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사태, 그 후…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6.01.20 14:09:17
  • 호수 1567호
  • 댓글 2개

불신만 가득한 캠퍼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지난 2024년 말부터 거센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동덕여대가 결국 지난달 3일, 2029년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했다. 대학 측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 위기 타개’를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총장의 교비 집행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며 공학 전환의 당위성이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는 장기 적자를 이유로 공학 전환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왔다. 2026학년도 입시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원 동향은 예년과 비교해 뚜렷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학칙에서 ‘여성’ 문구를 삭제하는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교내 집회가 이어지는 등 학내 갈등도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생존과 현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삼은 것은 ‘재정 건전성’이다. 대학 측이 지난해 6월 한국생산성본부(KPC)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현 여대 체제를 유지할 경우 적자 규모가 2035년 122억원, 2040년에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남학생 신입생을 충원하고 유학생 유치를 극대화할 경우, 약 979억원 규모의 재정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이에 따라 대학은 지난달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학칙 개정안을 전격 공고하며 체질 개선의 행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학칙 제1조 교육 목적에서 ‘여성 전문인’이라는 표현을 ‘전문인’으로 변경하고, 제63조 학생 활동 승인 사항 가운데 ‘집회’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데 있다.

대학 측은 이번 학칙 개정에 대해 “성평등과 다양성이라는 시대적 가치에 부응하고, 창학 정신을 현대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칙 제81조에 따라 개정안을 공고했으며, 이에 대한 의견은 학사지원팀에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동덕여대에 따르면 현행 학칙 제1조는 ‘창학정신과 교육이념에 따라 고도 산업기술 사회와 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교수·연구해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지성과 덕성을 갖춘 여성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해당 조항에서 ‘여성 전문인’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창학정신’ 관련 표현도 함께 수정됐다.

대학의 이 같은 행정 절차를 두고 학내 구성원 간의 시각 차는 뚜렷하다. 지난 9일 월곡캠퍼스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총학생회 ‘위드’는 재학생 및 휴학생 6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5%가 ‘여성’ 문구 삭제에 반대했으며, 학사 구조 개편안에 대해서도 70.1%가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번 설문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재학생과 휴학생 6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2029년 남녀공학 전환 공식화
변화 명분으로 재정 위기 강조

학생들은 대학평의원회가 학칙 개정을 추진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학생의원 전원이 반대하더라도 안건이 가결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논의가 강행되고 있다”며 “학생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는 학칙 개정과 발전 계획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덕여대 이수빈 총학생회장은 “공학 전환을 기정사실로 한 학칙 개정은 논의가 아닌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하는 절차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동덕여대는 공학 전환을 공식화하며 “재학생의 학업 환경을 2029년까지 보장하고,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반대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대학의 이 같은 절충안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입시 지표는 변수를 겪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주요 여자대학(이화·숙명·서울·성신 등)들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공통된 위기 속에서도 15~16대 1 안팎의 전년도 수준 대비 경쟁률을 유지하거나 이보다 상승하며 여대 교육 환경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증명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특화된 교육 환경과 브랜드 가치가 수험생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동덕여대의 경우 2026학년도 입시에서 전년 대비 유의미한 지원자 감소세가 나타났다. 2025학년도 대비 수시 지원자는 약 6500명, 정시 지원자는 160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월까지 진행되는 정시 추가모집 변수가 남아있으나, 2024년 말부터 이어진 학내 갈등과 학교 이미지의 변화가 수험생들의 지원 심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대학 본부 역시 이런 지표 변화를 의식한 듯 갈등을 마무리하고 부정적 외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인정했다.

서울 모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지원자나 경쟁률이 줄어든 수치보다도 성적이 좋지 않은 수험생들이 빈틈을 공략하면 추후 신입생들의 수준도 하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총장과 학교 법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더해지고 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에 대해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으나, 조원영 이사장 등 동덕학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무너진 신뢰
지원율마저 ‘뚝’

이후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고발인인 여성의당 관계자를 불러 재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사건은 2024년 12월17일 여성의당이 김 총장과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 7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종암서는 지난달 초 김 총장을 업무상 횡령·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 총장은 교육 목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자문 및 소송 비용을 교비에서 충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동덕여대는 2024년 말 본관 점거와 래커칠 등 방식으로 농성을 벌인 학생 22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학생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두고 비판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해당 혐의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학생들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이 지난해 말 예산 편성 단계에서 법률 대응을 목적으로 1억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여성의당은 “교비회계에서 법률 비용이 지출된 것 자체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총장의 개인적 소송 방어와 학생 고소에 학생들의 등록금이 사용된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덕여대 관계자는 “해당 법률 비용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사안의 적법성을 검토하기 위해 편성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는 없다”며 “사전에 복수의 법률 자문을 거쳤고, 모두 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대학이 재학생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서는 경우는 이례적이지만 법적으로는 가능하며, 주로 수업이나 행정 업무방해나 시설 훼손 등 학교 운영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될 때 검토된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학칙에 따른 징계도 병행될 수 있어, 학생은 형사 처벌 가능성과 함께 정학·제적 등 학업적 불이익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

“허탈하다”

동덕여대 24학번 A씨는 “서울권 대학들의 입시 경쟁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은 적은 없다”며 “최근까지 입시 시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온 입장에서 여대라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대의 정체성과 교육 환경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공학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처지에 허탈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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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