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막판 단일화 시나리오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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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드림팀' 12월10일 이후에나 뜬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이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수장학회, NLL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는 이제 본격적인 정책대결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과감한 변신을 선택했던 그들의 정책은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것으로 남은 50여 일 동안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야권단일화'의 성패여부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다가오는 제18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야권단일화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자신이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정치쇄신에 대해 "(정치쇄신을 위한 방안을 나한테 묻는 것은) 자기 집 대문 수리방법을 옆집에 가서 묻는 것"이라며 까칠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축소' '정당의 공천권 포기'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구체적인 정치쇄신 방안의 윤곽을 제시했다.

문, 단일화 가속페달
안, 단일화 속도조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후보등록 등 대선 일정과 야권 지지세력의 압력을 감안할 때 단일화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종교인 100여 명도 정치개혁과 야권단일화를 위한 '유권자 연대운동'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화답하듯 문 후보는 지난 22일 "국민들의 뿌리 깊은 정치불신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치의 혁신문제이고 정당정치가 처해있는 위기의 본질"이라며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책임총리제 도입, 5대 부패 축출 등의 정치개혁 의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이 내놓은 정치쇄신 방안에 대해 별다른 평가를 내놓진 않았다.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순간 단일화 프레임에 너무 일찍 휩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너무 일찍 단일화 프레임에 휩쓸릴 경우 지지층이 견고한 문 후보 측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일화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단일화의 주도권은 안 후보 측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옴에 따라 문 후보 측은 단일화를 재차 요구하며 애를 태우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은 여러차례 완주의지를 밝히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21일 "(안 후보와) 단일화가 안 될 수도 있다. 최근 안 후보가 선대위 진용을 갖추는 것을 봐도 완주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빨라지는 야권 대선시계…문은 '조급' 안은 '느긋'
문 vs 안 승자는 누구?…단일화 신경전 본격화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 후보와 새누리당의 물밑 교섭설까지 나돈다. 안 후보가 야권과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하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총리로 기용돼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안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해도 좋고 지더라도 총리로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으니 밑질 것 없어 보이는 흥미로운 소문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정말 야권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다자구도 1위만큼은 대선 당일까지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가 분명한 상황에서 결국은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이는 평생 두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때문에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단일화 제의에 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단일화 협상의 '성립'이 아니라 단일화의 '성공' 여부라는 이야기다.

벼랑 끝 민주당
패배 승복할까?

양측이 단일화에 동의한다고 해도 단일화 작업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하는 쪽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일거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지금은 단일화에 적극적이지만 협상 틀을 깨고 먼저 뛰쳐나올 가능성이 큰 것도 민주당이라고 분석한다.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만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대권도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데다 이미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연이어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형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단일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단일화 방법에 대한 양측의 뚜렷한 견해차다. 실제로 지난 1987년 13대 대선에서 직선제를 요구하며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야권 대선주자들은 막상 직선제가 선포되자 단일화 후보선출방식을 놓고 몇 달씩이나 협상을 벌이고도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각자 대선에 출마해 패배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협상에서는 여론조사 문구 하나 때문에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것은 여론조사와 현장투표를 적절한 비율로 섞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자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대립을 거듭하다 단일화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 측에선 담판, 통큰 양보 등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대선후보를 담판으로 결정짓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거나,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통합 또는 야합
엇갈리는 평가

단일화 방법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다면 그 시기 또한 관전포인트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 시점을 대선후보등록일(11월25~26일) 이후, 즉 12월 10일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단일화 협상에 돌입한다 해도 시간이 촉박한데다 너무 일찍 단일화를 이룰 경우 여권의 공세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 또 단일화 시기를 늦출수록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 단일화가 진행되는 과정 동안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정적으로 대선후보에 등록한 후에는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해 후보직을 사퇴하더라도 민주당은 152억원에 달하는 대선국고보조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단일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후보등록 이후 단일화에 나선다면 대선국고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에만 집중하다 정작 정책이 실종되고 민생 챙기기에 소홀하게 되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고도 패배를 맛봤던 유시민 전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후보 단일화, 대선승리 보증수표는 아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가치와 정책 공유돼야"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은 안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3-24일 양일간 성인 1500명(가구전화 RDD 80%+휴대전화 RDD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42.5%)가 문 후보(36.3%)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 큰 문제는 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박 후보를 확실하게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선 오히려 문 후보(45.4%)가 박 후보(46.4%)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49.4%)는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43.6%)를 오차범위 밖으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당선가능성'이라는 현실적 지표가 부상하기 시작하면 문 후보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 측은 "지지율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11월 초중순부터 나타나는 여론조사 지표가 진짜 경쟁력"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막상 판세를 뒤집을 별다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안 후보 측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불안감 등이 막판에 작용할 경우 지지도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고 60년 정통을 가진 거대 야당의 조직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 필승론
단일화 회의론

마지막으로 야권이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대선 승리는 확실시 되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이른바 '단일화 필승론'도 있지만 단일화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단일화 자체가 대선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 한 현행선거법상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보수성향 중도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화한다고해서 표심의 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71.4%만이, 안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75.3%만이 각각 최종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 나타났듯 같은 야권이지만 성향이 다른 정당이 억지로 단일화에 나서다 보면 일부 정책 등이 충돌하며 혼선을 빚어 오히려 표심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두 후보 간의 단일화가 대선승리와 직결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 지지자들이 선뜻 동의하고 힘을 합하는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단순한 단일화 넘어 통합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전제다. 한 전문가는 두 후보 간의 단일화에 대해 "핵융합에 버금가는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결코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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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