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에 묶고 “잘못했다고 해” 외노자 인권유린 입길

나주 벽돌 공장서 집단괴롭힘 촬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 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결박된 채 공중에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인권 유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이주노동자 권익단체인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영상 속에는 한 30대 남성이 벽돌과 함께 몸이 비닐로 묶인 채 지게차에 의해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담겼다.

운전자는 결박된 채 움직이지 못하는 노동자를 인위적으로 들어 올려 공장을 이동하며 시연하듯 행동했고, 지켜보던 주변인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휴대폰으로 촬영하거나 비웃는 반응 등을 보였다.

심지어 한 남성은 허공에 매달린 노동자에게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위협하는 듯한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는 스리랑카 국적으로,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이달 초 촬영된 것으로, 해당 공장에는 20여명이 근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천인공노할 일이다.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무시당하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주노동자를 사람 아닌 도구로 여기는 반인권적 현실이 집약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선 해당 사건을 두고 단순한 일회성 가혹행위가 아니라, 국내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차별과 열악한 노동 환경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에도 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난방 없이 지내다 저체온증으로 숨진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 사건으로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며 일하고 있는 외국인의 약 17.4%는 어떤 형태로든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전문 취업(E-9)비자를 가진 노동자의 경우, 출신국(30.4%)이나 언어 능력(44.1%)으로 인한 차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통 농업, 축산업, 건설업 등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Difficult, Dirty, Dangerous)을 중심으로 고용된다.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등 다방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 제도적 보호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통 이주노동자등의 경우, 고용허가제 제도 아래에선 사업장 변경이 어려워 권리를 침해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법적 보호를 받기까지 현실적인 제약도 뒤따른다. 이로 인해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에서의 부당한 행위를 감내하며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계와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한 가혹행위 차원을 넘어서,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며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고 앞으로 외국인노동자의 노동권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예방 감독도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 대한민국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 각지에서 고초를 겪었고, 그 수고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생업을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이 귀하듯,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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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