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고가 수입 버거 퇴조 속 토종 수제의 반격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도심 주요 상권에서 줄 서서 먹는 버거는 하나의 문화이자 트렌드였다.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버거, 고든램지버거 같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속속 상륙하며 1만~3만원대의 고가 버거가 ‘경험 소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과 비주얼, 유명 셰프의 이름, 해외 직수입 브랜드라는 상징성에 열광하며 긴 대기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이런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화가 운영하는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권 매각 추진, BHC가 도입했던 슈퍼두퍼의 전격 철수, 고든램지버거의 가격 대비 만족도 논란, 쉐이크쉑버거의 확장 속도 조절은 해외 고가 브랜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1만~3만원

이들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통점은 높은 원가와 로열티 구조다. 해외 본사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며, 글로벌 광고비와 메뉴 규격 준수 등 필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도 민감하다.

파이브가이즈는 매장마다 대기 행렬이 있었지만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로열티를 제하면 순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슈퍼두퍼는 강남, 홍대, 코엑스 같은 임대료가 높은 핵심 상권에 입점했으나 회전율로 이를 상쇄하지 못했고, 결국 그룹 차원에서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접었다.

고든램지버거는 ‘경험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일상적으로 소비하기에는 가격 장벽이 높았다. 쉐이크쉑버거는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장별 손익 편차가 크고, 전국 단위 확장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국내 토종 수제버거의 원조로 불린 크라제버거는 고급화 전략과 감각적인 매장 콘셉트로 단기간에 전국 주요 상권에 수십 개 매장을 열었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과 가맹 관리 부실, 경기침체가 겹치며 2013년 법정관리를 거쳤고 시장에서 퇴장했다.

브랜드 스토리와 품질만으로는 장기 생존이 어렵고,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론에서 제품 성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고객의 선택 기준이 성능에서 가격과 접근성으로 옮겨간다고 설명했다. 한국 버거 시장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희소하고 특별한 경험이 소비를 이끌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된 품질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소비 기준이 이동했다. 단발성 경험을 파는 고가 브랜드보다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가성비·표준화 모델이 장기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국내 버거 시장의 새로운 주역은 바로 토종 브랜드들이다. 롯데리아는 한식 메뉴와 퓨전 버거를 강화해 브랜드 체질을 개선했고, 매장 리뉴얼과 품질 개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모두를 공략했다. 이번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 1호점을 열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다.

이는 단순한 점포 확대가 아니라 K-버거라는 정체성을 해외에서 검증받는 첫 시도가 될 것으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맘스터치는 치킨버거를 중심으로 한 특화 전략으로 전국 13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합리적인 가격과 푸짐한 구성으로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진출에서는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시부야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일본 내 10개 매장을 열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도쿄 하라주쿠에 일본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경험 소비’
점차 사라지더니 다시 ‘K-버거’로

일본 외식시장에서 보기 드문 매콤한 소스와 푸짐한 구성은 현지 시장에서의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노브랜드버거는 대기업 유통망과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저가 버거 시장을 개척했고, 빠른 출점 속도로 도심과 주거 밀집지역 모두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프랭크버거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띈다. 2019년 첫 매장을 연 이후 5년 만에 750호점을 돌파하며 국내 수제버거 업계에서 보기 드문 확장 속도를 보였다. 핵심 경쟁력은 본사 직영 제조·물류 시스템에 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2000평 부지, 6000평 건평 규모의 제조공장에서 최첨단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번, 패티, 소스를 모두 자체 생산해 전국 가맹점에 공급한다.

패티는 원육 분쇄부터 성형, 급속 냉동까지 전 공정을 본사에서 직접 수행하며 위생과 품질을 철저히 관리한다. 번은 자체 개발 레시피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식감을 구현했고, 소스 역시 브랜드 고유의 맛을 유지하도록 본사에서 일괄 생산한다.

프랭크버거의 운영 모델은 창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한다. 평균 15~20평 규모의 매장에서 소규모 인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며, 표준화된 조리 시스템 덕분에 교육 기간이 짧고 식자재 로스율이 낮아 수익성이 높다. 대표 메뉴 단품 가격을 4000원대 후반에서 6000원대 초반에 맞추고, 세트 가격을 9000원~1만원 초반대에 유지해 고품질 수제버거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불고기버거, 치킨버거 등 다양한 메뉴로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재방문율을 높이고 있다.

프랭크버거는 국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향후 아시아와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미 한식, 치킨, 분식 등 다양한 한국 외식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한국형 수제버거 역시 현지화 전략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듯 프랭크버거는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토트넘 홋스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마케팅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내 버거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인 축구 구단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로, 향후 글로벌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국 버거 시장의 화두는 K-버거의 글로벌화다. 롯데리아의 미국 진출과 맘스터치의 일본 성공 사례는 단순한 해외 점포 개설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형 버거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전 무대다.

프랭크버거, 롯데리아,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같은 토종 브랜드들이 힘을 합쳐 ‘합리적인 가격과 표준화된 품질’이라는 무기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면, K-버거라는 새로운 브랜드 카테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확장 가능성

결국 승자는 대중성과 확장성을 모두 갖춘 브랜드다. 각 지역 상권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중소형 점포 포맷, 본사의 제조·물류·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해외시장을 겨냥한 전략까지 준비한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한다. 한국 버거 시장의 다음 전성기는 비싼 경험이 아니라 합리적인 만족에서 시작되며, 토종 K-버거들이 그 중심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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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