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막판 단일화 시나리오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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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드림팀' 12월10일 이후에나 뜬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이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수장학회, NLL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여야는 이제 본격적인 정책대결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과감한 변신을 선택했던 그들의 정책은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것으로 남은 50여 일 동안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야권단일화'의 성패여부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다가오는 제18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야권단일화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자신이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정치쇄신에 대해 "(정치쇄신을 위한 방안을 나한테 묻는 것은) 자기 집 대문 수리방법을 옆집에 가서 묻는 것"이라며 까칠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축소' '정당의 공천권 포기'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구체적인 정치쇄신 방안의 윤곽을 제시했다.

문, 단일화 가속페달
안, 단일화 속도조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후보등록 등 대선 일정과 야권 지지세력의 압력을 감안할 때 단일화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종교인 100여 명도 정치개혁과 야권단일화를 위한 '유권자 연대운동'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화답하듯 문 후보는 지난 22일 "국민들의 뿌리 깊은 정치불신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치의 혁신문제이고 정당정치가 처해있는 위기의 본질"이라며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책임총리제 도입, 5대 부패 축출 등의 정치개혁 의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이 내놓은 정치쇄신 방안에 대해 별다른 평가를 내놓진 않았다.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순간 단일화 프레임에 너무 일찍 휩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너무 일찍 단일화 프레임에 휩쓸릴 경우 지지층이 견고한 문 후보 측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일화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단일화의 주도권은 안 후보 측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옴에 따라 문 후보 측은 단일화를 재차 요구하며 애를 태우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은 여러차례 완주의지를 밝히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21일 "(안 후보와) 단일화가 안 될 수도 있다. 최근 안 후보가 선대위 진용을 갖추는 것을 봐도 완주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빨라지는 야권 대선시계…문은 '조급' 안은 '느긋'
문 vs 안 승자는 누구?…단일화 신경전 본격화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 후보와 새누리당의 물밑 교섭설까지 나돈다. 안 후보가 야권과 단일화하지 않고 완주하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총리로 기용돼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안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해도 좋고 지더라도 총리로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으니 밑질 것 없어 보이는 흥미로운 소문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정말 야권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다자구도 1위만큼은 대선 당일까지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가 분명한 상황에서 결국은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이는 평생 두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때문에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단일화 제의에 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단일화 협상의 '성립'이 아니라 단일화의 '성공' 여부라는 이야기다.

벼랑 끝 민주당
패배 승복할까?

양측이 단일화에 동의한다고 해도 단일화 작업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하는 쪽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일거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지금은 단일화에 적극적이지만 협상 틀을 깨고 먼저 뛰쳐나올 가능성이 큰 것도 민주당이라고 분석한다.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만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대권도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데다 이미 경기도지사,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연이어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형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단일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단일화 방법에 대한 양측의 뚜렷한 견해차다. 실제로 지난 1987년 13대 대선에서 직선제를 요구하며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야권 대선주자들은 막상 직선제가 선포되자 단일화 후보선출방식을 놓고 몇 달씩이나 협상을 벌이고도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각자 대선에 출마해 패배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협상에서는 여론조사 문구 하나 때문에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것은 여론조사와 현장투표를 적절한 비율로 섞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자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대립을 거듭하다 단일화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 측에선 담판, 통큰 양보 등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대선후보를 담판으로 결정짓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거나,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통합 또는 야합
엇갈리는 평가

단일화 방법에 대해 양측이 합의한다면 그 시기 또한 관전포인트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 시점을 대선후보등록일(11월25~26일) 이후, 즉 12월 10일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단일화 협상에 돌입한다 해도 시간이 촉박한데다 너무 일찍 단일화를 이룰 경우 여권의 공세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 또 단일화 시기를 늦출수록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 단일화가 진행되는 과정 동안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정적으로 대선후보에 등록한 후에는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해 후보직을 사퇴하더라도 민주당은 152억원에 달하는 대선국고보조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단일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후보등록 이후 단일화에 나선다면 대선국고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에만 집중하다 정작 정책이 실종되고 민생 챙기기에 소홀하게 되면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고도 패배를 맛봤던 유시민 전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후보 단일화, 대선승리 보증수표는 아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가치와 정책 공유돼야"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은 안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3-24일 양일간 성인 1500명(가구전화 RDD 80%+휴대전화 RDD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42.5%)가 문 후보(36.3%)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 큰 문제는 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박 후보를 확실하게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선 오히려 문 후보(45.4%)가 박 후보(46.4%)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49.4%)는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43.6%)를 오차범위 밖으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당선가능성'이라는 현실적 지표가 부상하기 시작하면 문 후보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 측은 "지지율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11월 초중순부터 나타나는 여론조사 지표가 진짜 경쟁력"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막상 판세를 뒤집을 별다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안 후보 측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불안감 등이 막판에 작용할 경우 지지도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고 60년 정통을 가진 거대 야당의 조직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 필승론
단일화 회의론

마지막으로 야권이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대선 승리는 확실시 되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이른바 '단일화 필승론'도 있지만 단일화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단일화 자체가 대선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 한 현행선거법상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보수성향 중도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화한다고해서 표심의 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71.4%만이, 안 후보로 단일화 됐을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75.3%만이 각각 최종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 지난 4·11 총선에서 나타났듯 같은 야권이지만 성향이 다른 정당이 억지로 단일화에 나서다 보면 일부 정책 등이 충돌하며 혼선을 빚어 오히려 표심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두 후보 간의 단일화가 대선승리와 직결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 지지자들이 선뜻 동의하고 힘을 합하는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다. 단순한 단일화 넘어 통합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전제다. 한 전문가는 두 후보 간의 단일화에 대해 "핵융합에 버금가는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결코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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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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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