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지오영’ 먹튀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24 07:04:30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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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또···마수 뻗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 등 여러 투자기업에서 단기수익 회수에 집중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MBK가 투자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 지오영과 듀켐바이오에도 우려의 눈길이 쏠린다.

의약품 도소매 업체 지오영의 최대주주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이하 조선혜지와이)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인수된 직후 약 27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 한 달 만에 회사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 데다, 이후 재무구조 악화와 순손실 전환까지 겹치며 MBK의 무리한 투자금 회수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2700억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혜지와이는 지난해 약 2746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유상감자는 자본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주는 이익을 얻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유상감자 시점은 MBK의 인수 직후다. MBK는 지난해 6월 조선혜지와이 지분 71.6%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 해 7월 초 유상감자가 단행됐다. 이에 따라 MBK는 약 2000억원(지분율 기준)의 현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회도 MBK 인사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유상감자 이후 조선혜지와이의 재무지표는 급격히 나빠졌다. 2023년 말 506%였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600%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19억원에서 46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실적이나 유동성 개선 없이 대규모 자금 회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MBK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업의 재무 사정이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상감자와 배당은 책임 있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오영은 코로나19 사태 속 수십만장이 넘는 마스크 미신고 유통, 정권 유착설, 특히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 특혜 의혹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회사로, 각종 의약품을 약국과 병원에 도·소매 형태로 판매하는 의약품 유통 기업이다.

영남지오영과 경남지오영, 호남지오영, 대전지오영 등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지오영 자회사들의 주 사업 역시 해당 지역 약국과 병원에 의약품을 유통·판매하는 것이다. 소재지와 영업 지역이 다를 뿐, 지오영과 주요 자회사들이 사실상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떼돈 벌고···
‘잔치’ 끝나고 인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오영의 수익은 오히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정부로부터 지오영이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수익 폭증이 예고됐다. 실제로 지오영의 2019년 연결기준 514억3352만원을 조금 넘던 영업이익은 2020년 721억8093만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무려 40.34%, 207억4740만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더 극적으로 급증했다. 2020년 지오영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39억2380만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23억9628만원이던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96.12%, 돈으로는 215억2752만원이나 폭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전국서 KF80과 KF94 등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 구매 대란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코로나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된 시기인지라 순식간에 심각한 마스크 공급 부족 상황마저 발생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 약국(지방의 경우 우체국과 일부 농협하나로마트 포함)서 1인2매로 구매를 제한한 이른바 ‘공적 마스크 제도’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전국 약국에 유통하는 업체를 선정하면서부터 각종 특혜 의혹과 논란이 불거졌다. 그 특혜 의혹의 중심에 의약품 도·소매 기업 지오영이 자리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2020년 2월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시행했다.

정부는 조선혜씨가 대표자로 명시된 ‘지오영 컨소시엄’ 단 한 곳을 단독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렇게 되자 전국 2만개가 넘는 약국이 오로지 지오영을 통해서만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약국 등 약사 단체와 의약품 유통업체, 또 전국 곳곳에 판매망과 물류관리망을 완비해놓은 일반 도·소매 유통업체들까지 불만이 확대됐다.

유통에 따른 마진 등 이윤만 족히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공적 마스크 유통사업을 단 한 개 기업에 독점으로 몰아줬다는 특혜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여론이 불거지자 정부는 기존 지오영 컨소시엄에 더해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는 판매처로 또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인 백제약품을 추가 지정했다.

급기야 지오영을 지배하며 지오영 컨소시엄의 대표자로 확인된 조선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결된 ‘숙명여고 커넥션’이 지오영의 공적 마스크 약국 유통업체 독점 선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시중에 떠돌았다.

이 루머는 사실과는 달랐다.

김정숙 여사와 손 전 의원이 숙명여중·숙명여고 출신인 건 맞다. 하지만 조선혜 지오영 회장은 숙명여고가 아닌 인천의 인일여고를 나와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참고로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손 전 의원은 홍익대 미대를 나왔다.

현금만 빨리고 버려지는 기업들
‘거품 경제’ 유발하는 사모펀드

학맥으로 엮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의혹과 논란 속에서 지오영은 공적 마스크 사업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지오영 매출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오영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지오영네트웍스는 의약품 도매업과 위생재료 및 의료기기 판매업을 목적으로 2008년 11월에 설립됐다. 지오영이 지분 100%를 보유, 지배하고 있다.

지오영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영남지오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2100만원으로 적자전환됐고, 강원지오영의 영업이익도 41.8% 감소했다. 의약품을 유통하고 수수료를 받는 유통업체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MBK는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 지오영 지분을 취득했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MBK가 주주에 오른 후부터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MBK가 배당으로 이익을 챙인 이후 경영에선 손을 떼는 식의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MBK가 인수한 메디트는 2년 연속 적자를 냈음에도 지난해 약 900억원을 MBK 소유 법인에 배당했고,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6.5% 감소했음에도 MBK에 892억원을 배당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의 전조가 또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BK파트너스 체제에 편입한 첫해에 지오영그룹은 대규모 주주환원을 실시했다. 이에 대한 기반은 장기 차입이었다. MBK파트너스에 증권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삼성증권으로부터 대규모 장기 차입금을 빌리며 현금을 확보했고 기존 차입금 상환 외 유상감자에 활용했다.

6%대 고금리 장기 차입금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지오영의 이자 부담은 2020년대 후반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지오영의 지분 99.17%를 보유한 지주사 조선혜지와이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조6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조4384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부작용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781억원에서 634억원으로 18.8%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에서 6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MBK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오영 관계자는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차입 또는 감자 관련 재무 사항은 주주 의사결정으로 지오영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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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