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사유지 강제수용 논란

재판 깨지고 막장 히든카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사유지 불법점유로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해당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의 시설물 철거 명령에도 한전은 이행을 미루며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A씨는 2022년 부지를 매입한 뒤 진행한 측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을 마주했다. 토지 전면부에 설치돼있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연소방지시설 일부가 자신의 소유지 안쪽으로 약 11㎡가량 넘어와 있었던 것이다.

사업장 침범

매입 당시 A씨는 매도인에게 “국공유지 위에 설치된 시설”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이를 그대로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경계 측량을 하기 전까지는 시설물이 사유지를 침범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설물 일부가 경계선을 넘어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A씨는 한전에 시설 철거와 원상회복을 요구하게 된다. A씨는 “그 땅이 소유지에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매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계약금이 지급된 뒤였고, 이때부터 한전과의 분쟁이 시작됐다.

문제의 시설은 한전 지중 전력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토지 전면부에 자리해 있어 세차장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시설물이 입구 회전 구간을 차지하면서 차량이 진입하려면 시설물을 피해 여러 번 꺾어 들어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동선 확보가 어려워졌고, 일부 차량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아울러 A씨는 세차장 설계 과정에서 이 구조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베이 수(차량 1대가 들어가는 세차 칸)를 줄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계획은 6~7개의 세차 베이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차량 동선이 연소방지 시설에 막히면서 회전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도시계획위원회 역시 베이 수를 줄이도록 권고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5베이로 축소 설치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사업성이 낮아지고 운영상의 제약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입구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였다. 최초에 입구 후보지는 두 곳이었지만 한 곳은 이미 인접 토지 소유자가 진출입로로 사용하고 있어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협조를 얻을 수 없어 남은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전이 “반대편으로 입구를 내면 된다”고 주장하자, A씨는 해당 방향이 북향이고 겨울철 결빙 위험이 큰 점을 근거로 반박했다. 세차장은 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북향 구조는 사고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설 철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는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토지 무단 점유, 대법원 최종 패소
1심 패소 직후 강제수용 절차 돌입

초기에는 영업손실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도 함께 진행했지만, 손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변호사 조언에 따라 소송은 철거 및 토지 인도를 중심으로 조정됐다. A씨는 “보상보다는, 침범된 토지를 온전히 다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철거와 토지 인도만 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1심에서 한전의 무단 점유를 인정했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연소방지시설을 철거하고 토지를 원상 회복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전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종전 소유자와 체결한 승낙 또는 사용관계가 새로운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침범 사실에 대한 한전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전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해 판결은 2025년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법원의 확정 판결에도 시설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법원에 간접강제를 신청했고, 법원은 한전이 시설 철거를 지연할 경우 월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한전은 이에 항고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고, 1500만원의 담보금을 공탁해 일시적으로 강제집행을 멈춰 세웠다.

A씨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이행하지 않았다. 한전이 철거를 하지 않기 위해 강제집행정지 신청까지 하며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한전은 조정을 시도했다. 조정 과정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크게 갈렸다. 해당 지자체 관련 조례상 토지 분할 시 적용되는 최소 분할 면적은 60㎡다. 이에 따라 한전은 “11㎡ 침범분을 포함해 최소 분할 면적인 60㎡ 전체를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이 같은 산정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A씨 측 변호사는 “일부가 잘려나갈 경우 진입로와 전면부 구조가 훼손돼 잔여지 가치가 하락한다”며 “영업상 손실 및 잔여지 가치 하락을 반영하지 않는 매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A씨 “사업장 운영에 방해 된다”
한전 “시설 철거·이전 불가능”

A씨 역시 “그 11㎡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고 베이 수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더 넓은 60㎡를 잘라가는 것이 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당 토지는 도로와 맞닿아 있는 전면부로, 잘려나가면 진출입로 자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그 11㎡가 소중하기 때문에 소송한 것인데, 그보다 넓은 면적을 가져가겠다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조정은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조정이 진행되던 시기, A씨는 포천시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한전이 해당 토지를 ‘공익사업 대상 부지’로 지정해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절차의 첫 단계로, 강제수용 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신청 시점은 1심 패소 직후 바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원개발사업은 송전선로, 변전소, 지중 전력구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으로, 필요할 경우 사유지 강제수용도 가능하다.

연소 방지 시설이 지중 전력구 보호 설비인 점을 고려할 때, 한전은 이를 근거로 강제수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수용 절차는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여부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리 등을 거쳐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한전 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입장을 밝혀왔다. 한전 경인건설본부 담당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유지 침범 사실 확인 후 협의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려고 했고, 장기간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해당 시설의 대체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철거를 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불가

반면 A씨는 대법원에서 이미 무단 점유가 확정됐음에도, 철거 대신 강제수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잘못 설치한 시설이라면 철거하는 것이 순서인데, 오히려 토지를 가져가는 절차가 진행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 과정에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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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