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붙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고 설전을 벌이지만 여야의 태도는 미지근하다. 한번 정치에 발을 들인 이상 이대로 잊힐 수는 없다. 호시절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박 터지는 여의도에 좀처럼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지만 두 사람은 어딘가 닮아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으로 82학번,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92학번이다. 조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한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내는 등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모두 하락세
정치 입문 계기 역시 전직 대통령들의 역할이 컸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황태자’ 타이들을 달았고 조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친문(친 문재인)계의 도움을 받았다. 정치 입문 후에는 패션, 소품 등이 화제가 되는 ‘셀럽 정치인’으로 비치기도 했다.
국민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정치적으로 오래 가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불법’이라고 주장해 친윤(친 윤석열)계의 뭇매를 맞고 당 대표 선출 146일 만에 사퇴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아 결국 발목을 잡혔다.
두 사람 모두 정치 입문과 동시에 팬덤을 형성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올라가는 속도만큼 빠르게 비주류로 전락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정부 당시 여당의 수장이었지만 세력 확보에 실패했다. “여의도에서는 배지 없으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한 전 대표는 당의 중심이면서도 정치판 가장자리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간간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근황을 알리던 한 전 대표는 지난달 ‘쿠팡 새벽 배송’ 논란을 시작으로 토론 정치에 나섰다. 이후 각종 사안에 대해 현역 의원을 지목하며 ‘끝장 토론’을 제안했고 라디오 등 매체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에 조 전 위원장을 끌어들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부 법무부 장관을 나열하며 토론을 요청하던 한 전 대표가 특히 조 대표를 콕 집어낸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픈북 해도 되고, 셋이 와도 되고, 증언 거부권 써도 된다. 단 위조 서류는 안 된다”며 조국 사태를 비꼬았다. 한 전 대표는 “대장동 일당 편 전직 교수 조국 씨, 불법 항소 포기 사태 ‘대장동 일당 편 VS 국민 편’으로 누구 말이 맞는지, 시간 장소 다 맞출 테니 야수답게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하자”고 밝혔다.
대장동·론스타 띄우는 한, 공허한 외침
국힘 엎고 ‘신흥 보수’ 개편만이 살길
이에 조 대표는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한동훈씨가 국민의힘 내에서도 전망이 없는 상태라 ‘긁힌 상태’ 같다”고 받아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조 대표는 “(한 전 대표가) 다시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한다. 나를 공격하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으니까 재미를 붙인 것 같다”며 “한동훈씨의 칭얼거림에 응할 생각은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씨는 자신의 동지였던 강백신, 엄희준 등 ‘친윤 정치검사’들이 이 대표를 표적으로 삼는 수사를 보고받고 독려했을 것”이라며 “향후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과 한 전 대표의 연관성을 밝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 전 대표가 정치권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친윤 세력이 비주류가 돼야 한다. 이들을 몰아내고 국민으로부터 ‘진짜 보수’라는 인정을 받아야 신흥 주류로 떠오르지만 당내 TK(대구·경북)를 꽉 잡은 친윤계가 건재한 지금 어느 곳에도 한 전 대표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가으 한 관계자는 “장동혁·송언석 체제에서는 한 전 대표가 끼어들 틈이 없다”며 “친한(친 한동훈)계라고 불리는 이들이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는 다시 띄워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한 전 대표의) 팬덤을 제외한 보수 지지층의 반발은 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론스타 승소에 대한 공을 놓고 한 전 대표가 목소리를 키웠지만 무안할 정도로 국민의힘이 받아주지 않고 있다. 본인들이 쫓아낸 사람을 치켜세우기가 민주당에 주도권을 뺏기는 것보다 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반대쪽에 서있는 조 대표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비례 2번으로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보복 정치’ 프레임과 더불어 군소 정당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탄핵 정국 이후에는 의제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혁신당이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이하 지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조국도 못 살린다” 길 잃은 혁신당
지선 사활…조·한 부산 빅매치 성사?
혁신당은 다시 한번 호남으로 눈을 돌렸다. 조 대표는 전당대회 첫 일정으로 전남도의회를 찾아 “저와 혁신당은 강력하고 단단한 맷집, 빠른 돌진 능력을 가진 코뿔소처럼 내란 극복과 정치개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며 지역 발전과 도민 중심 민생 정치를 약속했다.
이날 조 대표는 혁신당이 정의당과 다르다며 차별을 뒀다. 그는 혁신당의 진로와 관련해 “민주당과 협력하면서도 민주당이 반대하거나 머뭇거리는 정책은 계속 주장해 왔다”며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꼭 민주당의 노선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 중에 ‘혁신당이 정의당처럼 될 것’이라고 저주하거나 예언하는 분도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독자 후보를 내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우리는 내지 않았다. 정의당과는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지선에 조 대표가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내년 지선서) 조 전 대표가 어디든 출마할 것”이라며 “‘국힘 광역단체장 제로’라는 목표 달성에 어떤 게 좋은 방법일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장 선거까지도 열어 뒀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신 의원은 “어디든, 다 열어둘 수 있다”고 답했다.
친한계 역시 한 전 대표의 부산 출마 가능성을 띄웠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때 부산 북구갑을 놓고 “조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 내심 탐을 내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조 대표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 전 대표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 의원은 “(한동훈 대 조국 빅매치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한 전 대표가 그런 표현(출마 여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언론이나 정치인들끼리 하는 이야기로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신중론을 내세웠다.
한 전 대표와 조 대표가 동분서주하지만 일단 한번 여의도를 벗어나면 다시 발을 딛기 어려운 만큼 정치 세력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 타이틀을 내세운 채 치고 박는 싸움 또한 비주류의 대결인 만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파급력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출마를 하든 안 하든 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시기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지분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제 뜻을 언론에 알려 보도되는 걸 목적으로 퍼포먼스하고 몸부림 치는 것 아니겠느냐? 그 행동이 합리성을 취할 때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여기에 함께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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