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짓밟힌 고려아연…소액주주는 ‘피눈물’

최윤범 회장의 사익 경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 고려아연이 창사 이래 최대의 격랑 속에 빠져들었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여느 기업들이 겪는 대외적 경기 불황이나 산업 경쟁력 약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2024년부터 시작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이 벌써 3년째에 접어들었다. 시장과 주주들은 위기의 진원지로 대주주이자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최 회장의 ‘독단적 경영’ 행태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이 건실했던 기업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적 리스크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들은 최 회장이 지키려 하는 것이 과연 고려아연의 미래 가치인지, 아니면 자신의 공고한 경영권 왕좌인지 묻고 있다. <일요시사>는 최 회장을 둘러싼 핵심 의혹을 통해 이른바 ‘사익 경영’이 어떻게 주주가치를 파괴하고 있는지 집중 조명했다.

최 회장을 향한 의혹의 시선은 가장 먼저 본업과 무관한 ‘사모펀드 투자’와 이에 따른 법적 리스크로 쏠린다.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혐의에 대해 김범수 창업자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시세조종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최 회장을 겨냥했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의 연결고리는 다소 느슨해진 듯 보인다.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며 불씨는 남았으나 당장 입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이 최 회장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법원이 해당 펀드를 운용하며 자금을 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게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펀드 출자자들이 일반 투자자가 아니고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쏟아부은 약 6000억원의 자금이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인 지 대표와의 친분에 의한 ‘친구에게 맡긴 돈’ 성격임을 법원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영풍 측은 “운용사 대표가 펀드 자금을 유용해 유죄를 받았다는 것은 고려아연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체계가 완전히 붕괴됐음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주가조작 여부를 떠나 횡령 범죄가 발생한 펀드에 회사의 거액을 감시 없이 맡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임’과 ‘내부 통제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특혜성 몰빵 투자’ 논란에도 기름을 부었다. 고려아연은 지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8개 펀드 중 6개 펀드에 지분 90% 이상을 출자하는 단일 최대 투자자(LP) 역할을 해왔다.

통상적인 LP라면 자금 흐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최 회장은 이를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지 대표의 횡령 사실을 몰랐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독단적인 경영’ 행태 되풀이
그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

더욱이 해당 펀드는 이그니오홀딩스 등 부실 의혹이 있는 기업을 고가에 매수하며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 재원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금이 전문적인 검토 없이 ‘학연 경영’의 제물로 쓰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 대표의 1심 유죄 판결로 인해 최 회장의 투자 결정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 명분은 더욱 뚜렷해졌다.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금력이 우회적으로 동원됐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최 회장이 지분 99.9%를 가진 개인 투자조합 ‘여리고1호’가 투자한 ‘청호컴넷’ 건이 대표적이다. 청호컴넷의 주가 부양을 위해 고려아연 자금 200억원이 우회적으로 투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이 개인적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고발을 단행한 상태다. 상장사의 자금이 대주주 개인의 재테크 도구로 사유화됐다는 의혹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중대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보 또한 ‘주주 경시’ 논란을 키웠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가 시급해지자 2.5조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기습적으로 추진했다가 시장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이를 철회했다. 공개매수로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는 신주 발행 시도는 ‘주주 배신행위’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한 자사주를 우호 세력과 교환해 주주 동의 없이 의결권을 부활시키려 한 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무리수는 결국 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사유로 퇴출당하는 수모로 이어지며 고려아연을 ‘투자 기피 종목’으로 낙인 찍히게 만들었다.

최 회장은 호주 손자회사인 썬메탈(SMC)을 동원해 경쟁 상대인 영풍의 주식을 매입하게 함으로써 의결권을 제한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영상 합당한 이유 없이 해외 자금을 국내 지배력 싸움에 동원한 것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

이 대통령 “후진적 경영에 적극 개입”
“콕 집어 주문한 국민연금 실행할 때”

지난해 진행된 1·2심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 쓰여야 할 자금이 국내 집안싸움의 ‘방패’로 소모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액주주는 “지금의 고려아연은 최 회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과 국민연금, 국가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터전”이라며 “최 회장이 수많은 의혹에 ‘몰랐다’ ‘적법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동안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주주 자산은 녹아내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횡령·배임 의혹, 시세조종 가담 등 주식시장에서 가장 엄중하게 다루는 범죄들이 최 회장의 이름 뒤에 따라붙고 있다”며 “소액주주들은 더 이상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용 총알이 되기를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최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는 이재명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 이후 첫 주총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주식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며 “특히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기업 사유화를 막고 주주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연금의 공적 책무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력한 시그널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불거진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침묵하지 말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라며 “각종 의혹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고려아연 경영진의 손을 국민연금이 들어준다면, 이는 현 정부의 국정 기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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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