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단일화 위한 '문안드림' 秘 프로젝트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24 11: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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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 살 내어주고 박근혜의 뼈 취한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민주통합당의 거친 구애공세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검증에도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반면 추석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뒤늦은 검증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 시점에서 안 후보를 향한 문 후보의 구애공세는 의미도 없을뿐더러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문 후보는 현재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을까? 그 속내를 <일요시사>가 살짝 엿보았다.

추석 이후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주간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석 직후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10월 둘째 주엔 박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호남, 안철수 절대 강세
난공불락이던 박근혜 정체

10월 셋째 주 안 후보는 다시 상향 세를 탔다. 안 후보가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문 후보는 마지막 결선에서 박 후보를 누르기 위해 안 후보와의 중반레이스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이대로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호남 지역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뷰가 지난 10월 9일 ~14일 6일간에 걸쳐 실시한 지역별 조사결과에 의하면, 안 후보는 광주·전남·전북에서 80.4%라는 강세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전략적 선거를 하는 호남에서 안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문 후보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 후보가 수도권에서 54.1%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도 문 후보를 압박한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선다 하더라도 이러한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게 더욱 큰 문제다. 혹이라도 지지율을 그만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대선 패배의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게 되는 것.

자칫하다간 지는 게임에 욕심 부리다 판을 망친 인사로 전락해 ‘역사의 죄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문 후보로선 섣불리 행동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도무지 뒷감당이 안 되는 계산이다.

이러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검증을 거친 후라는 것도 문 후보와 민주당을 주춤하게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안 후보를 겨냥해 단일화 압박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라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

추석 이후 오르던 지지율 하락세 보이자 입당요구 자제
후보단일화 이슈로 본선 맞장상대인 박근혜 저지 노려

게다가 웬만한 악재에도 강한 결집력을 보이던 박 후보의 지지율 정체도 민주당이 섣불리 안 후보를 당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민주당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리면서 박 후보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그동안 정수장학회 문제는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형국으로 설령 거론되더라도 보수층 결집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과 <부산일보> 매각과 관련한 최필립 이사장과 MBC 관계자들의 대화록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계기로 정수장학회가 대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없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으로선 박 후보를 끌어내리고 안 후보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 후보의 시선은 바깥에 머물고 있어 민주당과 문 후보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단일화는 요원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안 후보의 상승세 회복은 호남지역 방문 효과"라며 "강력한 재벌개혁중심 경제민주화 정책공약 발표가 국민에게 시대적 과제에 대한 통찰력과 결단력을 보여 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쇄신 난항"
"돌직구 던져 달라"

그리고 "현실감과 진정성이 돋보인 현장 위주 방문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문 후보에 대해서는 "특단의 변수가 없는 한 상승 국면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안 후보가 단일화 조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쇄신’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슈를 덮을 만큼의 악재가 단일화 과정에서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문 후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 논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아 박 후보를 견제하고, 한편으로는 안 후보와의 물밑접촉을 통해 손을 잡을 수도 있다.

문 후보가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인 단일화를 연출해 정권교체의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도 문 후보의 움직임은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민주당의 쇄신보다 안 후보의 입당을 더욱 강조하던 문 후보였다.


그런 그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에 걸쳐 ‘민주당에 돌직구를 던져주십시오’라는 주제로 정치혁신 국민대토론회를 열며 적극적인 쇄신 움직임을 보였다.

첫날에는 국민의 전반적인 정치 불신 원인을 진단하고, 민주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냈다. 이튿날에는 구체적인 정치혁신, 권력구조, 정당·선거제도 개혁 등의 해법을 토론하고 논의하며 시민과 함께 고민했다.

마지막 날에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그동안 있었던 국민의 정치혁신 요구를 함께 담아내는 시간을 가졌다.

문 후보 캠프 측은 "시민과 정치를 매개하는 플랫폼인 문재인 시민캠프가 시민들과 함께 정치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정치'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안 후보의 쇄신요구에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문 후보가 화답이라도 하듯 공개적으로 적극적인 쇄신의지를 드러낸 것은 눈에 띄는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지난 14일 안 후보에 정치혁신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자며 제안하고 나서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구상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문 후보의 제안을 평가하기도 했다.


'중재자' 조국 교수의 혁신 제안 수용
'공동정부론'으로 '안'에 적극 구애 공세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해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는 최근 조국 교수가 제안한 3단계 방안이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하고 이를 수용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수순에 대해 '정치혁신위 공동구성→공동 정강정책 확립→세력관계 조율' 등 3단계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진 대변인은 또한 "조 교수 제안처럼 공동위원회는 양쪽 동수로 위원을 추천하고 그 위원장은 조 교수와 합의해서 선임하자"며 "안 후보 측이 지금 당장 후보단일화 논의가 다소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단일화 전제 없이 정치혁신을 위한 공동의 실천방안으로 정치혁신위를 구성해도 좋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전날 "민주당에 들어와 경쟁하는 것이 가장 쉬운 단일화 방법"이라며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발언이었다.

한 관계자는 문 후보의 이같은 태도변화를 "단일화를 전제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혁신을 안 후보에게 제안한 것은 그동안의 일방적 입당 요구가 대선 국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문 후보 캠프는 당초 캠프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동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 후보의 답변이 나오기 전까지 캠프 차원의 위원회 설치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안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는 낮아지거나 일시정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의 전향적 태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안 후보가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을 통해 대통령 권한 축소와 정당 공천권 포기,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3대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하자 문 후보 측이 적극적인 공감대를 보인 것이다.

"머리 맞대고 논의하자"
박지원은 단일화 내세워

진 대변인은 지난 18일 "안 후보의 말씀은 문 후보가 후보로 확정되면서 수락연설에서 이미 천명했던 바와 맥락이 같다"며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해 가고, 정치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당에서도,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도 (정치개혁과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화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있는 것"이라며 "3자 대결론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한발 물러나는 듯하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우선 안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입당 요구는 사실상 중단했다. 하지만 문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 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문 후보에게는 정당과 단일화보다는 쇄신을 외치며 안 후보와 박자를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쇄신보다는 아직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대신 박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껏 높였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충청북도 지역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따지며 박 후보를 정조준했다.

문 후보는 "정치생명을 걸고 세종시를 지켰다"며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공을 자신에게 돌린 박 후보를 향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후퇴시킨 공동책임자인 박 후보는 숟가락만 올리고 자신이 세종시를 지켰다고 한다. 이는 충청도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박 후보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총선공약집에도 균형발전 항목 자체가 없다"며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전 중반 전략 수정
계획된 시나리오였나?

정치권에서는 선거전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대한 총구를 거두고, 박 후보를 조준하기로 전략수정을 한 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단 적군인지 아군인지 찔러보기를 통해 안 후보의 의중을 확인한 다음 2단계 전략인 박 후보 공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로선 안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뺀 나머지는 모두 내어주고 박 후보와의 정면대결에서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일대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하지만 이를 안 후보가 순순히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돌아선 문 후보의 전략이 과연 안 후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정치권과 국민들의 시선은 온통 두 사람의 행보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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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