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서 최대 승자는 '일본인 퍼스트'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2020년 결성된 신생 우익 정당 참정당이었다. 참정당은 참의원 의석수가 2석이었으나, 이번 선거로 15석으로 대폭 늘었다. 이로써 참정당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은 법안을 단독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서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가 외국인 규제 강화 방침과 '일본인 퍼스트' 구호를 내세운 것이 일본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게 일본 정가의 분석이다. '일본인 퍼스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이자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비슷한 구호다.
참정당은 비례대표 투표서도 742만여표를 얻어 입헌민주당에 이어 야권 2위에 올랐다. 참정당의 약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도쿄도의원 선거서도 3석을 확보했다. 앞으로 참정당의 정책이 일본에서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서도 과반 의석수 유지에 실패해, 일본은 이제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됐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2년부터 정권 탈환 이후 지난해 총선 전까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민당 중심의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바로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참정당은 2020년 4월 창당된 후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 후보로 당선된 뒤 당 대표 재선에 성공하면서부터 지지층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참정당은 국민주의가 아닌 국가주의를 계속 주장해 왔다. 참정당의 당헌 제2장(국가편)에는 “(국민이 아닌) 국가가 주권을 갖는다”고 명시돼있다
참정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트럼프행정부의 정책과 비슷하다. 글로벌리즘에 맞서 국민 국가 지향, 외국 자본의 공용지·기업·수자원 매수 반대, 이민 수용보다 국민의 취업과 소득 상승 촉진, 자학사관 버리고 일본 자부심 고취 교육 실시 등이 참정당의 핵심 정책이다.
특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참정당이 '국민주권'보다 '국가주권'을 담은 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주권을 지키려면 국가가 제대로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 역시 미국과 같다.
참정당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다는 건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극우 포퓰리즘 정치는 전통적 가치의 몰락을 염려한 서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민 반대 정책을 내세운 프랑스의 국민연합과 독일의 대안당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이웃 나라 일본에서 주류 정치를 위협할 태세니 우리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동남아와 중남미 이민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멜팅포트라면 일본은 아시아의 멜팅포트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유권자들이 이번 참의원 선거서 '일본인 퍼스트' 구호를 외친 참정당을 밀어줘 재일본 외국인과 아시아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정당이 아직 집권여당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국가주권을 주장하며 제2 야당으로서 막강한 힘을 과시할 것이다. 미국도 일본도 국가주권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주권을 내세울 때가 된 것 같다. 우리 정부가 국민주권도 좋지만 이제 국가주권을 표방해야 할 때가 됐다.
한미일 공조체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처럼 국가주권을 국가 기본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니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 10대 강국이 됐고, 외국 기업과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서 우리도 국가주권을 생각할 때가 된 것이다.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및 자원 매수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해야 하고, 값싼 노동력을 핑계로 이민이나 외국인 취업 입국을 쉽게 허용하지 말고 국민의 취업과 소득 증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것들을 법으로 못 박아 두는 게 국가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미국은 공화당의 트럼프행정부가 이미 국가주권을 행사하고 있고, 일본은 야당이지만 참정당이 약진함으로써 국가주권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주권을 외쳐야 할 국민의힘이 6·3 대선서 패배한 이후 정당으로서 정체성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다.
그래서 이젠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과 일본의 국가주권에 맞서 우리 정부도 우리나라 주권을 지켜야 한다. 진영의 논리나 강령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의 국가 전략도 대선 때 도왔던 지지자 눈치를 보면서 세우면 안 된다. 국민 전체를 보고 국가의 이익만 생각해야 한다.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일본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에 대한 강경책이 미국을 살리는 위대한 결정이라 여기고, 트럼프행정부처럼 국가주권을 주장하는 참정당에 표를 줬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나라가 일본 참정당의 약진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국민주권은 국가의 정치 형태와 구조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 국민에게 있어,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주권은 국가의 독립적 통치권을 의미하며, 국민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국제사회에서 국가주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