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달러 신화’ 공포라는 이름의 복종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6.02.24 09:51:18
  • 호수 1572호
  • 댓글 0개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숫자는 커지고 사람들의 관심은 동시에 한곳으로 쏠린다. 이 나라는 과연 괜찮은가? 질문은 짧고 단순하며 하나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바로 달러를 사는 것이다.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순간, 미국 돈으로 갈아타는 선택은 언제나 합리의 언어로 포장된다.

위험 관리, 자산 방어, 냉정한 판단.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달러 도피는 안전한 판단일까, 아니면 공포가 요구하는 가장 쉬운 복종일까?

환율은 흔히 경제 변수로 설명된다. 하지만 환율이 ‘급히’ 움직이는 국면에서 지표들은 설득력을 잃는다. 급등하는 환율은 경제 성적표라기보다 집단 심리의 결과다. 시장은 타인의 반응에 반응한다. ‘이 나라 자산을 계속 들고 있어도 되나’ 하는 질문에 확신이 사라지는 순간, 환율은 더 이상 교환 비율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환율 수치를 잡는 것이 아니라, 공포가 경제 붕괴의 서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뿐이다. 이 지점에서 국가는 늘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국가는 환율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환율을 정치적 언어로 다루거나 정책 방향이 흔들린다는 신호를 주는 순간,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한 절제, 정치적 해석을 차단한 침묵은 무능이 아니라 가장 비용이 적은 개입이다. ‘잘못된 개입으로 상황을 더 망치지 않는 국가’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드물며,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그 대가는 늘 혹독하다. 환율은 물론 금리와 주식, 나아가 민생과 직결된 물가조차 인위적인 통제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상은 해법이라기보다 임시 브레이크에 가깝다.

정책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은 금리 인상은 시장을 진정시키기 어려울뿐더러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국민 경제의 체력으로는 그 금융 부담을 감당해 낼 재간도 없다. 오히려 상황이 통제 불능에 빠졌다는 국가의 뼈아픈 자백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달러의 안정성은 윤리가 아닌 힘에서 나온다. 미국은 세계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자국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는 서슴지 않고 그 질서를 파괴하는 국가다. 달러를 사는 선택은 단순히 리스크를 회피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 공동체는 믿기 어렵고, 저 제국의 힘은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의 표현이다. 달러를 쥐는 순간, 우리는 미국의 패권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에 자신의 안전을 위탁한다. 이 선택은 경제적이라기보다 지극히 정치적이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돈의 가치를 허물면서, 그 결과인 환율 상승을 다시 국가의 책임으로만 돌린다. 이 같은 태도는 자기 강화적인 불신의 순환에 가깝다. 국내 자산의 위험은 투명하게 드러나 있고 정책과 합의를 통해 조정될 여지가 있지만, 달러와 해외 자산의 위험은 완전히 외생적이며 통제 불가능하다.

미국 정치와 지정학적 충돌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진짜 위험은 언제나 통제 불가능한 곳에서 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등장한다.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미국 돈으로 갈아타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일제 침략기에 제국에 부역하는 선택은 비합리적이었을까? 개인의 이익과 생존만을 기준으로 본다고 해도 일제에 협력해 안전을 도모하는 계산이 당대에도 합리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오늘의 달러 도피 논리도 이 구조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은 불안하고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 ‘강한 힘이 나의 생존 조건을 정의한다’는 전제다.

사실 달러 도피는 여윳돈이 있고 지킬 게 많은 이들의 전유물이다. 일제강점기의 부역 행위 또한 그랬다.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제국의 그늘을 더 쉽게 찾았다. 차가운 밥 한 덩이를 목구멍에 겨우 쑤셔 넣고 학교로, 직장으로 달려야 하는 서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 땅의 바닥을 묵묵히 견뎠다.

나라가 망해도, 우리 돈이 사라질 위기가 닥쳐도 금가락지 팔아서 보태고 국채보상운동에 나섰던 사람들. 달러를 살 여유조차 없었던, 그때의 그들이었다. 다시 위기가 온다면 누가 먼저 달러라는 구명보트로 도피할지는 자명하다.

개인 재산을 지키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언정, 21세기 대한민국 공동체의 관점에서는 깊이 고민해 볼 대목이다. 미국이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듯, 한국도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공동체가 도대체 무엇을 지켜낼 수 있을까?

세계는 더 이상 달러를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은 통화이기 이전에 제국의 패권에 의지해 작동하는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안전을 원한다면 특정 국가의 힘에 명운을 기댄 화폐보다,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자산인 금이 더 믿음직스럽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이 발행하는 채권 대신 금을 앞다퉈 비축하는 현상도 우연이 아니다. 금을 손에 넣기 위해 다시 달러라는 통로를 거쳐야 하는 딜레마는 피할 수 없으나, 달러는 금으로 향하는 과정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 달러는 건너가는 다리고, 금은 머물러야 할 장소다.

역사는 증명해 왔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화폐는 종잇조각이 된다. 달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군사력으로 화폐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신뢰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 각자도생의 시대는 각자가 달러를 움켜쥐라는 뜻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를 스스로 지키라는 의미다.

달러에 목숨을 거는 것은 사소한 것에 전부를 거는 일이며,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스스로의 판단 기준을 저버리는 일이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사소한 이유로 저버릴 수 있다면 그것도 말리긴 어렵겠지만 말이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필요한 것은 빠른 도피가 아니라 현명한 판단 기준이다. 환율이 오를 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애국심도, 무작정한 국가 비난도 아니다. 우리가 어떤 질서에 동의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다. 가장 위험한 선택은 국가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믿는 것이다.

공포는 늘 가장 쉬운 길을 제안하고 가장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그것이 내년이든 10년 뒤든, 미국 질서의 시대는 확실히 종말을 향하고 있다. 제국의 패권에 저항하자는 선동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돈과 사랑이 삶의 소중한 바탕이듯 재산과 애국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믿고 존중하는 태도가 먼저다. 우리가 우리를 먼저 지켜주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 변화하는 시대의 끝자락, 긴 겨울밤의 고민이 더 깊어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