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달동네 수호천사’ 이종락 목사

“이틀에 한명씩 새 식구 품어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2009년 국내에 베이비박스(영아유기 방지를 위한 아기보호소)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이 목사는 서울 관악구 난곡동 자신의 집 대문이나 주차장에 버려진 갓난아이의 생명을 구하고자 베이비박스를 도입하게 됐다. 유난히도 쌀쌀한 올 가을, 이 목사에게 베이비박스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를 거쳐 간 갓난아이와 장애아동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0대 미혼모, 외국인노동자, 불륜을 저지른 유부녀의 아기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다음은 아이가 유기되지 않고 자신에게 온 것에 감사한다는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사람은 휴지가 아닙니다”

-베이비박스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예전부터 집 앞 대문이나 주차장에 버려진 갓난아기들이 한두 명씩 있었다. 내가 조금만 부주의해도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기였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2008년 모 프로그램에서 체코의 베이비박스에 관련된 방송을 우연히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저걸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일 년 뒤 겨울, 집 앞에 또 한 명의 아기가 종이박스 내 얇은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모습을 목격한 후 바로 베이비박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고 나서는 매일 하나님께 “단 한 명의 아이도 이 베이비박스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언제 첫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왔나.
▲베이비박스를 만든 지 약 3달 후인 2010년 3월로 기억한다. 낮 12시에 첫 아기가 들어와 더 충격적이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내부 사람이 바로 알 수 있게끔 초인종이 울린다. 첫 아기를 데려온 후 나를 비롯한 주사랑공동체 가족들 모두 목 놓아 울었다. 

-1년에 몇 명 정도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오는가.
▲원래는 한 달 평균 2∼3명의 아기가 들어왔었다. 그러나 올해 8월경부터는 한 달에 10명 이상의 아기들이 들어왔다. 9월에는 무려 15명의 아기가 들어왔고 이 달에도 벌써 4명 이상의 아기를 맞이했다. 추워진 날씨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려진 아기들이 갑자기 급증한 이유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생활고, 잘못된 성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내와 이혼한 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남성이 갓난아기를 버리고 갔다. 그는 아이를 버리기 전에 죽이려고 고층에서 두 번이나 떨어뜨리거나 목을 졸랐다고 한다. 한 10대 미혼모는 도망간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으면서 아이를 몇 번씩이나 4층 높이에서 떨어뜨리고 목 졸라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한다. 마침 친구가 베이비박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아이를 안고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이 외에 자신이 일하던 식당 사장한테 성폭행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외국인 노동여성들, 남편 몰래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질러 아기가 생겨버린 유부녀 등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성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들은 어디로 가는지.
▲들어온 아기들 중 일부는 직접 키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파출소 신고를 통해 구청 내 노인청소년과 명단에 올라가고 아동사립병원, 임시 보호소 등을 거쳐 입양기관에 보내진다. 참 슬프고도 힘든 일이다. 한 번 버려지는 것도 큰 상처인데 허술한 국내 법 때문에 죄 없는 아이들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버려져야 하니 말이다. 베이비박스제도의 합법화가 간절해지는 대목이었다.
 
-최근 일어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16살의 한 미혼모와 그녀의 아버지가 함께 울산에서 서울까지 달려왔다. 어린 미혼모는 오열을 하며 차마 걸음을 떼지 못했다. 위로의 말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채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미혼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모님이 키워주시겠다고 한 것. 그 소식을 듣고 주체할 수 없이 기뻤고 그 부모에게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보람도 느꼈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 갈수록 늘어
정부 합법기관 승인·복지제도 개선 필요
“한달 2∼3명서 15명으로 늘어”

-베이비박스의 역할은 무엇인지.
▲ 베이비박스의 주된 역할은 영아유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베이비박스가 오히려 유기를 조장하다고 하는데, 과거만 해도 원치 않은 임신으로 영아를 화장실에서 낳고 비닐봉투에 싸서 버리는 사체유기사건이 많았다. 불법낙태도 지금보다 더 성행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가 도입되면서 신생아 사체유기가 급격하게 감소됐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다 상황이 좋아지자 다시 찾으러 오는 경우도 벌써 10건이 넘는다. 베이비박스는 영아유기를 조장하는 시스템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수단 중 하나다.

-구청에서 베이비박스 철거를 요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이 제도가 불법이라고 말하는데.
▲베이비박스가 불법이라는 법적조항 자체가 국내에 없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베이비박스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유럽국가의 경우 수십 개에 달하는 베이비박스를 정부가 직접 관리·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산부인과가 즉 베이비박스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도 버려지는 아동에 대한 복지를 개선하고 영아사체유기를 방지할 효율적인 방안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비단 갓난아기들 뿐 아니라 장애아동까지 직접 키우시는데 재정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 여유로운 편은 아니지만 수중에 있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동네 주민들이 항상 쌀을 갖다 주셔서 감사하게도 굶어본 적은 없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아동의 치료비와 교육비는 많은 이들의 후원금으로 대신하고 있다. 장애아이의 수술을 앞둘 당시는 서울대·보라매 병원 등의 배려와 정말 위급할 때마다 거액을 기부하시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커서 학교나 사회에 나갈 경우를 대비한 교육은.
▲주사랑공동체 식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장애아동과 유아를 돌보면서 가르치고 있다. 기본적인 것부터 말, 글자 등을 가르친다.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받는 음악·치료 등도 아이들 정서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을 직업교육이 가능한 센터 등으로 보내 활발히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유기 조장? 생명 창구죠!”


-향후계획과 소망이 있다면.
▲세계에 ‘생명살리기운동’을 보급하고 싶다. 그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베이비박스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도록 노력하고 전국에 베이비박스가 놓일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또한 장애아동들을 위한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다. 하루 빨리 정부가 베이비박스제도를 합법화시켜 아이들이 수차례 버려지지 않고 바로 입양기관에 보내질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