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10년 여정’ 손흥민, 아메리칸 드림 도전

MLS LAFC, 영입 공식 발표
토트넘, ‘극진한 예우’로 작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국 축구의 ‘캡틴’ 손흥민(33)이 10년간 동행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LAFC)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LAFC는 6일(현지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손흥민과 지명 선수(Designated Player) 계약을 체결했다”며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과 P-1 비자 취득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계약은 오는 2027년까지 보장되며, 2029년 6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적에는 2650만달러(한화 약 367억원)의 이적료가 발생했는데, 이는 MLS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2200만달러)을 경신하는 금액이다. 연봉 역시 리그 최상위권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매체들은 리오넬 메시와 로렌조 인시네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AFC는 지난 2014년에 창단돼 2018년부터 MLS에 참가한 팀으로, ‘NBA 전설’ 매직 존슨, ‘여자축구 레전드’ 미아 햄 등 유명 인사들이 구단주로 참여하고 있는 팀이다. 2022년 MLS컵 우승, 2024년 US오픈컵 우승 등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과거 카를로스 벨라, 가레스 베일, 조르지뉴 키엘리니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한국 팬들에게는 김문환 선수가 활약했던 팀으로도 익숙하다. 현재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함께했던 위고 요리스가 부주장으로 뛰고 있어 한국 팬들의 관심이 더욱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토트넘과의 결별을 공식화한 후, 지난 3일 한국에서 고별전을 치르고 미국으로 향했다. LA에 도착한 손흥민은 전광판을 통해 LAFC 선수로 소개되는 등 뜨거운 환영 속에 입단을 공식화했다.

존 소링턴 LAFC 공동회장 겸 단장은 “손흥민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선수이자 리더”라며 “그의 야망과 경기력, 인격은 LAFC의 철학과 완벽히 부합한다. 그가 우리 도시와 팬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흥민 역시 “LAFC는 야망이 큰 팀이고, LA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도시”라며 “MLS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쁘다. 트로피를 들기 위해 이곳에 왔고, 팬들과 도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존(소링턴 회장 겸 단장)과 베넷(로즌솔 수석 구단주)이 영입에 애를 많이 썼다. 사실 이곳이 내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 첫 통화로 존이 내 마음을 바꿨고, 그래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적에는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이자 전 주장인 위고 요리스의 조언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손흥민은 요리스에 대해 “나의 주장이다. 잘못 이야기하면 라커룸에서 혼날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7~8년 동안 토트넘에서 같이 뛰었다. 항상 젊은 선수들을 도와줬다. 이적과 관련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을 때 LA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줬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루빨리 만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년의 세월 동안 구단의 살아있는 전설로 거듭났다. 통산 173골 101도움을 올렸고, 2021-22시즌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2023년부터는 주장 완장을 차고 2025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팀의 17년 무관을 깨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제는 ‘친정’이 된 토트넘은 구단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를 위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작별을 고했다.

구단은 “쏘니는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구단 역대 득점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으며, 2025년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13명의 주장 중 하나가 됐다”고 그의 업적을 상세히 조명했다.

대니얼 레비 회장 역시 “릴리화이트 셔츠를 입은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지난 10년간 지켜보는 즐거움을 안겼다”며 “그는 재능 있는 축구선수일 뿐 아니라 구단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 놀라운 사람”이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손흥민 또한 구단과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구단이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언급하며 “여러분은 언제나 제 사진 안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을 맡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지만 여러분에게 우승을 안기겠다고는 항상 꿈꿨다”며 “수년간 감사했다. 모든 사진을 간직해 달라. 여러분은 항상 액자 안에 있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별도의 인터뷰에서 “(이적이) 이제까지 내린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면서 “토트넘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고 언제나 내 가족일 것”이라고 북런던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이적 소식을 접한 축구 팬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누리꾼들은 “EPL에서 새벽을 즐겁게 해준 나의 20대 영웅, 미국에서도 훨훨 날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더 보고 싶었지만 LAFC에서의 도전도 기대된다” “은퇴가 아닌 만큼 미국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주길 바란다” 등 뜨거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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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