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만 좋은 ‘야간 학원’ 딜레마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17 10:04:28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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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잡는 12시의 기적?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비행기는 조용히 우회했고, 직장인은 출근 시간을 늦췄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염원했다. 한편 똑같은 바람을 뒤로 하고, 교육 현장과 사교육계는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달 28일 ‘학원 교습 밤 12시 조례안’의 입법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별관 회의장. ‘오전 0시(자정)까지 학원 문을 열 수 있도록’ 요구하는 사교육계 관계자들의 외침에 현장은 한때 어수선해졌다. 발언대를 둘러싸고 고성과 갈채가 오갔다. 한 학원장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왜 형평성을 운운하나”는 주장에 한숨 섞인 원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탁상공론

국민의힘 정지웅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0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같은 달 28일 입법 예고했다. 2008년에 도입됐던 초·중·고 학생의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의 교습 시간제한을 고교생에 한해 24시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서울시의회 홈페이지 입법 예고 창 하단에는 퇴보하는 교육 제안이라는 등 비난 섞인 댓글이 쇄도했다. 잇따라 교육·시민단체들이 조례 개정안 규탄에 나섰다.

199개 기관과 단체가 참여한 ‘국민의힘의 학원 심야 교습 시간 연장 규탄 범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조례 개정안을 두고 “대한민국 아동·청소년이 겪는 경쟁 교육의 실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조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40여명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개정안 철폐 팻말을 들고 “교육 형평성 때문에 심야 교습 시간을 밤 12시로 연장한다는 발언은 궤변”이라며 오히려 형평성을 따진다면 현행인 오후 10시보다 이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순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서울시의회가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을 보장한다면서 학생 인권 조례를 폐지했다”며 “이번 교육 시간 연장 조례 또한 학생들의 삶을 뒤로 하고 학원의 이익만을 챙기려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녹색당 이상현 공동대표는 “청소년들께 여쭤 보고, 동의를 구했냐”면서 “학습 시간은 학업 성취도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학원법은 시·도가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어 지역별로 각기 다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충남·경북 등 8곳은 오전 0시, 전남은 오후 11시50분, 부산·인천·전북 3곳은 오후 11시까지 교습이 가능하다. 반면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5곳은 오후 10시까지로 가장 이르다.

고집하는 서울시의회
허울뿐인 합의론, 왜?

서울 지역의 학원 교습 시간 연장은 2008년과 2016년 두 차례 추진됐으나 교육계의 의견이 엇갈려 무산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16년, 지역별로 제각각인 학원 교습 시간을 오후 10시로 통일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11일엔 서울시의회가 주관하는 ‘서울교육의 형평성과 자율성, 함께 여는 교육의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서울시의회 별관 2동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이 격앙된 표정을 하고 모여있었다. 개회사 이후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는 토론자가 마주하는 방면에 다수의 교육시민단체 측이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토론회 발제를 김희수 전국보습교육협의회 회장이 진행한다고 전해지면서 시작도 전에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그대로 김 회장이 맡았다. 토론회는 ‘교육을 가로막는 밤 10시의 벽’이라는 제목을 가진 발표 자료와 함께 시작됐다.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이영택 원장은 ‘학원 심야 교습 시간 제한 조례가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 시간 및 수면 시간에 미친 영향’ 연구를 들어, 오후 10시로 교습 시간을 제한한 지역에서 오히려 학생 수면 시간이 줄어 당시 개정 취지와는 상반되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학원 측은 10시 제한 조례가 이미 한 차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받았고, 조례가 있다고 해서 수면 시간 감소 등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거듭 제시했다.

박명희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학원에 종사하는 대학원생들과 논의를 거치고, 논문과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지난 15년간의 10시 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교생의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 시간이 증가한 사실에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김오영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청소년 보호에 관련한 법안을 토대로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PC방과 찜질방, 노래방 등의 시설에서는 청소년 이용 시간을 10시까지로 국한하고 있는데, 학원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이 10시까지로 규제를 통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에서 현행 조례가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청소년 건강권 외면?
과로 경쟁 부추기기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는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3배가량 늘었다. 통계청의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서울 고등학생(일반고 기준)의 사교육 참여율은 80.1%로, 전국 평균(70.7%)보다 9.4%p 높다. 또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98만8000원에 이른다(지난해 기준).

학원 관계자 B씨는 토론에서 “요즘 아이들 가운데 12시에 자는 아이는 없다. 학원이 아니라 스마트폰 때문”이라면서 교습 시간을 조정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제재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제력과 형평성을 운운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규제가 결국 온라인 교육 배불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느냐”고 주장했다.

가지각색의 날 선 의견이 이어지며 본래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로 예정됐던 토론회는 30분을 넘겨 종료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근식 교육감이 직접 학원 교습 12시 조례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론은?

서울시의회와 학원업계는 “더 많은 학생이 학습하고, 학원이 운영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교육시민단체와 청소년단체는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경쟁을 심화시켜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는 조치”라며 교습 시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내달 17일 학원 조례안을 상정 보류하거나 미상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1대 서울시의회 내에서 해당 조례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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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휘청이던, 전쟁 여파에 고꾸라지던 모습이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정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지수를 말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공언했던 코스피 지수 5000보다 이제는 1만이 더 가까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며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대부분 ‘빈 약속’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를 제외하고라도 코스피 지수는 3000 언저리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바닥이 얇고 지붕이 단단하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깨지기 어려워 보였다. 역대급 불장 돈이 모인다 이재명정부 1년째를 앞둔 현재, 주식시장의 지붕은 완벽하게 뚫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방을 올려 잡고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퍼졌고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움직였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차원의 ‘머니 무브’ 정책으로 역대급 불장이 계속되면서 덩달아 증권업계도 신났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는 거래대금 폭증으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60여개에 이르는 국내 증권사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개미들을 잡으려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또 증시가 폭발하면서 빚을 내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증권사는 손해 볼 게 없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증권사발 사건‧사고다. 최근 증권사의 갈지(之)자 행보로 투자자가 의도치 않은 세금 폭탄을 맞은 사건도 한 예다. 증권사마다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면서 일부 투자자는 수백만원,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봤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정부도 손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미국 본사 이전 주식 구분 변경 일어나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암호화폐를 채굴하던 ‘비트팜스(Bitfarms)’라는 기업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법인을 뒀던 비트팜스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인공지능 및 고성능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을 ‘킬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로 변경했다. 본사 이전이 완료된 시기는 지난달 1일. 비트팜스는 킬 인프라스트럭처의 자회사가 됐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같은 달 6일 주식 구분이 변경됐다. 다시 말해 주식 종목에서 비트팜스가 없어지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거래가 개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주식 교환’으로 처리돼 세금이 붙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비트팜스 주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이다. 이들의 주식은 매도 후 재매수 처리됐다. 다시 말해 비트팜스 주식이 처분되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양도’가 일어난 것이다. 비트팜스 1주는 킬 인프라스트럭처 1주로 바뀌었다. 이 과정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의 의지로 이뤄졌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250만원 이상의 주식 소득에 22%의 세금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까지 떼고 나서야 투자자가 실제 번 돈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년치 해외주식 소득을 따져 부과된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정리한다. 이익과 손해가 250만원 이내로 합산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이 시기에 투자자들은 계산에 골몰한다. 물론 주식을 사고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 자체는 ‘0’이다. 예상치 못한 세금 날벼락 하지만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될 당시 ‘매도 후 재매수’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은 ‘강제로’ 이익 혹은 손해가 발생했다. 기대 수익, 예상 손해로 존재하던 게 실제 이익과 손해로 전환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 부과 이슈가 발생한다. 비트팜스 사건을 두고 지난해 5월 일어난 ‘로켓랩’ 주식 전환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 USA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재편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23일 신설된 로켓랩 코퍼레이션이 기존 로켓랩 USA 법인을 자회사로 흡수합병했다. 이때 로켓랩 USA 주식은 동일한 가치의 로켓랩 코퍼레이션 1주로 자동 전환됐다. 미국은 세법상 주식 교환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를 실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됐고 무엇보다 당시 이 과정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로켓랩 USA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고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졌다. 단일 민원으로는 최다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대응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세법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적용을 달리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양도 거래’로 판단해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들은 단순 주식 교환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투자자로서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부과되지 않는 이른바 ‘복불복’ 상태에 놓인 것이다. 당시 로켓랩 주식 전환 처리 방식에 따라 증권사를 옮기는 이동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갔다. 세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민원 폭탄에 기재부 해석 당시 기획재정부는 로켓랩 사태 이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맞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의 원칙과 소득세법 제88조의 ‘양도’의 의미를 근거로 내세웠다. 주식 티커명이 같더라도 법률상 기존 로켓랩 USA 주식이 소멸하고 주주가 새로운 로켓랩 코퍼레이션을 취득한 만큼 동일한 자산을 연속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자산을 교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식 티커는 증권거래소에서 특정 상장회사의 주식을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짧은 약어를 뜻한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트팜스가 KEEL로 티커명이 바뀌어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같은 사람이고 거래 상태는 ‘보유 계속’이다. 사업, 경영진, 지분율 어느 하나 바뀌지 않았는데 (기재부는) 이걸 자산의 이동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로켓랩 사태 당시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내렸기에 비트팜스 사건에 동일하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에도 증권사에 따라 손해와 이익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따지고 보면 비트팜스 사건과 로켓랩 사태에서 투자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같다. ‘실제 팔지도 않은 주식’에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화나게 하는 부분은 증권사들이 적용 기준을 제멋대로 했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비유하면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권사의 행보는 ‘갑질’로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별로 적용 시점이 달랐다. 메리츠 증권은 지난달 3일, 토스 증권은 같은 달 6일에 투자자들에게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알렸다. 미국은 비과세로 처리하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투자자들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아예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하지 않은 주식 거래가 이뤄져 있던 셈이다. 로켓랩 사태와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토스 증권을 사용 중인 한 투자자는 “6일에 비트팜스에서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바뀌어서 거래가 개시됐는데 그 당일에 공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토스 증권은 해당 투자자의 문제 제기에 “(4월)3일에 (주식 구분 변경) 정보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4월)6일에 공지했다. 최초로 정보를 알게 된 (4월)3일은 현지 휴장일로 투자자가 실제 매매 등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7일에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권리 처리를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즉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적용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교환으로 적용했다가 뒤늦게 양도로 처리한 증권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투자자는 “신한 증권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식명만 바뀌더니 2~3일 뒤에 재처리됐다.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다른 증권사의 처리 방식대로 했다고 하더라. 그사이에 주가와 환율이 바뀌었는데 일괄 적용한 것이다. 주먹구구식도 이런 주먹구구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비트팜스 투자자들의 민원을 증권사에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은 답변은 이 사안이 ‘자율 조정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율 조정 대상은 정식 조사 전 금융사와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일단 증권사랑 얘기하라는 뜻이다. 투자자로선 금감원에서 증권사로 넘어간 공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손 놓은 정부 투자자 운다 70명가량 모여 있는 비트팜스 투자자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와 증권사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로켓랩 사태의 선례로 이번 사건 또한 흐지부지될 것이라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 몇몇 투자자는 ‘손절(손해 보고 매도)’하고 채팅방을 떠났다. 한 투자자는 “로켓랩 사건 때 정말 다 들고 일어났다고 느낄 정도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도 결론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민원도 많이 안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 사건이 스페이스X와 합병설이 도는 테슬라 같은 대형 주식에 일어났어도 정부나 증권사가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