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 부작용

  • 등록 2025.10.03 17:29:52
  • 호수 1553호
  • 댓글 0개

정권 따라 왔다 갔다

지난달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검찰청 폐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치됐던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했다.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각각 개편한다.

정부조직법은 국가 행정의 기본 틀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각 부처의 기능과 권한을 나누고,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장치기도 하다. 그런 만큼 부처 이름을 바꾸거나 부처 수를 늘리고 줄이는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름만 
바꾼다고…

곧 국가의 운영 철학, 권력의 배분,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의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조직법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국가 운영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은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돼왔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부처의 명칭을 바꾸고, 기능을 이관하며, 심지어 신설 부처를 만드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정권의 철학이나 국정 기조에 따라 자의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안 역시 정책의 지속성보다는 현 정부가 내세운 구호와 상징에 맞추어진 흔적이 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특정 부처의 기능을 통합하거나 분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장기적 관점의 정책 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행정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지지층에 어필하거나, 단기적으로 ‘일 잘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결국 정책 집행의 혼란과 국민 불신을 키울 뿐이다.

정부조직 개편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오히려 행정의 비효율성이 심화된다. 특정 기능을 이관하거나 신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부처와의 역할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행정 체계는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문제를 여러 차례 겪어왔다.

검찰청 폐지, 기재부 분리 골자
부실 설계 시행정 비효율성 심화

예컨대 코로나19 정국 당시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그리고 총리실과 행정안전부 간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초기 대응에 혼선을 낳았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떼어내 다른 부처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행정의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권한을 지키려는 관료 집단과 새로운 권한을 확보하려는 부처 간의 다툼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곧 정책 실행 속도와 효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단순히 법률 몇 조항을 고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부처 명칭 변경, 사무실 재배치, 조직문화 재편, 인사 시스템 조정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이 같은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결여돼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개편으로 인한 순이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효율성 제고라는 추상적 목표만 제시될 뿐 구체적 수치나 평가 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곧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직 유지
권한 확대

게다가 국민 눈높이에서도 ‘정책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부처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국민의 삶이 당장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또 행정조직이 비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책임 소재는 더 모호해진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워지고, 부처 간 떠넘기기가 반복된다.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수록 관료주의가 강화되는 것도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조직 유지와 권한 확대에 집중하는 관료 집단의 속성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변화 과정에서의 불안정성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선진국의 정부조직 개편은 일반적으로 ‘큰 틀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부처는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며, 새로운 정책 과제가 발생하면 독립위원회나 특별기구를 통해 대응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독일 역시 장기적인 행정 안정성을 중시해 조직 개편은 최소한에 그친다.

반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개편을 반복한다. 이는 행정의 연속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 불필요한 혼란과 저항을 낳는다.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공무원 혼란과 저항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더

비판은 대안을 동반해야 의미를 갖는다. 정부조직법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는 ‘국민 중심의 효율성’이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정책 집행 속도와 품질이 개선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는 ‘장기적 비전과 연속성’이 담보되는지의 여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가 해체되고 신설되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인 틀 속에서 필요한 조정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로는 ‘사회적 합의와 투명한 검증’이다. 전문가, 시민단체, 학계, 그리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조직 개편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성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질수록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개편과 동시에 정책 실패에 대한 명확한 책임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편은 단순히 행정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곧 국가 운영의 철학을 재정립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개편은 정치적 이해와 단기적 성과에 치우쳐 있으며, 장기적 효율성이나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본질적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막대한 비용
책임성 약화

지금은 부처 간 중복과 갈등, 막대한 비용과 낮은 효과, 책임성 약화라는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조직법 개편은 서두를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충분한 검증 속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행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개편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 혁신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