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찾아오는 불청객.
귓가에 맴도는 소리에 불을 켜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이내 다시 잠을 청하면, 또 나타나 우리를 괴롭히는 악질 중의 악질인 녀석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모기가 해로운 이유는 단순 우리를 괴롭히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닌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매개체라는 점인데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전염병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어째서일까요?
모기가 옮기는 질병에는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황열 등이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피와 간을 파괴하는 기생충인데요.
모기 한 마리에게 물렸을 뿐인데, 핏속으로 기생충이 침투당해 조용히 간에서 증식합니다.
그리곤 적혈구를 마구 파괴하며 40도의 고열과 빈혈, 황달, 혼수상태까지 유발하는데요.
이 병은 재발할 수도 있고 치료를 안 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뎅기열은 뼈가 부서지는 열병인데요.
처음엔 그냥 감기인 줄 알았는데 눈 뒤와 온몸 관절이 찢어질 듯 아프고, 고열에 시달리다 보면 출혈까지 발생합니다.
이 병의 별명이 Break bone Fever입니다.
특히 두 번째 감염이 더 치명적인 열병입니다.
일본뇌염은 뇌를 노리는 침입자인데요.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지만,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뇌에 염증이 생기고, 고열, 구토, 혼수 상태까지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데요.
만약 생존하더라도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태아에게 위험한 질병입니다.
대부분 증상도 없이 지나가지만, 임산부가 감염된다면 ‘태아에게 치명적인 기형(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눈 충혈, 발진, 관절통 정도만 있는 가벼운 열감기처럼 보여 방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태아에겐 정말 위험한 질병입니다.
황열은 간을 녹이고 피를 쏟게 만드는 열대 바이러스입니다.
이 병은 간을 망가뜨려 피부와 눈을 노랗게 만들고, 증상이 악화하면 출혈과 쇼크,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증환자의 최대 50%가 사망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았을 경우 입국이 금지됩니다.
이 질병 중 백신 접종이 가능한 질병으로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황열, 뎅기열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맞는다고 해서 다 예방되지는 않습니다.
말라리아는 완전한 예방은 어렵고 뎅기열은 제한적인 백신이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맞을 수는 없고 과거 감염자만 권장한다고 합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백신이 없습니다.
그럼, 이 중 제일 위험한 질병은 뭘까요?
바로 말라리아인데요.
모기 매개 질병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감염병입니다.
말라리아는 유일하게 ‘원충’이 원인인 병인데요.
바이러스보다 복잡한 생명체라서 면역 시스템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도 높습니다.
말라리아는 단순히 혈액을 감염시키는 게 아닌, 간에서 먼저 증식한 뒤 적혈구에 침투라는 2단계 공격 구조로 돼있고, 이 과정에서 간세포 파괴, 적혈구 대량 파괴, 심할 경우 용혈성 빈혈, 황달, 쇼크까지 유발하게 됩니다.
그럼 이런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종류들은 뭐가 있을까요?
뎅기열은 이집트모기나 우리가 잘 아는 흰줄숲모기가(아디다스 모기) 옮깁니다.
일본뇌염은 집에서 보이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옮기고,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과 똑같이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가 옮깁니다.
황열은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데 한국엔 서식하진 않습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는 국내에 살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유행하진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기는 단순히 온도가 따뜻하다고 무조건 활동하지 않습니다.
날 수 있는 최소 온도는 약 9도, 흡혈 활동을 시작하는 온도는 약 13도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얼룩날개모기들은 여름에만 활동하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죽고, 다음 해 새로운 세대가 다시 부화하는 구조입니다.
즉, 열대 지역처럼 모기가 연중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기생충이 끊김 없이 전파되는 구조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말라리아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유행으로 발전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정말 위험한 건 따로 있습니다.
말라리아가 아직 제한적으로만 발생하는 반면, 앞으로 더 위협적인 건 일본뇌염, 뎅기열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
이 병을 옮기는 모기가 바로 흰줄숲모기입니다.
흔히 ‘일본뇌염 모기’라고 불리는 작은빨간집모기는 10년 전만 해도 4월 중순에 처음 채집됐는데, 5년 전에는 4월 초순, 2024년 기준으로는 3월 하순부터 채집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봄철 기온이 오르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 계속 지구온난화가 지속이 된다면 앞으로 50년 후 한국 기후는 아열대성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가장 추운 달인 1월의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인데요.
그럼, 모기들은 죽지 않고 계속해서 바이러스를 갖고 활동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말라리아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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