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한국식품산업협회 복합적 비위 의혹

회장단 교체 앞두고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식품업계 회사 192개가 모여 만든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또 잡음이 생겼다. 올해 초 협회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이사회 정관을 마음대로 고치려고 했다는 논란에 이어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새로운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협회를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대한 회비 유용, 부정 청탁 채용, 노동법 위반 등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회장 선거 관련 이사회 정관 변경 논란에 이어 이번 논란이 겹치며 협회가 복마전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회비 걷어
사적 유용

<일요시사>가 확보한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회계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추진비로 1750만5000원을 사용했다. 품목은 ▲타월 100개 ▲양산 100개 ▲와인 120병 ▲골프공 100개 ▲청소기 100대 ▲기프트 카드 30개 등이다.

내부 관계자 A씨는 이중 80% 이상을 회장과 부회장이 사적으로 반출했다고 말했다. 회계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물품들은 회장 및 이사회 임원들이 외빈에게 선물하거나 이사회 임원들이 반출했다.

특히 와인 같은 경우 입고된 후 외빈 선물용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회장부터 부장까지 개인적인 용무로 와인을 반출을 했으며 심지어 회장단 회의에서 음용했다. 구체적으로 와인 92병 중 63병이 회장단 및 이사회 임원들이 유용했다. 120병을 주문하고 행사 등 공식 일정에서 28병만 사용한 셈이다.


A씨는 “행사 기념품 용도로 물품을 주문하면서 과도한 양을 주문했다”며 “이후 창고에 물품을 보관하다가 개인 소유 품목인 듯 회장단과 이사회 임원들이 이를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몇몇 물품들은 농림식품부 공무원 개인 주소와 이덕환 서강대 교수(한국식품과학회 소속) 개인 주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A씨는 이들이 받은 품목 중 차량용 청소기 같은 경우 가격이 6만2000원에 달해 이른바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꼬집었다.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협회는 사업추진비를 활용한 기념품 구매와 관련해 “이사회 및 총회를 거쳐 편성된 예산으로 기념품을 마련해 협회 창고에 보관하고 워크숍, 학술대회, 회원사 및 유관기관 방문, 내방객 응대 등에 사용했다”며 “개인적 유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업추진비로 산 물품 맘대로 반출
한 임원 예산으로 스마트워치 구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단순히 예산을 편성했다고 해서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며 “기념품이라는 용도의 모호성을 악용한 과다 지출 정황이 있고,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수불 대장·내역 공개는 물론 기념품 단가와 수량 등 예산 집행 세부내역 공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사들의 회비도 사업추진비로 사용되는데 이런 것을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 임원 B씨는 사적으로 사용할 갤럭시 워치를 협회 예산으로 구매했다.


B씨는 협회에 갤럭시 워치를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B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협회 회계팀과 이야기를 한 후 나온 방법이 한 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직원 C씨는 D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가 가능한 지 물었고 D업체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C씨는 D업체에 33만4900원짜리 갤럭시 워치 사진을 보냈고 업체는 이를 구매하고 삼성 ML-D115 토너 3개 구매대금으로 33만6000원을 요청했다. 이에 C씨는 컬러토너까지 포함해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에 따르면 B씨가 갤럭시 워치를 요청한 것은 두 번이다. 지난 2023년 10월경과 지난해 11월에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토너 결제대금으로 결제된 임원의 갤럭시 워치는 모두 협회 교육 회계에서 처리됐다. 교육 회계는 식품영업자 등의 교육 수입비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감독하는 예산이다. B씨는 해당 예산을 사적 유용했으며,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로 고발이 가능하다. C씨도 사문서 위조와 횡령 및 배임죄 공범에 해당한다.

지속된
인사 문제

또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는 전·현직 법령위원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자녀,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검사 관련 부서 소속 공무원 자녀, 한국강소기업협회 임원의 자녀를 채용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 일부는 면접 점수가 사후에 조정됐으며 일부는 평가표에 점수를 기입하지 않은 채 특정 지원자를 우선순위로 올렸다고 한다.

협회는 채용 과정에 대해서 “정관과 인사규정에 따라 대부분 공개 경쟁 전형을 통해 채용했으며,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별 채용을 했다”며 “2024년에는 국제박람회 준비와 운영에 필요한 전문가를 영어 능통자로 심의해 특별 채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공개경쟁 또는 인사위원회 심의로 특별채용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당시 특별채용 심사 대상자는 1명”이라며 “경쟁 없는 특별채용은 사실상 내정된 채용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해당 인물들의 이력서 수집 경위, 출처 등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채용에 대한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왜 그 지원자의 이력서를 추천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내부에서는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한 인사 지연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임원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부회장 후보자 미적격 판단 이후 후속 공고가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원들
임금체불


협회 내부에서는 그 이유로 현직 부회장의 장기 잔류를 위한 전략적 지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에 따르면 상근임원 후임자 선정을 위해 임기 만료 2개월 이전에 구성해야 하며, 예정되지 않는 결원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후보자 추천이 필요할 때에는 지체 없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회는 이에 대해 “현재 협회장 선출 절차를 다시 가동한 만큼 비상근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 선출하게 되면 부회장 선출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지도 점검에서도 협회는 다수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우선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93조를 위반했다. 노동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취업규칙 신고 및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협회는 지난 5월21일자로 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5개월간 총 5차례에 걸쳐 125~129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액은 총 3193여만원으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지급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협회는 지난달 24일 해당 기간 초과 근로자에 대한 수당을 재산정해 전액 지급했다고 밝혔다.


퇴직자 임금체불도 확인됐다. 협회는 퇴직한 직원 4명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6조(퇴직 시 14일 이내 금품 지급 의무)를 위반했다.

다수 노동법 위반 불거져
부처·협회 자녀 특채까지

또 퇴직자 3명에게는 초과근로수당을 반영한 퇴직금 차액 53만원가량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지적을 받은 뒤 지난달 18일자로 해당 금액을 정산해 지급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퇴직자 중 일부만 임금이 재조정돼 지급됐고, 나머지는 아무런 통보 없이 배제됐다”며 “단순 체불을 넘어 고의적 은폐이자 선택적 지급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2024년 12월 통상임금 기준 변경에 따라 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에 따라 추가 지급을 완료했으며, 고의로 은폐하거나 수당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024년 12월 대법원 판례와 2025년 2월6일자로 개정된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라,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명확하게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수개월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한 해석 오해가 아닌,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시정 지시까지 내려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지침 개정 당일에 협력 노무사에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물었고, 해당 노무사는 ‘기본 연봉의 15% 중 10%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통상임금은 상여금을 1/12로 나눠 매월로 적용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확정 시점부터 초과근로수당을 소급 지급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해당 사실을 지난 2월7일 인지하고도 수개월간 통상임금 적용을 지연한 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지적 후에야 시정 조치를 이행했다”며 “협회의 해명과 달리 의도적인 은폐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발칵
“조사 중”

협회의 해당 비위들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발된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9일 감사반을 협회에 투입해 정관 준수 여부, 예산·인사 집행의 적법성 등 전반을 점검했다. 감사는 ‘불시 점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목적사업 수행과 회비 운영, 조직·인사 등 법인 운영 전반이 대상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해당 민원을 청탁금지제도과로 이첩해 조사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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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