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대권 레이스 키포인트

이재명 진짜 적은 이재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확정 후 60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예비후보가 난립 중인 보수 진영과는 달리 진보 진영은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변이 없는 한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될 정도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국은 대선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부는 대선일을 6월3일로 정하고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치권은 60일 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잠룡이냐
잡룡이냐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한다. 정부가 6월3일을 대선일로 정하면서 다음 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마감 이튿날인 12일부터 6월2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투표 기간은 다음 달 29~30일이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마자 여야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후보는 출마를 공식화했고 일부는 시기를 조율 중이다. 각 당은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미 후보들 간에 경선룰 싸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선 흥행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경선 후보만 1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등보다는 2등 싸움에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1강’ 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표직서 사퇴하고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3년 동안 당 대표로서 나름 성과를 내며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며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석패했던 이 전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상황서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 인용 대선 확정
압도적 1강 체제 구축

이번 대선은 ‘대 이재명’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선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후보들은 저마다 ‘내가 이재명을 이길 후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이 전 대표로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사실상 추대 형식의 싱거운 경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 역시 ‘이재명을 이겨라’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소리가 나오기엔 이 전 대표가 안고 있는 ‘이재명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첫손에 꼽히는 부분은 사법 리스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대로면 오는 6월26일까지 판결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선일이 6월3일로 정해졌고 보궐선거인 만큼 선거 직후 임기가 시작되기에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상황이 묘해진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이 전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사업 비리·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 사건은 1심서 무죄,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심리 중이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헌법 해석 논란으로 번졌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소추는 기소를 뜻하기에 진행 중인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 기소와 소송 수행을 합친 표현이라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 해석 여부를 넘어 이 전 대표가 감당해야 할 국민 인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8명에게 ‘대통령 당선 전 진행 중인 재판의 계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과반(57%)이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의견 유보’
다크호스?

사법 리스크가 대통령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면 당선 후에도 야당에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야당으로서는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히든카드를, 이 전 대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거 기간 동안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강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만큼이나 비토 세력이 강한 이 전 대표로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논란이다.

높은 비호감도도 이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선은 ‘중도층’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는 공식이 있다. 대선 때만 되면 보수 진영에서는 ‘좌클릭’, 진보 진영에서는 ‘우클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양측 모두 ‘집토끼’를 베이스로 둔 상태서 인물, 정책, 논란 등 각종 요소에 따라 표심이 변하는 ‘산토끼’ 잡기에 몰두하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선출은 ‘국민참여경선’ 또는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국민경선은 대의원·권리당원을 선거인단에 자동 포함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비당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표심은 이 전 대표로 모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에 규정된 방식으로라면 이 전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다. 반면 비명계 잠룡들은 100% 국민투표를 뜻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정한 뒤 또 한 번의 경선을 통해 범진보 진영의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본선 경쟁력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이나 아직 대선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보층’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바랐거나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은 아닌 것이다.

오합지졸과
독주 모드?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김문수 전 장관(9%),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 등이 뒤를 이었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이 전 대표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여 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은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자유 응답)에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은 ‘의견 유보’ 응답이 38%나 됐다는 점인데, 이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높다. 의견 유보 응답은 18~29세(62%), 30대(48%)에서 높게 나타났다. 2030세대는 탄핵 정국서 찬성, 반대 양측에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해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정권교체’가 52%로 과반 응답을 받았고 ‘정권 유지’는 37%에 그쳤다. 정권교체론이 과반인데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을 두고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는데, 응답자의 46%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잘 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정당한 판결’ 43%, ‘부당한 정치 탄압’ 42%로 비등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양자 대결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누구와 붙어도 15%p 이상의 우위를 점했다. 50% 내외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뉴스1>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사법 리스크·말 바꾸기 논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삐끗?

지난 8~10일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의견 유보’를 넘어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고 김 전 장관이 9%, 홍 전 시장 5%, 한 전 대표 4% 등으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전체의 30%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전 대표의 과거 언행도 대선 과정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 내내 따라붙고 있는 ‘형수 욕설 음성’이나 상황에 따라 입장을 선회한 사례 등이다. 최근에는 개헌 논의를 두고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권 가능성이 커지자 한 발자국 물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전 대표에 대한 맹공을 시작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지난 2022년 9월 이 전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안 국민투표를 공식 제안한 바 있고, 최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통화에서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자 안면몰수하며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서류를 미수령한 점,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민간업자들 재판 증인 소환에 5차례 불출석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가 권력의 힘으로 법치를 농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후안무치, 몰염치, 뻔뻔함, 도덕 불감증”이라고 이 전 대표를 공격하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리 당을 보고 ‘염치가 있으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 전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국격과 품격,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논란 넘어
대권 잡을까

일각에서는 현재 대선 구도 자체가 ‘이재명 독주’ 체제로 가고 있는 만큼 선거가 ‘이재명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 이 전 대표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진짜 적은 국민의힘일까, 자기 자신일까? 모든 답은 6월3일에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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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