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떠나는 검사들, 왜?

검찰 ‘허리’ 끊어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사들의 이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년 이탈하는 검사들의 수가 신규 임용된 검사 수를 훌쩍 넘었다. 게다가 다가오는 조기 대선 이후 대대적인 검찰개혁이 예상되는 만큼 이탈 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초기와는 다르게 로펌에서도 검사 출신 영입을 기피하고 있다. 이제 ‘만년 검사’라는 말은 사라진 듯하다.

검찰 퇴직자가 신규로 임용된 검사들보다 많다. 탈검찰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은 수사할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형 로펌서도 검사들을 기피하고 있어 퇴직한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다.

100명 이상

법무부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검사 퇴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 79명이던 퇴직자는 2022년 14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 145명, 지난해 132명 등이다. 2022년 이후에는 100명 이상의 검사가 검찰에서 떠난 셈이다.

지난달에도 이미 40명의 검사들이 검찰을 떠났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100명 이상이 퇴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사 정원인 2292명의 5%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6·3 대통령선거 이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퇴직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퇴직자 중에선 주로 일선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15년차 미만 검사들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퇴직자 132명 중 15년 차 미만은 60명으로 45%였다. 10년 차 미만 검사는 38명에 달했다.


저연차 검사들이 이탈하는 반면 지난해 신규 임용 검사는 퇴직자 수를 밑돌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 증원이 시급한 점을 고려했다며 지난 7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90명을 검사로 신규 임용했다. 지난해 퇴직자 수의 68% 수준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부장 바로 아래에 2년차 한 명 있는 상황서 수사가 되겠느냐”며 “소도시도 아니고 서울 내 검찰청서 평검사 인력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부서별로 검사 정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부서당 부장검사 아래로 검사 4~5명을 둔다. 하지만 현재는 이른바 ‘허리’를 맡아줄 검사가 없어진 것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야권이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검찰청 폐지를 주장하면서 검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평검사들이 대거 사직 행렬에 나서고 있다”며 “검사는 사명감과 정의감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자리인데 평검사들이 개인 자리를 버틸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대적 개혁 공약 여파
퇴직자 밑도는 임용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5일 유튜브 ‘알릴레오 대담’에 출연해 “(검찰이)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구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청을 기소청, 공소청, 수사청으로 분리해 수사기관끼리 상호 견제하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피수사 경험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민주당이 공공연하게 얘기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관련 법안도 준비된 상태다. 현재 민주당 검찰개혁TF(단장 김용민 의원)는 검찰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처(수사청)를 신설하는 법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검찰을 세 조각 내는 이재명 후보의 모델과 달리 수사와 공소제기(기소)를 하던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각각 신설하는 중수처와 공소청에 나누는 내용이 골자다.

공소청 검사는 검찰청 검사와 달리 ‘수사’를 할 수 없고 대신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 유지만 할 수 있다. 대신 중수처를 신설해 현재 검찰이 담당하고 있는 중요 범죄 수사를 수행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에 한 검찰 관계자는 “몇 개월만 지나면 검찰 조직이 사라질 수 있고, 수사청이나 공소청 중 하나로 가야 한다면 어디로 가겠냐는 얘기를 동료들과 나누곤 한다”며 “기소 권한이 없으면 검사가 아니고, 수사하지 않고 기소만 한다면 그것도 검사가 아니지 않느냐. 그럼 더 이상 조직에 남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막상 검찰을 떠나더라도 예전처럼 로펌을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윤정부 초기에는 로펌과 대기업서 검사 출신을 영입하려고 경쟁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검사 출신 영입을 기피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전에는 대형 로펌서 부장검사 이상급에 스카웃 제의를 했지만 이제 웬만한 규모의 로펌은 부장급 자리가 다 찼다”며 “로펌서 검찰 출신으로 원하는 사람은 실무를 맡을 평검사인 경우가 많아서 연차가 높아지기 전에 퇴사하는 평검사들이 늘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부장 밑에 평검사 1~2명뿐”
로펌선 검사보다 판사 선호

대신 대규모 로펌은 사건이 꾸준하게 있는 송무 영역의 판사 출신이나 경찰 출신들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들이 3년 취업 제한 기간이 지나면 대거 대형 로펌에 영입이 되지만 검사장이나 고검장 출신을 영입하는 대형 로펌은 없지 않느냐”며 “최근 로펌들의 영입 리스트서 검사장 이상급들은 완전히 없다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강영수 전 인천지법원장(19기)을 최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인천지법원장을 퇴임한 뒤 취업제한기한(3년)이 끝나자 바로 영입한 것이다.

광장은 19기 중 에이스이자 실력파로 평가받는 강 전 원장 외에도 하태한 서울고등법원 판사(사법연수원 33기)와 대법원 형사총괄부장을 지낸 홍은표 제주지법 부장판사(34기), 상법 전문가인 최호진 대법원 재판연구관(39기), 서동민 대구지법·대구가정법원 영덕지원 판사(40기) 등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송무 영역 강화에 나섰다. 고상교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단독 부장판사(33기)와 이원호 의정부지법 부장판사(35기)를 영입했다. 이 밖에 법무법인 YK는 금융·부동산 전문가로 꼽히는 송각엽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31기)와 유아인 프로포폴 투약 사건 등을 맡았던 김택형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40기) 등을 영입했다.

3년 전만 해도 로비용이란 비판이 나왔음에도 기업 사외이사와 고위직에 퇴직 검사들이 대거 영입됐다. 특히 특수부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하면 ‘러브콜’이 쏟아졌다.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이나 갓 퇴직한 검사 영입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사관도?

검사 외에 수사관들도 검찰개혁 이후 수사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수활동비가 삭감된 후 수사 환경이 더 나빠진 상황에 기소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되면 특수활동비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미 사비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더한 부담이 올 것으로 예상돼 검찰을 떠나려는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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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