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추적> ‘몸 파는 남자’를 아시나요?

<현직 남성 도우미 폭로> “성매수 희망 여성 넘쳐난다”

‘몸 파는 남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흔히 성매매라고 하면 남성이 여성을 구매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여성이 돈을 주고 남성의 성을 사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호스트빠로 시작된 이런 남성 성매매 행태는 노래방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개인 간 직거래를 통한 ‘프리랜서 성매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남성 성매매는 거의 적발되지 않고 있다. 여성전용 증기탕이 간간이 단속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성의 남성 성매매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치 속에서 남성 성매매는 여성 성매매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남성 성매매의 실태를 취재했다.


이 같은 남성도우미들은 ‘편안히 놀고먹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전문적으로 해서 아예 전업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쪽이든 여성에게 돈을 받고 데이트를 하거나 술을 먹고 2차를 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 어떤 남성들은 애인까지 있고 돈도 별로 궁하지 않으면서도 이처럼 남성도우미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프리랜서 남성도우미인 권모(29)씨.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였다. 다른 남성들이 써놓은 ‘뭐든지 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여성만 원한다’는 글을 보고서 자신도 선뜻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였던 그는 그렇지 않아도 대학시절 대학생 모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델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현실을 인식한 후 유학을 가기로 진로를 바꿨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 유학을 가지 못하고 결국에는 여기저기의 중소기업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남성도우미’는 안성맞춤인 직업일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투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치 보며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몸 하나로 시작할 수 있고 또한 일 자체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원래부터 ‘센스’가 있었던 그는 여자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찍었던 모델 사진을 카페에 올리자 하루에 2~3통씩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일단 한번 만나보자’는 것. 그가 처음 만난 여성은 소위 ‘유한마담’이었다. 집안에 돈은 많았지만 외모가 그리 좋지 않아 남자 사귀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권씨는 그녀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있다. 물론 잠자리를 같이 할 경우 좀 더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결국 그가 그녀로부터 한 달 받는 총액은 대략 140~150만원 정도가 됐다.
하지만 권씨의 고객이 유한마담만은 아니었다. 부정기적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만나는 여성까지 합치면 한 달 수익은 300만원이 가뿐히 넘어간다. 예전에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그가 받았던 월급은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190만원 정도. 그에 비하면 훨씬 많은 비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권씨는 “사실 처음 카페에 글을 올릴 때만해도 ‘과연 남자를 돈을 주고 사는 여자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 여자들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또 돈이 있는 여성들은 정기적으로 만남을 원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외모가 괜찮은데 놀고 있는 친구 한 명도 현재 이 일을 하고 있다. 나도 많은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그 친구가 입문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수요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이 일을 하면서 돈을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뒤에 새로운 공부나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해볼 생각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물론 일부 도우미 남성들은 명품 양복을 사거나 명품 구두 등을 사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에게 더욱 잘 보이기 위한 이른바 ‘투자’라는 명목이다. 하지만 권씨는 그런 것에는 최대한 돈을 쓰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결국 그래봐야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도우미를 하고 있는 또 다른 남성 이모(27)씨의 경우는 돈이 필요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조그만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다. 그가 젊은 나이에 편의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집안의 도움 덕분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너무 젊고 청춘은 너무 뜨거웠다. 이씨는 “솔직히 내 나이에 여자랑 놀고 싶은 건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이왕이면 돈을 받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돈을 받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여성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거기다가 성욕까지 매번 다른 여자에게 풀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돈도 벌고 놀기도 하는 1석2조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권씨나 이씨와 같은 일을 원하는 남성들은 적지 않다. 심지어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남성 접대부’ 카페까지 생겨난 실정이다. 물론 겉으로 직접적인 성매매를 표방하지는 않는다. 그저 ‘뭐든지 다 한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라고 적어놓을 뿐이다.

‘호스트빠’ 남성도우미가 프리랜서 남성도우미로 도약
특별한 기술·자금 없이 ‘몸’ 밑천으로, ‘센스’ 무기로…

하지만 여기에 2차 성매매가 포함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들에게는 더욱 대접을 받는다. 남성들이 젊은 여성을 찾는 것과 똑같이 여성들도 젊은 남성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보도방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심지어 어떤 보도방의 경우 무려 100명이 넘는 남성 도우미들을 데리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소속된 남성들은 밤마다 승합차에 실려 서울 거리를 누비며 곳곳으로 ‘배달’되고 있다. 이들 남성 도우미를 찾는 손길은 다양하다. 회식을 하는 직장여성들의 2차 노래방 자리는 물론이고 여고·여중 동창회가 끝난 뒤에도 삼삼오오 모여 남성 도우미를 찾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심지어 남성 노래방 도우미에 중독이 된 여성들도 있다고 한다. 집안에서는 남편에게 ‘가정부’ 취급을 받지만 이들 남성 도우미들에게는 ‘공주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공주’가 되기 시작하면 그녀들은 때로 가정을 내팽개칠 정도가 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생각보다 강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
이런 퇴폐 향락 문화에 대해 남성들과 여성들은 각각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장 여성 최모(29)씨는 ‘못할 것도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최씨는 “솔직히 남성들도 아내 몰래 애인 몰래 성매매도 하고 별 걸 다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의 성매매가 용인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꼭 여성들만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이어 “‘성매매는 부도덕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성매매가 부도덕한 것은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렇다고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장려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성매매도 똑같은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에게는 여전히 ‘여자들이 어떻게…’라는 보수적인 사고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자영업자인 박모(34)씨는 “성매매가 남녀 모두에게 공히 나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성들의 그런 성매매가 여성들의 성매매를 용서하는 하는 계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성들까지 거리낌없이 성매매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성매매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으로 인해 남성들의 성매매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대를 역행해 오히려 여성들의 성매매가 늘어난다고 한다면 지금하고 있는 성매매 단속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여성들의 성매매도 일정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여성들의 남성 성매매까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워낙 은밀하게 남성의 성이 거래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고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에서 지금부터 빨리 손을 써서 더 이상 남성 성매매가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는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방비에 노출된 ‘男-男 성매매’ <현주소>
남자도 남자의 性을 산다?

남자들이 성매매를 하는 대상은 여자들만이 아니다.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일부 남성들은 자신의 파트너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남성’을 찾아 성매매를 하려고 한다.
경찰은 얼마 전 이 같은 ‘남남(男男) 성매매’에 대한 사건을 적발했다. 50대의 한 남성 회사원이 남자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결국 추적 끝에 그를 구속시킨 것이다.
당시 이 50대 남성은 고등학생들을 유인, 모텔 등지에서 성관계를 맺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도 성행위를 하고 돈과 담배를 주는 등 지금까지 수십 차례 이 같은 ‘남남 성매매’를 했다는 것.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뒤 본격적인 성행위를 맺어왔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이런 남남 성매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미 경찰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라면 실제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남남 성매매는 에이즈를 퍼뜨리는 가장 중요한 계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른바 ‘준빠’, 혹은 ‘정빠’로 불리는 이태원이나 낙원동 일대의 룸살롱 등에서는 이 같은 남남 성매매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에이즈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선 거의 전혀 무지한 상태라는 것. 물론 대부분은 에이즈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설마 내가…’라는 생각으로 위험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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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