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달동네 수호천사’ 이종락 목사

“이틀에 한명씩 새 식구 품어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2009년 국내에 베이비박스(영아유기 방지를 위한 아기보호소)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이 목사는 서울 관악구 난곡동 자신의 집 대문이나 주차장에 버려진 갓난아이의 생명을 구하고자 베이비박스를 도입하게 됐다. 유난히도 쌀쌀한 올 가을, 이 목사에게 베이비박스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를 거쳐 간 갓난아이와 장애아동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0대 미혼모, 외국인노동자, 불륜을 저지른 유부녀의 아기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다음은 아이가 유기되지 않고 자신에게 온 것에 감사한다는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사람은 휴지가 아닙니다”

-베이비박스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예전부터 집 앞 대문이나 주차장에 버려진 갓난아기들이 한두 명씩 있었다. 내가 조금만 부주의해도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기였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2008년 모 프로그램에서 체코의 베이비박스에 관련된 방송을 우연히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저걸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일 년 뒤 겨울, 집 앞에 또 한 명의 아기가 종이박스 내 얇은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모습을 목격한 후 바로 베이비박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고 나서는 매일 하나님께 “단 한 명의 아이도 이 베이비박스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언제 첫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왔나.
▲베이비박스를 만든 지 약 3달 후인 2010년 3월로 기억한다. 낮 12시에 첫 아기가 들어와 더 충격적이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내부 사람이 바로 알 수 있게끔 초인종이 울린다. 첫 아기를 데려온 후 나를 비롯한 주사랑공동체 가족들 모두 목 놓아 울었다. 

-1년에 몇 명 정도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오는가.
▲원래는 한 달 평균 2∼3명의 아기가 들어왔었다. 그러나 올해 8월경부터는 한 달에 10명 이상의 아기들이 들어왔다. 9월에는 무려 15명의 아기가 들어왔고 이 달에도 벌써 4명 이상의 아기를 맞이했다. 추워진 날씨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려진 아기들이 갑자기 급증한 이유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생활고, 잘못된 성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내와 이혼한 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남성이 갓난아기를 버리고 갔다. 그는 아이를 버리기 전에 죽이려고 고층에서 두 번이나 떨어뜨리거나 목을 졸랐다고 한다. 한 10대 미혼모는 도망간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으면서 아이를 몇 번씩이나 4층 높이에서 떨어뜨리고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한다. 마침 친구가 베이비박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아이를 안고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이 외에 자신이 일하던 식당 사장한테 성폭행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외국인 노동여성들, 남편 몰래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질러 아기가 생겨버린 유부녀 등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성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들은 어디로 가는지.
▲들어온 아기들 중 일부는 직접 키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파출소 신고를 통해 구청 내 노인청소년과 명단에 올라가고 아동사립병원, 임시 보호소 등을 거쳐 입양기관에 보내진다. 참 슬프고도 힘든 일이다. 한 번 버려지는 것도 큰 상처인데 허술한 국내 법 때문에 죄 없는 아이들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버려져야 하니 말이다. 베이비박스제도의 합법화가 간절해지는 대목이었다.
 
-최근 일어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16살의 한 미혼모와 그녀의 아버지가 함께 울산에서 서울까지 달려왔다. 어린 미혼모는 오열을 하며 차마 걸음을 떼지 못했다. 위로의 말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채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미혼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모님이 키워주시겠다고 한 것. 그 소식을 듣고 주체할 수 없이 기뻤고 그 부모에게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보람도 느꼈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 갈수록 늘어
정부 합법기관 승인·복지제도 개선 필요
“한달 2∼3명서 15명으로 늘어”

-베이비박스의 역할은 무엇인지.
▲ 베이비박스의 주된 역할은 영아유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베이비박스가 오히려 유기를 조장하다고 하는데, 과거만 해도 원치 않은 임신으로 영아를 화장실에서 낳고 비닐봉투에 싸서 버리는 사체유기사건이 많았다. 불법낙태도 지금보다 더 성행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가 도입되면서 신생아 사체유기가 급격하게 감소됐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다 상황이 좋아지자 다시 찾으러 오는 경우도 벌써 10건이 넘는다. 베이비박스는 영아유기를 조장하는 시스템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수단 중 하나다.

-구청에서 베이비박스 철거를 요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이 제도가 불법이라고 말하는데.
▲베이비박스가 불법이라는 법적조항 자체가 국내에 없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베이비박스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유럽국가의 경우 수십 개에 달하는 베이비박스를 정부가 직접 관리·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산부인과가 즉 베이비박스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도 버려지는 아동에 대한 복지를 개선하고 영아사체유기를 방지할 효율적인 방안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비단 갓난아기들 뿐 아니라 장애아동까지 직접 키우시는데 재정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 여유로운 편은 아니지만 수중에 있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동네 주민들이 항상 쌀을 갖다 주셔서 감사하게도 굶어본 적은 없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아동의 치료비와 교육비는 많은 이들의 후원금으로 대신하고 있다. 장애아이의 수술을 앞둘 당시는 서울대·보라매 병원 등의 배려와 정말 위급할 때마다 거액을 기부하시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커서 학교나 사회에 나갈 경우를 대비한 교육은.
▲주사랑공동체 식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장애아동과 유아를 돌보면서 가르치고 있다. 기본적인 것부터 말, 글자 등을 가르친다.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받는 음악·치료 등도 아이들 정서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을 직업교육이 가능한 센터 등으로 보내 활발히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유기 조장? 생명 창구죠!”


-향후계획과 소망이 있다면.
▲세계에 ‘생명살리기운동’을 보급하고 싶다. 그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베이비박스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도록 노력하고 전국에 베이비박스가 놓일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또한 장애아동들을 위한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다. 하루 빨리 정부가 베이비박스제도를 합법화시켜 아이들이 수차례 버려지지 않고 바로 입양기관에 보내질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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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