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1)공약해부-①대북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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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끌려가지 않고 통일 초석 놓을 이는 누구?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한 번째 순서로 그들의 '대북정책'을 살펴봤다.

우리나라는 지구촌 유일무이 분단국가다. 이러한 분단상황은 우리나라의 정치·외교·안보는 물론 경제·복지·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경영하고자 하는 대선주자라면 반드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해야만 하는 이유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의 대북정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박근혜 <신뢰외교>
"평화정착, 경제, 정치의 3단계 통일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북정책 핵심 키워드는 바로 '신뢰'다. 박 후보는 남북 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박 후보는 이러한 남북 간의 신뢰구축을 위해 북한의 핵 포기,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하는 북의 태도 변화,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일방적 신뢰가 아닌 쌍방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북한이 남한과 합의한 약속을 지키면 그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다.

북 도발 강력대응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 등에는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남북 신뢰 구축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우리 측의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가 없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아직 대북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신뢰는 대북정책을 풀어나가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근본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이 같은 지적들을 종합해 최종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대북공약에서 '인도적 지원'을 명문화하거나 과감한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묻지마 지원' 만큼은 철저히 피한다는 전략이다.

북한과의 대화채널도 언제든지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지금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어쨌든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는 원칙적으로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보수층을 대변하는 입장인 만큼 비교적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선 박 후보 측에서는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는 북한의 사과 없이는 결코 재개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적 접근법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에선 불안해서 교류·협력을 할 수 없다"며 안보에 방점을 찍은 보수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북한인권법과 관련해서도 통일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일의 대상인 북한 주민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인권문제를 공론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외로 최근 대선정국의 주요화두로 떠오른 NLL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킨다"면서도 "공동어로수역 지정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 유화적인 입장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통일 시나리오는 이른바 '3단계 평화통일'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 평화정착' 단계에서 '경제통일'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치통일'에 이른다는 게 골자다. 과연 박 후보의 통일 시나리오는 실현될 수 있을까?



문재인 <남북경제연합>
"대북평화협력 통해 통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른바 NLL의혹으로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대북정책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문 후보는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 목표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보다 나은 정책이 아니고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 표방하면서도 단점 등은 보완해 보다 완벽한 대북평화협력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노무현 극복하기

우선 최근 논란이 된 NLL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하지만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NLL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등 NLL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특히 "취임하면 바로 서해평화협력지구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키워드로 '경제'를 꼽았다. 남북 사이에 연합체를 구성하고 자본, 물자, 인력 등의 교류를 통해 양측의 경제를 모두 활성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립의 이념으로 일관했던 지난 5년 동안의 대북 정책의 결과는 참혹했다"며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하루 속히 끌어들여 통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대북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과거 도발 및 미래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는 문 후보 측의 입장은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남북 간 포괄적인 경제협약체결이 추진되고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되는 만큼 활발한 남북교류가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과거 진보정권에서 되풀이 됐던 '퍼주기 논란'이 재현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 후보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일단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약 없는 북한의 사과를 기다리며 남북대치를 이어가기보단 우선 금강산 관광을 재개 한 후 적극적인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연평도 사태는 우선적인 사과를 요구하되,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각종 의문점을 먼저 풀어본 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퍼주기 논란

하지만 문 후보 측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후보 측은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축소하고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의 통일비전은 남북경제연합에 있다. 문 후보는 "우선 북한과 확고한 평화협정를 맺고 남북경제연합을 구성해 남북 간 교류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정치연합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구상을 내놨다.


안철수 <북방경제>
"포용·상생의 단계적 통일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대북정책에 대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평화·안보·경제가 선순환되는 게 당연하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구한 포용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이명박 정부의 상생 공영정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안보가 불안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복지국가는 요원하다"며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그레이드된 대북포용정책'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을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게 연결시키는 최상위 전략 개념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간적 성향

안 후보는 과거 정부들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안 후보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며 현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또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교류협력으로 긴장완화의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 갈등을 유발했다.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후보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점이다.

안 후보는 타 후보들의 대북정책들과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도·무당파에 기반을 둔 안 후보는 상당수 대북정책에서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중간적 성향을 띠고 있다.

한편 안 후보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위해 북방경제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대륙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도로와 해운이 결합하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해 북방자원·에너지 실크로드를 건설하고 북의 농업을 살리는 북방 농업협력 등을 추진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남북경협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남북경협의 제도화를 실현하고 이를 논의하고 이행하기 위한 상시 조직을 개성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통과의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남·북·러 PNG(Pipeline Natural Gas) 사업과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확장해 중국 동북지역 및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자원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방향제시 미흡

이외에도 안 후보는 대북 포용정책과 안보태세 강화, 균형 외교를 대북정책의 3대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NLL문제는 확고히 지키면서 서해평화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고 금강산 관광문제는 우선 대화하되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즉시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북핵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북 인권도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묻어두지만은 않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 전문가는 "튼튼한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달성할 것인지 방향제시가 미흡하다"며 "복잡한 대북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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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