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못하는데⋯’ 지식산업센터 이상한 영업 현장

입주 조건만 맞으면 뭐든 OK?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지식산업센터 안에서 편법 영업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있다. 사무실로 등록된 공간에서 돌잔치나 뷔페 같은 상업 행사가 버젓이 열리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의 느슨한 입주 기준에, 그 틈을 파고든 업체들은 값싼 임대료를 내가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본래 제조·지식기반 업종이나 스타트업 등 기업 사무 공간 및 공장을 중심으로 설계된 업무용 시설이다.

편법 장사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시설로, 제조업과 지식기반 산업, 정보통신업 등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어진 복합 업무시설이다.

창업 및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조성한 산업 공간으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된다.

본래는 제품 생산, 연구개발(R&D), 디자인, 콘텐츠 개발 등 산업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입주 대상 업종도 ▲제조업▲지식기반산업▲정보통신산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의 미분양 문제로 정부가 입주 업종 제한을 완화하며 기존 업종의 해석을 느슨하게 적용해 컨설팅업, 마케팅업, 행사대행업 등을 유사 지식서비스 업종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유연한 해석으로 인해 ‘사무실’을 명목으로 입주한 뒤 입주 업종과는 다른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입주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만 10곳 이상이 편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경기 지역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에는 ‘행사대행업’으로 업종을 등록한 업체가 상주하며 돌잔치, 스몰 웨딩, 각종 연회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파티룸 영업이나 음식 판매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 등록된 공간 임대
돌잔치·뷔페 파티룸 대여

관련 업자들은 공간을 대여하고 출장뷔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이는 ‘행사대행업’과는 거리가 있다.

행사대행업은 각종 전시, 컨벤션 및 행사를 기획·조직하는 산업 활동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전시회 컨벤션 및 행사와 관련된 조사, 기획, 설계, 구성, 제작 등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맡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또한 ‘전시회 및 회의 장소를 임대하는 경우는 제외’라고 명시돼 있다. 즉, 장소 임대는 행사대행업이라 볼 수 없다.

통상 행사기획·연출 등 서비스로 분류되는 이 업종이, 실제로는 공간 임대 및 음식 제공을 하며 ‘행사 개최 대행’이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는 위치에 따라 임대업 가능 여부도 상이하다. 개별입지형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일정 절차를 거치면 임대가 가능하지만, 산업단지 내 시설은 원칙적으로 임대 사업이 제한된다.

다만, 공장 설립 신고 후 산업단지 관리 기관과 입주 계약을 체결하면 제한적으로 임대가 허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임차 기업은 법이 정한 업종 자격을 갖춰야 하며, 상업용도로의 활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해당 지식산업단지는 개별입지형이 아닌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로 확인됐다.

실제 정부합동민원센터는 “원칙적으로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등록된 지식산업센터에서는 파티룸, 공간 대여, 음식 판매 등의 서비스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산업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해야 한다”고 알렸다. 지식산업센터는 공장·사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나뉘는데 근린생활시설은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로 카페나 음식점 등 상업 영업이 가능하다.

보통 지식산업센터 내 1층이나 2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설계되며, 나머지 층은 공장 또는 업무시설로 등록돼 있어, 소비자 대상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한 제보자는 “지식산업센터가 본래 공장·사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돌잔치 행사장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고 전했다. 제보자 A씨는 이를 인지한 후 곧바로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해석은 달랐다. 관할 지자체 허가민원과에 따르면 “행사대행업은 입주 가능한 업종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어떤 영업 행위가 이뤄지는지와는 상관없이 조건을 갖췄으니 입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업종 등록’이라는 형식적인 조건만 맞추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정 사무 공간이 행사대행업으로 사업자등록만 되어 있다면,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운영 방식과는 무관하게 지식산업센터 입주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지점까지 내가며 수년간 운영
정부·지자체 간 입장 엇갈려


이후 A씨가 답변 내용에 대해 재차 반박하자 “입주 가능 여부에 대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같은 지자체 환경위생과는 해당 업체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해 고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일반 소상공인들은 위생·소방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근린생활시설에 입점해 정식으로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한다”며 “지식산업센터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일반 음식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장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위생 점검조차 받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같은 공간, 같은 영업 행위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명백한 불법 운영으로 보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입주 업종 등록을 이유로 문제없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는 교통 요지에 있는 데다 조세 감면, 저렴한 임대료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사를 하는 업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가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혜택을 노리고 입주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편법 영업 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지자체가 위반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현장 점검도 이뤄지지 않아, 실제 영업 실태를 확인하기까지는 한계가 있다.

현재 많은 지역 내 지식산업센터에는 파티룸, 공간대여, 음식 판매 외에도 보험 판매업, 학원, 예식장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대상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편법 영업과 불법 입주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단속조차 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한 업체는 수년간 영업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지식산업센터 내에 적게는 2개, 많게는 4개의 지점을 내가며 영업하고 있었다.

이런 불법 운영이 이어진 배경에는 지자체의 느슨한 입주 승인 문제가 있다. 업종 적합성 심사보다 기업 유치에 무게를 두다 보니, 신청만 하면 대부분 허가가 난다는 것이다.

대부분 승인

한 업계 관계자는 “신청하면 대부분 승인이 나고 정작 사후 점검과 관리가 거의 없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장기간 반복된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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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