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재벌회장 딸과 경호원 스캔들 풀스토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1.08 10:04:18
  • 댓글 0개

헌신한 보디가드 헌신짝처럼 버린 재벌녀

[일요시사=경제팀] 재벌가 딸이 있다. 하도 성질이 못돼 먹어 호사가들 사이에선 버릇없기로 유명하다. 언젠간 큰 구설에 오를 것이란 호언장담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던 그녀가 결국 사고를 쳤다. 남의 돈을 떼먹어 소송까지 당했지만 요지부동이다. 똥배짱도 이런 똥배짱이 없다. 한마디로 '배째라'는 식이다.

 

모 그룹은 요즘 잔칫집 분위기다.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은데다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다른 대기업들이 죽을 쑤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올린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상복까지 터져 그야말로 웃음꽃이 피었다.

1500만원이 없다고?

그런데 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남도 아닌 오너일가가 그랬다. 회장의 딸인 A씨가 남의 돈을 갚지 않아 구설에 오르면서 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 회장의 차녀 A씨는 2010년 12월 한 경호 용역업체를 찾았다. 그리고 이듬해 1월까지 약 2개월간 업체 직원 B씨 등을 고용했다. 둘은 과거 국내외에서 B씨가 A씨를 경호한 인연이 있었다.

B씨를 노예처럼 부려먹은 A씨는 계약 기간이 끝나자 안면을 바꿨다. 당초 약속한 돈을 달라는 B씨의 요청을 묵살했다. A씨는 차일피일 시간만 질질 끌다가 급기야 연락까지 끊었다. 한달 넘게 그랬다. 화가 난 B씨는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씨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미수대금 1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B씨는 하는 수 없이 A씨의 부친이 경영하는 회사로 연락해 "회장 딸 A씨가 돈을 주지 않고 있으니 대신 회사에서 지급해 달라"고 했다. 회사도 다르지 않았다. 연락할 때마다 "알아보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곤 일절 응답이 없었다.

도저히 돈을 받아낼 수 없게 된 B씨는 보름 뒤 결국 A씨를 상대로 용역비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고용하는 대가로 15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기업 오너의 딸이라 철석같이 믿고 일했다. 돈을 안 줄지 꿈도 꾸지 못했다"며 "더욱 황당한 것은 A씨가 돈을 못 주는 이유다. 재벌 딸이 돈이 없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실제 A씨는 "B씨에게 줄 돈이 없다. 안주겠다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준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지난 1월 1심 재판이 끝났다. 결과는 B씨의 완승. 법원은 "A씨는 B씨에게 1500만원과 이에 대해 2011년 7월1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A씨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수행 용역비 미지급 피소…1심 배상 판결에 항소
'뭐가 두려워' 신변보호 요청 이유 두고 설왕설래

A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대응으로 맞섰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럴싸한 변호사를 내세워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한번도 재판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A씨의 부친이 경영 중인 그룹 측도 사건과 관련해 모르쇠로 입을 닫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건 자체는 알고 있지만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오너일가의 사생활이라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사건을 접한 호사가들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A씨가 무슨 일로 용역업체를 통해 개인 경호원을 고용했냐는 것이다. B씨는 소장에 "A씨의 비서 겸 운전기사를 했다"고만 적었을 뿐 자세한 임무(?)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 수행원 역할을 한 게 아닐 것이란 의견이 많다. B씨가 고작 2개월 일하고 1500만원씩이나 받기로 한 점에서다. A씨로부터 뭔가 특별한 부탁을 받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한 경호업체 임원은 "경호원들은 원칙상 의뢰인의 신분은 물론 의뢰 사실, 내용, 목적 등을 비밀로 한다"며 "그렇지만 운전기사 노릇만 하고 한달에 750만원은 과하다. 수행 외에 다른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A씨는 B씨에게 어떤 일을 맡겼을까.

A씨가 몸을 사리기 위해 경호원을 달고 다닌 이유는 신변에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추측된다. 잔뜩 벼르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협박 또는 피습 위협을 받아 두려움에 떨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불안감을 느끼고 신변보호 차원에서 경호원을 고용한 게 아니냐는 것. 실제 최근에도 A씨 곁엔 항상 최소 1∼2명의 건장한 수행원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개인 외출 시 사실상 24시간 풀가동되는 경호원을 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 피습 위협?

재계 한 호사가는 "총수를 비롯해 그 일가는 일반인보다 외부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경호가 필수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자유롭게 다니고 있는데 A씨와 같이 전혀 그렇지 않다가 갑자기 경호에 신경 쓰는 것은 협박 등 불미스러운 큰 사건이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문은 A씨가 진짜 돈이 없냐는 것이다. 그룹 연매출이 수조원에 달하는 데다 부친과 친척들의 재산이 재계에서 손에 꼽힐 만큼 부자 집안의 딸 수중에 1500만원도 없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A씨는 회사 지분이 없고, 직책도 맡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A씨가 부친에게 미운털이 박힌 내놓은 자식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