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1)공약해부-①대북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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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끌려가지 않고 통일 초석 놓을 이는 누구?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한 번째 순서로 그들의 '대북정책'을 살펴봤다.

우리나라는 지구촌 유일무이 분단국가다. 이러한 분단상황은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안보는 물론 경제·복지·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경영하고자 하는 대선주자라면 반드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해야만 하는 이유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의 대북정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박근혜 <신뢰외교>
"평화정착, 경제, 정치의 3단계 통일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핵심 키워드는 바로 '신뢰'다. 박 후보는 남북 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박 후보는 이러한 남북 간의 신뢰구축을 위해 북한의 핵 포기,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북의 태도 변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일방적 신뢰가 아닌 쌍방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북한이 남한과 합의한 약속을 지키면 그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다.

북 도발 강력대응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 등에는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남북 신뢰 구축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우리 측의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가 없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아직 대북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신뢰는 대북정책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근본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이 같은 지적들을 종합해 최종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대북공약에서 '인도적 지원'을 명문화하거나 과감한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묻지마 지원' 만큼은 철저히 피한다는 전략이다.

북한과의 대화채널도 언제든지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지금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어쨌든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는 원칙적으로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보수층을 대변하는 입장인 만큼 비교적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선 박 후보 측에서는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는 북한의 사과 없이는 결코 재개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적 접근법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에선 불안해서 교류·협력을 할 수 없다"며 안보에 방점을 찍은 보수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통일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일의 대상인 북한 주민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인권문제를 공론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외로 최근 대선정국의 주요화두로 떠오른 NLL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킨다"면서도 "공동어로수역 지정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 유화적인 입장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통일 시나리오는 이른바 '3단계 평화통일'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 평화정착' 단계에서 '경제통일'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치통일'에 이른다는 게 골자다. 과연 박 후보의 통일 시나리오는 실현될 수 있을까?



문재인 <남북경제연합>
"대북평화협력 통해 통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른바 NLL의혹으로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대북정책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문 후보는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 목표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보다 나은 정책이 아니고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 표방하면서도 단점 등은 보완해 보다 완벽한 대북평화협력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노무현 극복하기

우선 최근 논란이 된 NLL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NLL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등 NLL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특히 "취임하면 바로 서해평화협력지구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키워드로 '경제'를 꼽았다. 남북 사이에 연합체를 구성하고 자본, 물자, 인력 등의 교류를 통해 양측의 경제를 모두 활성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립의 이념으로 일관했던 지난 5년 동안의 대북 정책의 결과는 참혹했다"며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하루 속히 끌어들여 통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과거 도발 및 미래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는 문 후보 측의 입장은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남북 간 포괄적인 경제협약체결이 추진되고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되는 만큼 활발한 남북교류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과거 진보정권에서 되풀이 됐던 '퍼주기 논란'이 재현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 후보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일단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약 없는 북한의 사과를 기다리며 남북대치를 이어가기보단 우선 금강산 관광을 재개 한 후 적극적인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연평도 사태는 우선적인 사과를 요구하되,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각종 의문점을 먼저 풀어본 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퍼주기 논란

하지만 문 후보 측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후보 측은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축소하고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의 통일비전은 남북경제연합에 있다. 문 후보는 "우선 북한과 확고한 평화협정를 맺고 남북경제연합을 구성해 남북 간 교류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정치연합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구상을 내놨다.


안철수 <북방경제>
"포용·상생의 단계적 통일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대북정책에 대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평화·안보·경제가 선순환되는 게 당연하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구한 포용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이명박 정부의 상생 공영정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안보가 불안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복지국가는 요원하다"며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그레이드된 대북포용정책'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을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게 연결시키는 최상위 전략 개념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간적 성향

안 후보는 과거 정부들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안 후보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며 현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또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교류협력으로 긴장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 갈등을 유발했다.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후보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점이다.

안 후보는 타 후보들의 대북정책들과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도·무당파에 기반을 둔 안 후보는 상당수 대북정책에서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중간적 성향을 띠고 있다.

한편 안 후보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위해 북방경제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대륙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도로와 해운이 결합하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해 북방자원·에너지 실크로드를 건설하고 북의 농업을 살리는 북방 농업협력 등을 추진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남북경협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남북경협의 제도화를 실현하고 이를 논의하고 이행하기 위한 상시 조직을 개성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통과의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남·북·러 PNG(Pipeline Natural Gas) 사업과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확장해 중국 동북지역 및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자원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방향제시 미흡

이외에도 안 후보는 대북 포용정책과 안보태세 강화, 균형 외교를 대북정책의 3대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NLL문제는 확고히 지키면서 서해평화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고 금강산 관광문제는 우선 대화하되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즉시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북핵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북 인권도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묻어두지만은 않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 전문가는 "튼튼한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달성할 것인지 방향제시가 미흡하다"며 "복잡한 대북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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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