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지오영’ 먹튀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24 07:04:30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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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또···마수 뻗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 등 여러 투자기업에서 단기수익 회수에 집중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MBK가 투자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 지오영과 듀켐바이오에도 우려의 눈길이 쏠린다.

의약품 도소매 업체 지오영의 최대주주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이하 조선혜지와이)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인수된 직후 약 27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 한 달 만에 회사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 데다, 이후 재무구조 악화와 순손실 전환까지 겹치며 MBK의 무리한 투자금 회수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2700억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혜지와이는 지난해 약 2746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유상감자는 자본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주는 이익을 얻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유상감자 시점은 MBK의 인수 직후다. MBK는 지난해 6월 조선혜지와이 지분 71.6%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 해 7월 초 유상감자가 단행됐다. 이에 따라 MBK는 약 2000억원(지분율 기준)의 현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회도 MBK 인사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유상감자 이후 조선혜지와이의 재무지표는 급격히 나빠졌다. 2023년 말 506%였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600%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19억원에서 46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실적이나 유동성 개선 없이 대규모 자금 회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MBK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업의 재무 사정이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상감자와 배당은 책임 있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오영은 코로나19 사태 속 수십만장이 넘는 마스크 미신고 유통, 정권 유착설, 특히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 특혜 의혹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회사로, 각종 의약품을 약국과 병원에 도·소매 형태로 판매하는 의약품 유통 기업이다.

영남지오영과 경남지오영, 호남지오영, 대전지오영 등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지오영 자회사들의 주 사업 역시 해당 지역 약국과 병원에 의약품을 유통·판매하는 것이다. 소재지와 영업 지역이 다를 뿐, 지오영과 주요 자회사들이 사실상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떼돈 벌고···
‘잔치’ 끝나고 인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오영의 수익은 오히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정부로부터 지오영이 ‘공적 마스크 독점 유통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수익 폭증이 예고됐다. 실제로 지오영의 2019년 연결기준 514억3352만원을 조금 넘던 영업이익은 2020년 721억8093만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무려 40.34%, 207억4740만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더 극적으로 급증했다. 2020년 지오영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39억2380만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23억9628만원이던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96.12%, 돈으로는 215억2752만원이나 폭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전국서 KF80과 KF94 등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 구매 대란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코로나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된 시기인지라 순식간에 심각한 마스크 공급 부족 상황마저 발생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 약국(지방의 경우 우체국과 일부 농협하나로마트 포함)서 1인2매로 구매를 제한한 이른바 ‘공적 마스크 제도’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전국 약국에 유통하는 업체를 선정하면서부터 각종 특혜 의혹과 논란이 불거졌다. 그 특혜 의혹의 중심에 의약품 도·소매 기업 지오영이 자리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2020년 2월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시행했다.

정부는 조선혜씨가 대표자로 명시된 ‘지오영 컨소시엄’ 단 한 곳을 단독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렇게 되자 전국 2만개가 넘는 약국이 오로지 지오영을 통해서만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약국 등 약사 단체와 의약품 유통업체, 또 전국 곳곳에 판매망과 물류관리망을 완비해놓은 일반 도·소매 유통업체들까지 불만이 확대됐다.

유통에 따른 마진 등 이윤만 족히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공적 마스크 유통사업을 단 한 개 기업에 독점으로 몰아줬다는 특혜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여론이 불거지자 정부는 기존 지오영 컨소시엄에 더해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는 판매처로 또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인 백제약품을 추가 지정했다.

급기야 지오영을 지배하며 지오영 컨소시엄의 대표자로 확인된 조선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결된 ‘숙명여고 커넥션’이 지오영의 공적 마스크 약국 유통업체 독점 선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시중에 떠돌았다.

이 루머는 사실과는 달랐다.

김정숙 여사와 손 전 의원이 숙명여중·숙명여고 출신인 건 맞다. 하지만 조선혜 지오영 회장은 숙명여고가 아닌 인천의 인일여고를 나와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참고로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손 전 의원은 홍익대 미대를 나왔다.

현금만 빨리고 버려지는 기업들
‘거품 경제’ 유발하는 사모펀드

학맥으로 엮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의혹과 논란 속에서 지오영은 공적 마스크 사업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지오영 매출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오영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지오영네트웍스는 의약품 도매업과 위생재료 및 의료기기 판매업을 목적으로 2008년 11월에 설립됐다. 지오영이 지분 100%를 보유, 지배하고 있다.

지오영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영남지오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2100만원으로 적자전환됐고, 강원지오영의 영업이익도 41.8% 감소했다. 의약품을 유통하고 수수료를 받는 유통업체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MBK는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 지오영 지분을 취득했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MBK가 주주에 오른 후부터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MBK가 배당으로 이익을 챙인 이후 경영에선 손을 떼는 식의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MBK가 인수한 메디트는 2년 연속 적자를 냈음에도 지난해 약 900억원을 MBK 소유 법인에 배당했고,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6.5% 감소했음에도 MBK에 892억원을 배당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의 전조가 또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BK파트너스 체제에 편입한 첫해에 지오영그룹은 대규모 주주환원을 실시했다. 이에 대한 기반은 장기 차입이었다. MBK파트너스에 증권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삼성증권으로부터 대규모 장기 차입금을 빌리며 현금을 확보했고 기존 차입금 상환 외 유상감자에 활용했다.

6%대 고금리 장기 차입금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지오영의 이자 부담은 2020년대 후반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지오영의 지분 99.17%를 보유한 지주사 조선혜지와이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조6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조4384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부작용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781억원에서 634억원으로 18.8%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에서 6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MBK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오영 관계자는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차입 또는 감자 관련 재무 사항은 주주 의사결정으로 지오영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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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