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04>송도 ‘GCF 유치’효과

미지근 분위기 한방에 ‘부글부글’

<일요시사= 장경철 르포라이터> 인천 송도가 들썩이고 있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국제도시 유치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연간 38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당장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환경 분야 세계은행’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송도국제업무단지 아이타워에 내년 2월부터 입주

1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옴에 따라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의 반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만 해도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분양한 ‘송도캠퍼스타운’ 순위 내 청약 결과가 평균 0.49대 1에 머무르면서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일 송도가 GCF 사무국 유치를 확정 지으면서 불과 하루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2020년 8000명 상주
주택 활성화 기대

▲송도국제도시는? = 송도국제도시는 도심 속 친환경을 콘셉트로 한 최첨단 컴팩스마트시티(Compact&Smart City)다. 접근성이 우수한 데다 교육·비즈니스·정주환경 등을 두루 갖춰 2차 이사회 기간 내내 이사국과 UN 관계자들로부터 큰 감탄과 호응을 얻어냈다.

송도국제도시는 전 세계 182개 도시와 직항으로 연결되는 인천국제공항과 불과 20분 거리인 데다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서울과도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최고의 IT 인프라와 유비쿼터스 환경을 갖췄으며 첨단·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탁월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


한국 뉴욕주립대를 비롯해 해외 유명 대학이 이미 입주했거나 들어올 예정으로,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교육 기관인 채드윅국제학교는 지난 2010년 이미 개교해 운영 중이다. 쉐라톤호텔, 송도파크호텔 등 특급호텔이 국제회의를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녹색도시로 국내 최대 녹지율(32%)을 확보하고 있고 센트럴파크, 미추홀공원 등 곳곳에 녹지축이 형성돼 있다.

▲지역 경제 직간접 효과는? = 인천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무국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1917억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국제회의 관련 수요와 사무국과 유관기관 직원의 소비 규모 등을 합한 규모로 사무국 주재원 숫자는 내년 초 출범시 300∼500명이고 2020년께는 8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121차례 GCF 관련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회의 참석자 등을 고려하면 매년 수십만 명이 송도국제도시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사무국으로 인해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무국 유치로 1915명의 고용유발 등 연간 380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무국이 입주하면 뒤따라 금융과 기술, 환경, 법률 관련 단체 등이 대거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금융과 산업을 결합한 신성장 분야의 투자 유치 활성화로 연간 4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유엔 아시아·태평양정보통신기술훈련센터(UN APCICT),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등 송도국제도시에 이미 입주한 국제기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한국녹색기술센터(GTCK)와 함께 세계 녹색성장을 이끄는 ‘그린 트라이앵글(Green Triangle)’을 구축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미분양에 따른 장기 침체를 겪어 온 주택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막 활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아파트의 매물이 사라지면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송도 부동산 시장 ‘들썩들썩’
아파트·오피스텔 3400채 분양

우건설이 시공하는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는 GCF 유치가 발표된 지난 20일 방문객과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4∼5배 가량 늘었다. GCF가 유치되면 계약을 하겠다고 가계약을 걸어놓은 10가구가 모두 계약으로 전환 됐다. 가계약도 22건이나 체결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로 그동안 불황의 골이 깊었던 송도의 오피스 빌딩·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입주도 줄을 잇고 있어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GCF 사무국 유치가 오피스 빌딩·상가 시장에 큰 호재가 되는 것은 사무국을 포함, 유관기관이 대거 입주하고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은 물건 있어요?”
건설사에 전화 폭주

상가시장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공구의 음식점 40여 곳은 아예 달러·유로화 사용 가능 인증마크를 부착하고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GCF 입주할 아이타워는? = GCF 사무국이 들어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아이타워(I-Tower)’가 주목받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내 2만4000㎡의 부지에 총사업비 1823억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아이타워는 지하 2층~지상 33층 규모로 현재 공정률은 91%다. 내외부 마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2013년 2월 완공 예정이다.

건물에는 GCF 사무국 외에 유엔아태정보통신교육센터(UNAPCICT), 유엔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 동북아지역사무소 및 도시방재연수원,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유엔 기탁도서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 등 6개 국제기구의 입주가 확정돼 있다.

여기에 유엔인간정주계획(UN-HABITAT),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환경계획(UNEP), 동북아환경협력계획(NEASPEC)을 추가로 유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GCF는 33개층 가운데 9층부터 24층까지 15개층을 사무국으로 사용하게 된다. 인천시는 1단계로 7개층을 제공하고 나머지 8개층은 일반임대 후 GCF의 연차적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2∼8층에는 동북아환경협력계획, 유엔아태정보통신교육센터, 유엔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 등의 국제기구가 자리잡는다. 나머지 25∼33층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청사로 이용된다.

주재원 500명에 매년 수십만 명 방문 예상
1900명 고용유발 등 연 3800억 경제 효과

상주·이용인구를 감안한 국제도서관, 다양한 문화센터, 전시시설, 복합문화 공간을 갖춘 아이타워는 친환경 인증자재를 사용하고 물 순환체계를 도입했다. 최첨단 정보통신인프라를 갖춘 쾌적한 업무환경은 기본이고, 옥상 녹화와 태양광 시스템, 태양열 급탕시스템을 도입해 자연에너지를 활용하게 된다.

건물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유엔, 송도문화벨트 등 3개의 에너지가 통합된 청사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외관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건물 아래에서부터 최상층까지 타워를 감싸면서 상승하는 삼각형 형태의 아트리움이다.
가장 아래 외부 조경공간은 센트럴파크와 직접 연결되며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타워 중간부분의 4개 실내 아트리움은 고층업무시설 근무자의 접지성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녹지, 바람, 빛을 즐길 수 있다. 타워 정사각형의 타워부 평면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고, 외장재료로 세라믹 패널과 Low-E 복층 유리를 사용해 최상의 에너지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인천지역 인기주거지인 송도국제도시엔 연말까지 3100여 가구의 아파트와 300여 실의 오피스텔이 공급된다. 건설업체들은 골프장·바다 조망권, 중소형 위주 구성 등 특화 요소를 앞세워 부동산경기 침체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IBD)에서 1861가구의 대단지 아파트 ‘송도 더샵 마스터뷰’를 분양 예정에 있다. 가구별 전용면적은 72∼196㎡로 구성하며 수요자 층이 두터운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이 75%를 차지한다.


잭니클라우스 골프장과 서해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가 장점이다. 대부분의 가구를 남향 위주로 배치했고 앞뒤가 트여 있는 평면으로 설계했다.

대우건설도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오피스텔’을 공급 예정에 있다. 전용면적 24∼39㎡ 규모 338실로 구성했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송도 캠퍼스타운’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서고 있다. 내년부터 신입생이 입학하는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가깝고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과 맞붙어 있다. 총 1230가구의 대단지이며, 전용면적 59∼101㎡의 중소형 위주다.

중소형 위주 구성
미분양 털기 초점

취득세 인하 조치에 따라 미분양분을 안고 있는 건설사들도 대대적인 미분양 아파트 판촉에 들어갔다. 대우건설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특별 판매팀을 조직, 고객을 찾아가는 마케팅을 펼친다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건설은 ‘송도 캐슬&해모로’ 모델하우스에서 황금열쇠 등 경품을 내건 이벤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