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대권 레이스 키포인트

이재명 진짜 적은 이재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확정 후 60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예비후보가 난립 중인 보수 진영과는 달리 진보 진영은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변이 없는 한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될 정도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국은 대선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부는 대선일을 6월3일로 정하고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치권은 60일 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잠룡이냐
잡룡이냐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한다. 정부가 6월3일을 대선일로 정하면서 다음 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마감 이튿날인 12일부터 6월2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투표 기간은 다음 달 29~30일이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마자 여야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후보는 출마를 공식화했고 일부는 시기를 조율 중이다. 각 당은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미 후보들 간에 경선룰 싸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선 흥행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경선 후보만 1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등보다는 2등 싸움에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1강’ 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표직서 사퇴하고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3년 동안 당 대표로서 나름 성과를 내며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며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석패했던 이 전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상황서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 인용 대선 확정
압도적 1강 체제 구축

이번 대선은 ‘대 이재명’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선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후보들은 저마다 ‘내가 이재명을 이길 후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이 전 대표로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사실상 추대 형식의 싱거운 경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 역시 ‘이재명을 이겨라’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소리가 나오기엔 이 전 대표가 안고 있는 ‘이재명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첫손에 꼽히는 부분은 사법 리스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대로면 오는 6월26일까지 판결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선일이 6월3일로 정해졌고 보궐선거인 만큼 선거 직후 임기가 시작되기에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상황이 묘해진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이 전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사업 비리·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 사건은 1심서 무죄,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심리 중이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헌법 해석 논란으로 번졌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소추는 기소를 뜻하기에 진행 중인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 기소와 소송 수행을 합친 표현이라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 해석 여부를 넘어 이 전 대표가 감당해야 할 국민 인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8명에게 ‘대통령 당선 전 진행 중인 재판의 계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과반(57%)이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의견 유보’
다크호스?

사법 리스크가 대통령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면 당선 후에도 야당에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야당으로서는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히든카드를, 이 전 대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거 기간 동안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강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만큼이나 비토 세력이 강한 이 전 대표로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논란이다.

높은 비호감도도 이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선은 ‘중도층’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는 공식이 있다. 대선 때만 되면 보수 진영에서는 ‘좌클릭’, 진보 진영에서는 ‘우클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양측 모두 ‘집토끼’를 베이스로 둔 상태서 인물, 정책, 논란 등 각종 요소에 따라 표심이 변하는 ‘산토끼’ 잡기에 몰두하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선출은 ‘국민참여경선’ 또는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국민경선은 대의원·권리당원을 선거인단에 자동 포함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비당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표심은 이 전 대표로 모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에 규정된 방식으로라면 이 전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다. 반면 비명계 잠룡들은 100% 국민투표를 뜻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정한 뒤 또 한 번의 경선을 통해 범진보 진영의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본선 경쟁력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이나 아직 대선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보층’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바랐거나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은 아닌 것이다.

오합지졸과
독주 모드?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김문수 전 장관(9%),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 등이 뒤를 이었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이 전 대표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여 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은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자유 응답)에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은 ‘의견 유보’ 응답이 38%나 됐다는 점인데, 이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높다. 의견 유보 응답은 18~29세(62%), 30대(48%)에서 높게 나타났다. 2030세대는 탄핵 정국서 찬성, 반대 양측에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해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정권교체’가 52%로 과반 응답을 받았고 ‘정권 유지’는 37%에 그쳤다. 정권교체론이 과반인데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을 두고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는데, 응답자의 46%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잘 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정당한 판결’ 43%, ‘부당한 정치 탄압’ 42%로 비등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양자 대결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누구와 붙어도 15%p 이상의 우위를 점했다. 50% 내외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뉴스1>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사법 리스크·말 바꾸기 논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삐끗?

지난 8~10일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의견 유보’를 넘어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고 김 전 장관이 9%, 홍 전 시장 5%, 한 전 대표 4% 등으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전체의 30%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전 대표의 과거 언행도 대선 과정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 내내 따라붙고 있는 ‘형수 욕설 음성’이나 상황에 따라 입장을 선회한 사례 등이다. 최근에는 개헌 논의를 두고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권 가능성이 커지자 한 발자국 물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전 대표에 대한 맹공을 시작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지난 2022년 9월 이 전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안 국민투표를 공식 제안한 바 있고, 최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통화에서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자 안면몰수하며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서류를 미수령한 점,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민간업자들 재판 증인 소환에 5차례 불출석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가 권력의 힘으로 법치를 농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후안무치, 몰염치, 뻔뻔함, 도덕 불감증”이라고 이 전 대표를 공격하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리 당을 보고 ‘염치가 있으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 전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국격과 품격,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논란 넘어
대권 잡을까

일각에서는 현재 대선 구도 자체가 ‘이재명 독주’ 체제로 가고 있는 만큼 선거가 ‘이재명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 이 전 대표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진짜 적은 국민의힘일까, 자기 자신일까? 모든 답은 6월3일에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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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