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에 연루된 방첩사 간부들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두고 모든 정황과 진술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주동자로 가리켰다. 방첩사 안팎에서는 방첩사 법무실도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자신이 살기 위해 여 전 사령관을 더욱 코너에 몰았다는 것이다.

국군방첩사령부는 12·3 내란 사태 당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확보 임무를 수행하려 했다. 방첩사 간부들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가 불법 행위라고 판단한 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진술은 제각각이다. 여 전 사령관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게 방첩사 내부의 증언이다.
진술 오락가락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10시50분경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여, 선관위 서버 확보 지시 법무실 반대
사실 반대는 1명만? 위법 검토도 안 했나
노 전 사령관은 방첩사 요원들이 선관위로 오지 않자 정 전 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들 왜 안 오냐”며 “왜 출발이 늦냐. 전산실을 장악했으니 서버를 복사해라”고 했고, 정 전 처장은 “이미 검토했는데 우리는 할 수 없습니다”고 답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에서도 “이미 직원들이 선관위로 출동한 상황이었고 선관위에 도착하기 전 직원들에게 원거리에서 대기하도록 한 뒤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방첩사 안팎에서는 방첩사 법무실도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동조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방첩사 법무실이 제대로 된 법적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이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영장도 없이 어떻게 압수수색을 합니까”라며 선관위 서버 확보에 반대한 인물이 단기 법무관 1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비나 방첩사 법무실장은 지난해 12월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선관위 서버를 압수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았지만 위법한 절차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윤 실장의 진술 조서에는 “(선관위 서버 압수수색은) 위법한 수집 증거가 됨은 물론이고 그런 행위를 한 인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선관위 압수수색 지시 사항을 듣고 범죄 혐의 특정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는 건 위법하다는 점을 상부에 보고한 바 있다”고 적혀 있다.
신원보안실 블랙리스트 논란에 위법 검토
“사령관 지시 이행···김용현에게 수개월 보고”
윤 실장은 “서버를 복사하거나 확보한 경우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될 수 있다는 부분도 검토 대상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과 방첩사 간부들 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는 ‘블랙리스트 의혹’도 포함된다.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지난 23일 방첩사가 ‘군의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단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방첩사가 실제 의료인을 ‘처단’하기 위해 이른바 ‘군의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최근 제보를 통해 확인됐다”며 “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해당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의료인에 대한 통제, 불이익, 징계 또는 처벌 등의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24년 3~10월 사이 전체 군의관 2400여명 중 약 1500여명이 10차례에 걸쳐 민간 의료 현장에 투입됐다”며 “이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수백명의 군의관이 사찰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 자리에서 ‘방첩사 조직 내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의혹은 2023년 11월 여 전 사령관 취임 후 측근 선별 작업을 위해 ▲문재인정부 사람 ▲호남 출신 ▲민주당 성향이라는 3대 기준을 기반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게 골자다. 방첩사 내부 대령급 인원이 대상이 됐다고 한다.
추 의원은 “불법 사찰 문건을 작성한 방첩사 신원보안실에는 보은 인사가 이뤄졌다”며 “신원보안실 진모 과장은 지난해 9월 대령으로 진급했고, 이후 수도권 군단 방첩부대장으로 전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이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지난달 말부터 방첩사를 압수수색해 서버 포렌식 작업 및 관련자 소환 조사를 준비 중이다. 공수처에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한 방첩사 간부는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 시절일 때부터 보고했던 문건이 따로 있고 신원보안실 등은 법무실의 불법행위 판단에도 불구하고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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