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수장학회 못 내려놓는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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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은 무슨! 내 식구나 잘 챙기자?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수장학회 논란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해명이나 해결은커녕 정수장학회와 자신이 무관하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달 전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를 했던 그가 이처럼 돌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1962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없는 유능한 인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수장학회가 5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의 사업가 김지태씨가 헌납한 재산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으며 원래 명칭은 5·16장학회였다. 그러나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그의 부인 육영수의 '수'를 따와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문화방송(MBC)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발목 잡는 과거

정수장학회는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박 전 대통령의 동서인 조태호와 딸인 박 후보가 각각 5·8대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박준규 전 부산일보 사장, 진혜숙 전 청와대 총무비서 등 측근들이 이사를 지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장직을 사임했는데 그 후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의전공보관을 지낸 최필립씨가 맡고 있다. 최 이사장은 박 후보의 사조직 미래연합의 운영위원이기도 했다.

정수장학회 논란의 핵심은 설립 기반이 된 김지태씨의 재산이 군부세력에 의한 '강제헌납'이었는지, 김씨의 '자발적 기부'였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자발적 기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는 "김씨는 4·19 때부터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그후 5·16때 부패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헌납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의 발표는 이와 상반된다. 진실위는 "김씨의 재산헌납은 구속수감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앙정보부는 수사권을 남용해 재산헌납 과정에 개입했고, 국가재건최고회의 관련자들은 박정희 의장 지시로 헌납받은 재산을 5·16 장학회로 이전했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지난 2월 김씨 유족 등이 강제로 기부된 아버지의 주식을 돌려달라며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소송에서 "강압으로 재산이 넘어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시효가 지나 반환청구는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박 후보를 향해 정수장학회를 국가에 헌납하고 이사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박 후보는 매번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지난 과거사 사과 때와 같은 파격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기존의 입장에서 단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도대체 왜 기자회견을 한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을 정도다.

정수장학회 논란 진화? 기름 부은 박근혜
김지태의 재산 환원, 강탈 또는 자발적 기부

게다가 정수장학회의 전신이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가 아니라고 주장한 점, 그리고 나중에 정정은 했지만 "유족들은 강탈당한 것으로 주장하지만 법원에서는 그런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패소 판정한 것"이란 언급은 정수장학회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정수장학회가 발간한 창립 30주년 기념 책자에는 버젓이 "정수장학회는 5·16장학회와 부일장학회의 법통을 이어 받고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음에도 황당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이 "강압이 없었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번복한 것은 인혁당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태를 진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지난 15일 <한겨레>가 '언론사 지분 매각을 통해 대선에서 박 후보를 돕자'는 내용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록를 공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록이 공개된 마당에 정수장학회와 자신이 전혀 관련이 없다는 박 후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어줄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이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왜 지난 과거사 논란 때와는 달리 기존의 입장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이번 입장발표가 매우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지난 9월24일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사과발표를 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역사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다시금 자신과 정수장학회의 무관함을 강조했는데 설사 진짜 무관하다고 하더라고 국민들이 이를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국민적 상식'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입장 고수를 최근 주력하고 있는 보수층 끌어안기에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들은 "박 후보는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으로 사과를 했음에도 외연을 확대하기는 커녕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며 "만약 정수장학회가 강제로 빼앗은 장물로 설립된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또 한번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더럽히는 격이 되고 이는 보수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박 후보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층 끌어안기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온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번복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 자신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더욱 큰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공천헌금 사태에서 보듯 아무리 강력한 네거티브라도 물증이 없다면 심증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지게 된다"며 "박 후보도 그러한 점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좋은 선거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한 대선후보로서의 모습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박 후보는 적극적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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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