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막판 변수 셋

굳히거나 뒤집거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 일정이 변경되면서 선거가 깜깜이 모드에 돌입했다. 정청래 후보가 박찬대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지만 각종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세론’을 굳히려는 자와 ‘한판 대결’로 결과를 뒤집으려는 자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된 데에는 선거 일정이 변경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달 26일 호남, 27일 수도권(경기·인천)을 거쳐 다음 달 2일 서울·강원·제주를 포함해 권역별 순회 경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수해 복구 작업으로 취소됐다. 대신 권리당원 현장 투표와 지역 투표를 다음 달 2일로 통합해 사실상 ‘원샷’ 경선으로 치르게 됐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지난 19일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경선에서 정 후보가 박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개표 결과 정 후보가 62.77%의 득표율로 37.23%를 얻은 박 후보를 25%p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 투표를 반영해 신임 당 대표를 뽑는다. 해당 득표율은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합산한 것으로 대의원·일반 국민 투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발표된다.

정 후보는 투표 결과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투표가 끝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당원만 믿고 당심만 믿고 끝까지 더 겸손하게, 더 낮게,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경선에서 승기를 빼앗긴 박 후보는 “더 열심히 하라고 당원 동지 여러분이 명령을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늘의 부족함을 겸허히 안고 내란 종식, 개혁 완수, 유능하고 일하는 민주당이라는 제 정치적 소명을 당원 및 국민들께 전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경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다음 날인 20일 치러진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영남권 투표 결과 정 후보는 62.55%를, 박 후보는 37.45%를 득표했다. 이로써 충청권과 영남권 투표 결과를 합친 누적 득표율은 정 후보와 박 후보 각각 62.65%, 37.35%로 집계됐다.

이날 두 사람의 합동 연설 기조도 전날과 비슷했다.

정 후보는 “싸움 없이 승리 없고 승리 없이 안정은 없다. 싸움은 제가 할 테니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일만 하시라” “궂은 일, 험한 일, 싸울 일은 제가 하겠다” “내란 당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내란당은 해체시켜야 한다” 등 당심일체를 강조하는 동시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 후보는 “저는 이재명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라며 “이재명정부의 뜻이 국민에게 닿도록 정치가 먼저 뛰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여의도 민심은 박 후보, 당원의 민심은 정 후보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수면 아래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박 후보는 원내대표를 지낸 인물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지역위원장 등으로 이름을 알려 정 후보다 앞설 것이란 예측이 엎어진 셈이다.

두 번의 경선, 25%p로 앞서나간 정
“내란 현재 진행형” 강경파에 한 표


먼저 정 후보의 강한 개혁 의지가 당원들의 한 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아스팔트 보수’로 불리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내란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와 정 후보의 의지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반면 박 후보는 각종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을 뒷받침하는 ‘안정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합동 연설에서 정 후보의 “이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를 겨냥한 듯 “(정 후보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지만 ‘내가 싸울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라’ 이 말에는 반대한다”며 “대통령이 일하게 하려면 대표도 같이 일해야 한다. 국회가 막혀 있으면, 대통령도 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첫 1년을 함께할 당 대표는 달라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유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렇듯 박 후보는 야당과 협치하며 이 대통령의 실용 정치에 발 맞추겠다는 온건적 개혁을 표방했지만 강성 지지층에게 어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 후보의 지지층이 박 후보를 ‘초식동물’로 부르며 비판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전당대회가 ‘어대정(어차피 당 대표는 정청래)’으로 굳어가나 싶더니 단 하나의 사건으로 기류가 돌변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의원의 거취를 놓고 박 후보의 의미심장한 행보가 당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탓이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정 후보는 강 의원을 줄곧 두둔해 왔다.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며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과 사연을 여러 차례 들었다. 힘내시고 열심히 일하시라. 강선우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 박 후보가 돌연 강 의원을 향해 “결단을 내리시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반경 박 후보는 “동료 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 강 의원을 엄호하고 나섰기에 박 후보의 자진 사퇴 요구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솔솔 부는 명심
어느 쪽으로?

약 17분 뒤 강 의원은 SNS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과 대통령실과의 교감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박 의원이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발을 맞춘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의원은 “사퇴 발표가 날 걸 전혀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실과의 교감설에 선을 그었다. 박 후보는 ‘자진 사퇴 사실을 알고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17분 뒤에 사퇴 발표가 날 걸 미리 알지 못했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위해 강 후보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고 당원들의 의견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던 걸 알고 있었다”며 “동료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굉장히 오래 고민했지만, 이정부 성공을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명심의 향배도 언급했다. 박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 명심은 국민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유불리한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집권여당 대표를 뽑는 데 그걸 명분으로 삼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 의원의 사퇴로 논란은 일축됐지만, 25%p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박 후보가 당원들에게 명심을 어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후보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선명성보다는 이 대통령과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반면 강 의원을 감쌌던 정 후보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강 의원의 자진 사퇴에 대해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라며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고 밝혔다.

결국 “결단을 내려줘서 감사하다”는 박 후보의 메시지와 온도차를 보이면서 다시 한번 정 후보는 당심, 박 후보는 민심을 강조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박 후보가 대통령실의 기류를 읽고 (강 후보의 사퇴를) 이야기했다는 해석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한 최고위원은 “그런 입장을 전당대회 중인 후보가 직접 거론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그걸 했다는 건 그런 식(대통령실과 교감했다는)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심 가를
한 끗 차이

반면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심에 대한 해석을 경계했다.

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교감설이 나온 배경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게 되는 경우를 비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연의 일치라도 해도 박 후보 측에서는 그런 게 싫지 않을 것”이라며 “정 후보 측에서는 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강 의원을 대하는 태도를 놓고 지지층도 두 갈래로 나뉘었다. 박 의원이 사퇴 촉구 메시지를 냈을 당시 댓글에서는 “왜 굳이 나서서 사퇴 압박을 하냐” “국민의힘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등 날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당 대표 후보가 굳이 나서 이재명정부를 제 손으로 흔드는 모양새에 반감을 산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박 후보가 총대를 멘 것이라고 봤다. 강 의원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지명 철회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는데,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고충을 읽고 먼저 자진 사퇴를 촉구함으로써 정부의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은 지금 이 기세가 마지막까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수가 존재하지만 이미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이제 두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이자 권리당원 비중이 전체의 35%에 달하는 호남으로 시선을 옮겼다. 앞서 치러졌던 충청·영남권 순회 경선은 전체 표심의 일부에 불과한 만큼, 호남과 수도권에서 치러진 ‘원샷’ 경선이 순위를 뒤집을지 이목이 쏠린다.

전국에서 수해가 잇따르면서 두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하고 민주당 의원과 호남 등 현장을 찾아 피해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다.

두 후보는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중에도 호남 맞춤 공약을 내세우며 틈새 운동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전북특별자치도를 겨냥해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 ▲교통 인프라 혁신 통한 지역 균형 발전 실현 ▲K-문화 콘텐츠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을 약속했다.

박-정 경쟁에 뜬금 소환된 강선우?
호남·수도권서 마지막 표심 구애

정 후보는 전남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호남특별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기 위해 당 대표 직속으로 민원실장을 임명해 민원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남 숙원 사업인 RE100 관련해서는 바다에 케이블을 설치하는 등 전남을 신재생 에너지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경쟁관계를 이어가면서도 한 갈래의 목소리로 호남을 향해 구애했다.

정 후보는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아산시가 빠졌다”며 “호남·영남·충청 등 일부 지역을 추가로 선정해 주실 것을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 역시 “나주·곡성·구례·남원·광주 전역, 그리고 영남·충청 일부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를 요청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신속 지원 원칙이 실현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하면서도 SNS를 통해 지지층 사로잡기를 위한 막판 스퍼트에 돌입했다. 특히 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를 향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저마다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후보는 강 전 비서관이 ‘법원 난입이 폭도면 5·18은 폭도란 말도 모자란다’고 발언한 보도를 언급하며 “이건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말고 스스로 결단하라.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도 마찬가지로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란 옹호자’만은 안 된다. 강 비서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국민 여러분의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 비서관이 과거 책과 발언을 통해 보인 인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윤석열-김건희 내란 카르텔의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특히 해당 발언들이 담긴 책이 발간된 시점은 지난 3월이다. 국민이 길거리로 나와 내란 세력과 싸우고 있을 때”라고 지적했다.

결국 강 비서관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8·2 전당대회를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와 겹쳐 보기도 했다. ‘강경파’ 추미애 의원과 ‘온건파’ 우원식 의원이 겨룬 승부에서 당원들은 추 의원을 강력하게 지지했지만, 민주당 다선 의원들이 추 의원의 강경 노선을 우려해 우 의원을 밀어주면서 그야말로 대이변이 일어난 사건을 떠올린 것이다.

강경 VS 온건
어디서 본 듯

하지만 전당대회 투표권은 의원이 아닌 권리당원에게 있어 의장 선거와 같은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정부라고 이름을 붙인 이상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절차는 당원의 뜻에 따르게 돼있다. 이를 거스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의원 거취를 놓고 두 의원이 이견을 보였는데 박 의원에게는 일종의 ‘승부수’”라며 “25%p 차이를 뒤엎는 훈풍이 될지 후폭풍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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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IMS는 이익을 내지 못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는데 대신증권은 지난해 5월 IPO 대표 주관 회사 선정 제안서를 통해 IMS 몸값을 2029억~2464억원으로 제시했다. 대신증권 장밋빛 보고서 “2000억대 가치” “특검팀, 정권에 보호받기 위해 로비” 의심 밸류에이션 산정에는 주가매출비율(PSR)이 활용됐다. PSR은 주가가 주당 매출액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적자 기업이지만 향후 성장을 통한 흑자 전환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평가할 때 쓰인다. 대신증권은 IMS가 제시한 2028년 매출액 추정치에 할인율 10%를 적용해 기준 매출액을 656억3700만원으로 산정했다. 비교 기업(피어그룹)으로는 쏘카, 롯데렌탈 AJ네트웍스, 우버(Uber), 리프트(Lyft) 등 8개 기업을 선정했다. 대신증권은 기준 매출액(656억2700만원)에 피어그룹의 평균 PSR 거래 배수인 4.42배를 곱해 적정 시가총액을 2898억원으로 정했다. 할인율 15~30%를 적용해 시가총액 밴드를 2029억~2464억원으로 평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제안서를 제출한 신한투자증권도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