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막판 변수 셋

굳히거나 뒤집거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일정이 변경되면서 선거가 깜깜이 모드에 돌입했다. 정청래 후보가 박찬대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지만 각종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세론’을 굳히려는 자와 ‘한판 대결’로 결과를 뒤집으려는 자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된 데에는 선거 일정이 변경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달 26일 호남, 27일 수도권(경기·인천)을 거쳐 다음 달 2일 서울·강원·제주를 포함해 권역별 순회 경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수해 복구 작업으로 취소됐다. 대신 권리당원 현장 투표와 지역 투표를 다음 달 2일로 통합해 사실상 ‘원샷’ 경선으로 치르게 됐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지난 19일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경선에서 정 후보가 박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개표 결과 정 후보가 62.77%의 득표율로 37.23%를 얻은 박 후보를 25%p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 투표를 반영해 신임 당 대표를 뽑는다. 해당 득표율은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합산한 것으로 대의원·일반 국민 투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발표된다.

정 후보는 투표 결과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투표가 끝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당원만 믿고 당심만 믿고 끝까지 더 겸손하게, 더 낮게,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경선에서 승기를 빼앗긴 박 후보는 “더 열심히 하라고 당원 동지 여러분이 명령을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늘의 부족함을 겸허히 안고 내란 종식, 개혁 완수, 유능하고 일하는 민주당이라는 제 정치적 소명을 당원 및 국민들께 전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경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다음 날인 20일 치러진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영남권 투표 결과 정 후보는 62.55%를, 박 후보는 37.45%를 득표했다. 이로써 충청권과 영남권 투표 결과를 합친 누적 득표율은 정 후보와 박 후보 각각 62.65%, 37.35%로 집계됐다.

이날 두 사람의 합동 연설 기조도 전날과 비슷했다.

정 후보는 “싸움 없이 승리 없고 승리 없이 안정은 없다. 싸움은 제가 할 테니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일만 하시라” “궂은 일, 험한 일, 싸울 일은 제가 하겠다” “내란 당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내란당은 해체시켜야 한다” 등 당심일체를 강조하는 동시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 후보는 “저는 이재명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라며 “이재명정부의 뜻이 국민에게 닿도록 정치가 먼저 뛰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여의도 민심은 박 후보, 당원의 민심은 정 후보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수면 아래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박 후보는 원내대표를 지낸 인물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지역위원장 등으로 이름을 알려 정 후보다 앞설 것이란 예측이 엎어진 셈이다.

두 번의 경선, 25%p로 앞서나간 정
“내란 현재 진행형” 강경파에 한 표


먼저 정 후보의 강한 개혁 의지가 당원들의 한 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내란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와 정 후보의 의지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반면 박 후보는 각종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을 뒷받침하는 ‘안정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합동 연설에서 정 후보의 “이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를 겨냥한 듯 “(정 후보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지만 ‘내가 싸울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라’ 이 말에는 반대한다”며 “대통령이 일하게 하려면 대표도 같이 일해야 한다. 국회가 막혀 있으면, 대통령도 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첫 1년을 함께할 당 대표는 달라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유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렇듯 박 후보는 야당과 협치하며 이 대통령의 실용 정치에 발 맞추겠다는 온건적 개혁을 표방했지만 강성 지지층에게 어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 후보의 지지층이 박 후보를 ‘초식동물’로 부르며 비판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전당대회가 ‘어대정(어차피 당 대표는 정청래)’으로 굳어가나 싶더니 단 하나의 사건으로 기류가 돌변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의원의 거취를 놓고 박 후보의 의미심장한 행보가 당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탓이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정 후보는 강 의원을 줄곧 두둔해 왔다.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며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과 사연을 여러 차례 들었다. 힘내시고 열심히 일하시라. 강선우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 박 후보가 돌연 강 의원을 향해 “결단을 내리시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반경 박 후보는 “동료 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 강 의원을 엄호하고 나섰기에 박 후보의 자진 사퇴 요구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솔솔 부는 명심
어느 쪽으로?

약 17분 뒤 강 의원은 SNS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과 대통령실과의 교감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박 의원이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발을 맞춘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의원은 “사퇴 발표가 날 걸 전혀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실과의 교감설에 선을 그었다. 박 후보는 ‘자진 사퇴 사실을 알고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17분 뒤에 사퇴 발표가 날 걸 미리 알지 못했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위해 강 후보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고 당원들의 의견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던 걸 알고 있었다”며 “동료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굉장히 오래 고민했지만, 이정부 성공을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명심의 향배도 언급했다. 박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 명심은 국민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유불리한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집권여당 대표를 뽑는 데 그걸 명분으로 삼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 의원의 사퇴로 논란은 일축됐지만, 25%p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박 후보가 당원들에게 명심을 어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후보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선명성보다는 이 대통령과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반면 강 의원을 감쌌던 정 후보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강 의원의 자진 사퇴에 대해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라며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고 밝혔다.

결국 “결단을 내려줘서 감사하다”는 박 후보의 메시지와 온도차를 보이면서 다시 한번 정 후보는 당심, 박 후보는 민심을 강조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박 후보가 대통령실의 기류를 읽고 (강 후보의 사퇴를) 이야기했다는 해석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한 최고위원은 “그런 입장을 전당대회 중인 후보가 직접 거론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그걸 했다는 건 그런 식(대통령실과 교감했다는)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심 가를
한 끗 차이

반면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심에 대한 해석을 경계했다.

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교감설이 나온 배경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게 되는 경우를 비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연의 일치라도 해도 박 후보 측에서는 그런 게 싫지 않을 것”이라며 “정 후보 측에서는 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강 의원을 대하는 태도를 놓고 지지층도 두 갈래로 나뉘었다. 박 의원이 사퇴 촉구 메시지를 냈을 당시 댓글에서는 “왜 굳이 나서서 사퇴 압박을 하냐” “국민의힘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등 날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당 대표 후보가 굳이 나서 이재명정부를 제 손으로 흔드는 모양새에 반감을 산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박 후보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봤다. 강 의원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지명 철회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는데,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고충을 읽고 먼저 자진 사퇴를 촉구함으로써 정부의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은 지금 이 기세가 마지막까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수가 존재하지만 이미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이제 두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이자 권리당원 비중이 전체의 35%에 달하는 호남으로 시선을 옮겼다. 앞서 치러졌던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은 전체 표심의 일부에 불과한 만큼, 호남과 수도권에서 치러진 ‘원샷’ 경선이 순위를 뒤집을지 이목이 쏠린다.

전국에서 수해가 잇따르면서 두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하고 민주당 의원과 호남 등 현장을 찾아 피해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다.

두 후보는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중에도 호남 맞춤 공약을 내세우며 틈새 운동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전북특별자치도를 겨냥해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 ▲교통 인프라 혁신 통한 지역 균형 발전 실현 ▲K-문화 콘텐츠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을 약속했다.

박-정 경쟁에 뜬금 소환된 강선우?
호남·수도권서 마지막 표심 구애

정 후보는 전남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호남특별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기 위해 당 대표 직속으로 민원실장을 임명해 민원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남 숙원 사업인 RE100 관련해서는 바다에 케이블을 설치하는 등 전남을 신재생 에너지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경쟁관계를 이어가면서도 한 갈래의 목소리로 호남을 향해 구애했다.

정 후보는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아산시가 빠졌다”며 “호남·영남·충청 등 일부 지역을 추가로 선정해 주실 것을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 역시 “나주·곡성·구례·남원·광주 전역, 그리고 영남·충청 일부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를 요청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신속 지원 원칙이 실현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하면서도 SNS를 통해 지지층 사로잡기를 위한 막판 스퍼트에 돌입했다. 특히 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를 향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저마다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후보는 강 전 비서관이 ‘법원 난입이 폭도면 5·18은 폭도란 말도 모자란다’고 발언한 보도를 언급하며 “이건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말고 스스로 결단하라.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도 마찬가지로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란 옹호자’만은 안 된다. 강 비서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국민 여러분의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 비서관이 과거 책과 발언을 통해 보인 인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윤석열-김건희 내란 카르텔의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특히 해당 발언들이 담긴 책이 발간된 시점은 지난 3월이다. 국민이 길거리로 나와 내란 세력과 싸우고 있을 때”라고 지적했다.

결국 강 비서관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8·2 전당대회를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와 겹쳐 보기도 했다. ‘강경파’ 추미애 의원과 ‘온건파’ 우원식 의원이 겨룬 승부에서 당원들은 추 의원을 강력하게 지지했지만, 민주당 다선 의원들이 추 의원의 강경 노선을 우려해 우 의원을 밀어주면서 그야말로 대이변이 일어난 사건을 떠올린 것이다.

강경 VS 온건
어디서 본 듯

하지만 전당대회 투표권은 의원이 아닌 권리당원에게 있어 의장 선거와 같은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정부라고 이름을 붙인 이상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절차는 당원의 뜻에 따르게 돼있다. 이를 거스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의원 거취를 놓고 두 의원이 이견을 보였는데 박 의원에게는 일종의 ‘승부수’”라며 “25%p 차이를 뒤엎는 훈풍이 될지 후폭풍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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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