하게 된다. 테라스 공간은 추가 매출로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테라스형 상가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무 곳에서나 차릴 수는 없는 법이다. 상권과 입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나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특화된 거리가 아니라면 사거리 코너 등에 테라스형 상가를 차리는 게 좋다. 사거리 코너 상점은 불경기 영향을 덜 받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시세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분양가가 다소 높더라도 사거리 코너는 목이 좋아 임대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상가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사거리 코너 상점의 보증금은 일반 가두상점보다 12∼16%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월세 역시 4∼10%가량 높다.


보증금 수준
상권·입지 따져야

 
테라스 공간은 사방이 꽉 막힌 도심 속에서 사는 현대인이 햇볕과 달빛, 바람을 직접 마주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모으는 테라스형 상가는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상품에서 강조되던 조망권이 상업시설에 적용된 케이스다. 타인에게 제약받기를 싫어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만족하게 하면서 테라스 바깥에 있는 차별성을 심어 준다는 점에서 테라스 상가의 인기는 지속 될 전망이다.

실내보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맘껏 떠들 수 있는 것도 테라스의 장점이다. 또한 금연 열풍으로 어디 가나 찬밥 신세인 애연가에게도 테라스는 숨통을 틔워 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투자 시 주의점을 살펴보자.
테라스상가는 희소성으로 분양가가 일반상가보다 높은 편이다. 테라스 상가는 업체에서 테라스 제공 시 분양가에 이미 포함이 됐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계약 당시에는 테라스면적이 분양가에 포함됐다고 했다가 계약 후 추가비용을 요구해 법적 분쟁으로 가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또 주차공간이나 전면공지를 불법적으로 테라스공간으로 꾸미는 경우가 있어 확인해야 한다.

실제 카페와 음식점, 미용실, 편의점 지붕과 벽체까지 갖춘 테라스는 건축법을 적용해 단속하고 있지만, 목재 데크만 설치했을 때 상권 활성화와 사유 재산 보장 측면에서 제재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테라스 상가에 투자하기 전 주차장법과 건축법위반으로 이행강제금 부과가 될 수도 있으니 이점도 사전에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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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