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공동전선 '박근혜 협공'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0:44:45
  • 댓글 0개

유비가 몰고 주유가 치니, 조조 허를 찔렸다

[일요시사=정치팀] '문안 전선'이 심상찮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야권단일화 신경전으로 한동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조용한 독자행보를 걸었다. 하지만 대선이 서서히 임박해오면서 이들 두 사람이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서 소리를 내면 메아리로 화답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박 후보는 연일 야당을 향한 공격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안 두 후보 역시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 박 대 문·안 진영이 짜이기 시작한 것이다.

11월25일. 대통령선거 후보등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의 인적쇄신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의 정치쇄신안을 마련하는 문재인 후보 측 '새로운 정치위원회'가 '지도부 총사퇴론'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 야권 내부적으로는 민주당 내 전면적 인적 쇄신의 소용돌이가 돌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안 후보와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밖으로는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와 투표시간 연장을 두고 여야가 팽팽한 대치구도를 이루고 있다.

단일화 언급에 네티즌 후끈
박근혜, 여론 주도권 빼앗겨

지난달 30일 안 후보의 단일화 언급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동안 ‘정당쇄신’만 외치고 한걸음 물러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던 안 후보였다.

안 후보는 캠프 전체조회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지만 11월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으므로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방식이 아닌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같은 안 후보의 단일화 언급은 한때 인터넷 사이트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일일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급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삼자대결에서 안 후보는 3.5%p 상승했으며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1.6%p 상승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언급에 네티즌은 "별로 기대 안 되는 정책보다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단일화를 듣고 싶다" "단일화 된 힘으로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라며 주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편에선 "안 후보의 단일화 언급은 성급하고 실망스럽다. 다른 정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인가. 기존 정당제도가 싫은 내겐 실망 그 자체다"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화답-환영', 단일화 조짐 보이자 박근혜 긴장
10일 이후 후보등록일 25일 전 가닥 잡을 듯 

안 후보의 언급으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는 한층 높아졌으며, 이것은 두 후보의 단일화 성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단일화 이슈가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 경우 상대적으로 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민주당의 거침없는 '정당쇄신' 움직임이 한몫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도 민주당의 정치쇄신에 대해 "단일화의 전제가 정치쇄신이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지금 민주당도 진전을 조금 보이고 있다"고 말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안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도 "민주당은 나름대로 이 상황을 돌파해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저희도 나름 최선을 다하면 저절로 길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해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 언급에 문 후보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단일화는) 가치연합이 돼야 한다. 세력통합이 돼야 한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야권단일화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던 두 사람이 화답하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 일각에서는 이미 단일화 물밑접촉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물밑접촉' 두고 설왕설래
문-안, 공격 진영 갖춰

문·안 후보가 단일화 시기를 두고 다시 묘한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을 봐도 단일화 여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에서 11월10일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10일 이후에 단일화 협상 테이블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후보 등록일인 25일이 단일화 여부의 디데이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장 14일 뿐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한 매체를 통해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하려면 11월 중순까지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1월 초반 양측에서 비공식적으로 단일화 협상안의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11월 중순부터 단일화 이슈를 여론에 내놓고, 막판에 극적으로 타진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문·안 후보는 대내외적으로 힘을 합치며 진영을 완성시키는 모습이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을 더욱 긴장시킨다. 자연스럽게 문·안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대한 공격에 돌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치쇄신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자 안 후보가 쇄신의 화살을 새누리당에 돌린 것도 본격적인 박 대 문·안 싸움의 전초전을 암시한다.

안 캠프 측은 "새누리당은 이미 정치쇄신을 기대하기 어렵고 1인이 좌우하는 사당이 됐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문·안 후보가 고(故)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 증여 의사 표시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부산고등법원의 판결과 관련하여 박 후보에게 "분명한 역사 인식을 밝혀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으며 본격적인 협공에 들어갔다.


안, 투표시간 공방 합류
문, "공동전선 바람직해"

문 후보 측 진 대변인은 "정수장학회에 얽힌 역사적 사실이 법원에 의해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는 만큼 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다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해 이같이 밝혔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판결을 통해) 과거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강박'의 주체로 등장하는 이러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분명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법원 판결은 존중하지만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들의 대치구도는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싸고 더욱 극명히 드러났다. 여야가 투표시간 연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안 후보도 이에 합류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안 캠프는 '투표시간연장국민행동 출범식'을 가져 박 후보 압박에 들어갔다. 안 후보는 이날 출범식에서 "투표시간 연장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유권자들에게, 휴일에도 일하는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도 이에 대해 "안 후보도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해 공동전선을 펼치는 듯한 모양새가 됐고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안 후보 측과 공조하면서 꼭 관철해나가는 노력을, 정기국회 때 통과하기 위한 노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쇄신 급물살에 새누리당 화살 쏟아져
정수장학회·투표시간 연장, 여야 거센 공방

이로써 안 후보 측이 문 후보와 손을 맞잡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연대를 형성함에 따라 박 후보 쪽 대응에 눈길이 쏠렸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후보가 국민 혈세를 먹고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먹튀 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을 동시에 국회에서 논의,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후보는 지난달 31일 대선후보 중도사퇴 시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을 환수토록 하는 이른바 '먹튀방지법'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 측도 문 후보의 이 같은 수용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고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약속한 대로 즉시 투표시간 연장 법안을 처리하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후보의 먹튀방지법 전격 수용에 한발 물러서며 "두 사안은 연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바꾼 것이다.

박 후보 측은 공보단장이 한 연계 제안이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이 이전까지의 주장을 뒤엎고 말 바꾸기에 나서자 맹공에 나섰다.

문 후보 측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애초에 이 공보단장의 발언은 연계처리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문 후보의 수락에 새누리당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일관되게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누리 '말 바꾸기'에
문·안  "예의 아니다"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투표할 시간이 부족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문제를 이렇게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결심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일화를 앞두고 문·안은 서로 경계하다가도 박 후보를 향해 공격태세를 취해 '상생적 경쟁'의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다. 긴장 속 이들의 협공이 '국민의 동의'를 얻는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