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돈으로?’ OK금융그룹의 고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10 11:58:40
  • 호수 1539호
  • 댓글 0개

누가 뭐래도 일본 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Original Korean’의 앞 글자를 딴 OK금융그룹을 일본계 기업이 장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표면상 그룹 지주사인 OK홀딩스대부의 최대주주는 재일교포 3세인 최윤 회장이지만, 실제 최대 출자자는 일본 대부업체 J&K캐피탈이 지분 99%를 소유한 OK넥스트로 드러났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 출자금(보통주와 우선주 포함)의 80%가량과 차입 부채 대부분을 대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출자금 7274억원 가운데 5800억6000만원으로 79.7%를 차지한다. 더욱이 J&K캐피탈이 OK넥스트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어, OK금융그룹이 일본 기업의 지배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채 큰손

과거 IMF위기 이후 일본계 유입 자금은 국내 사채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최고 월 15%(연 180%)의 초고금리인 일본계 자금은 일본 야쿠자 등의 ‘검은돈’이라는 의혹을 뒤로한 채 빚더미에 앉은 개인들을 상대로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금융 당국에서도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사채시장이 기업은 물론, 신용 상태가 불량한 개인에게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계 자금이 사채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계 자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한 직접투자 자금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자금은 검은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밝혀낼 방법이 없고 밝혀낼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악마의 돈이라도 쓰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외자 유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투기성 자금에 대한 사후관리는 강화하되 자금 성격은 따지지 않았다. OK그룹은 일본산 검은돈의 의혹을 벗은 토종 기업이라는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현재 OK홀딩스대부의 보통주만 보면 최윤 회장이 5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OK넥스트가 가진 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된다면 지배구조는 크게 바뀔 수 있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 출자금 대부분을 전환우선주 형태로 댔으며, 그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의 전환우선주 48만1535주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30일 만기가 돌아오는 1차 전환우선주 37만5000주를 OK넥스트가 보통주로 전환한다면, OK넥스트는 보통주 1851만5625주를 추가로 확보한다. 이를 기존 보유 보통주 712만4353주와 합치면 모두 2563만9978주가 된다. 이는 전체 보통주(3621만 618주)의 70.8%에 이른다.

이 경우 최윤 회장의 지분은 28.4%로 줄어들어, OK홀딩스대부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에서 OK넥스트로 바뀐다.

나아가 2차 전환우선주 10만6535주(전환청구 기한 2029년 12월26일)까지 모두 전환된다면, OK넥스트는 보통주 총 3090만144주를 보유해 OK홀딩스대부 보통주 지분 75%를 차지한다. 반면 최윤 회장 지분은 25%로 줄어든다.

이 같은 전환우선주 출자는 일본 법인인 J&K캐피탈이 OK금융그룹에 상당한 재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분석이다.


IMF 때 고리대금업으로 출발
일 검은돈도 받아 쓰던 시절

OK홀딩스대부는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OK넥스트를 기존 ‘기타특수관계자’에서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이는 OK넥스트가 가지고 있던 OK홀딩스대부 회사채가 보통주 지분 40.26%로 전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J&K캐피탈은 여전히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돼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OK금융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형식상 지배구조보다는 실질적 지배력에 초점을 맞춰 그룹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OK넥스트와 OK에프앤아이대부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J&K캐피탈은 OK넥스트 지분 98.8%와 OK에프앤아이대부 지분 100%를 보유하며 이들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OK홀딩스대부는 전환우선주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및 해마다 한 번씩 전환우선주 전부를 사들일 수 있는 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OK금융그룹이 인수권을 행사해 최윤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려면, OK넥스트에 전환우선주 출자금액(2500억원)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202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OK금융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함에 따라 상호출자 금지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OK저축은행이나 OK캐피탈 같은 계열사들이 지주사인 OK홀딩스대부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일 수 없으며, 최윤 회장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 대여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전문가들은 OK홀딩스대부가 OK금융그룹의 지주회사임에도 보통주 최대주주와 최대 출자자가 다른 비정상인 지배구조를 가졌다고 지적하며, 지주회사로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OK금융그룹과 최윤 회장 쪽은 인수권 행사 계획에 관한 물음에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공정위 산정 자산 순위 국내 77위 그룹인 OK금융그룹은 일본 대부업을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들어와 저축은행, 캐피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룹 합산으로 따지면 2022년까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토종 한국 기업? 과거 세탁
결국 일본에 다 먹히는 수순

하지만 고금리 전환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16개 계열사 합산으로 2023년 90억원의 첫 적자(당기순손실)를 내더니 작년에는 412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2년 연속 적자에, 적자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그룹 자산총계가 5조원이 넘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92개 그룹 중 2년 연속 적자인 곳은 OK금융을 비롯, 중앙-부영-대방건설-원익 등 5개 그룹뿐이다. 이 5개 그룹 중에서도 OK금융은 중앙과 함께 적자 규모가 가장 크고,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룹의 기반이 흔들리는 과정에서도 OK금융그룹의 왕성한 확장욕은 여전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한양증권이다. 한양증권의 최대주주로, 한양대 재단인 한양학원은 부동산 PF 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한양증권을 매물로 내놨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28위의 중소형 증권사이지만 채권과 부동산 파이낸싱 등에 경쟁력이 있어 우량 매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여러 금융지주나 대그룹들이 탐내고 있었는데, 작년 9월 한양학원과 정작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곳은 ‘강성부 펀드’로 유명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였다. 상당히 의외였다. 그 뒤에는 또 KCGI의 한양증권 인수 프로젝트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 OK금융그룹이 있었다.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최 회장이 한국과 일본에 2개의 준 지주회사를 따로 만들어놓고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동남아 등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국내 준 지주사 격인 OK홀딩스대부는 최 회장 지분이 58%다.

그룹 주력 기업들인 OK저축은행(2024년 말 OK홀딩스 지분율 100%), OK캐피탈(64%)과 OK신용정보(51%), OK벤처스(100%) 등이 모두 OK홀딩스대부의 종속 자회사들이다.

또 최 회장 지분이 100%인 일본 현지 대부업체 J&K캐피탈을 통해 OK넥스트(옛 아프로파이낸셜대부, J&K캐피탈 지분율 98.8%), OK에프앤아이대부(100%) 등의 국내 여신 금융업체들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의 대부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다.

2개의 준 지주회사들 중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OK홀딩스대부 계열의 덩치가 국내에선 아무래도 훨씬 더 크다.

드러난 구조


16개 국내 계열사들 중 규모가 특히 큰 곳은 저축은행 업계 자산 규모 2위인 대형 저축은행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과거 대부업체였으나 지금은 대부업 정리 자금을 계열사들에 빌려주는 기능을 하는 OK넥스트 등 3사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이 주력 기업들의 부실 채권을 넘겨받아 거래하는 일종의 채권추심 업체들이거나 P2P 대출 전문업체 또는 주력 기업들에 의존해 먹고 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