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대권 레이스 키포인트

이재명 진짜 적은 이재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확정 후 60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예비후보가 난립 중인 보수 진영과는 달리 진보 진영은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변이 없는 한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될 정도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국은 대선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부는 대선일을 6월3일로 정하고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치권은 60일 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잠룡이냐
잡룡이냐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한다. 정부가 6월3일을 대선일로 정하면서 다음 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마감 이튿날인 12일부터 6월2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투표 기간은 다음 달 29~30일이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마자 여야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후보는 출마를 공식화했고 일부는 시기를 조율 중이다. 각 당은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미 후보들 간에 경선룰 싸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선 흥행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경선 후보만 1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등보다는 2등 싸움에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1강’ 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표직서 사퇴하고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3년 동안 당 대표로서 나름 성과를 내며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며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석패했던 이 전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상황서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 인용 대선 확정
압도적 1강 체제 구축

이번 대선은 ‘대 이재명’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선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후보들은 저마다 ‘내가 이재명을 이길 후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이 전 대표로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사실상 추대 형식의 싱거운 경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 역시 ‘이재명을 이겨라’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소리가 나오기엔 이 전 대표가 안고 있는 ‘이재명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첫손에 꼽히는 부분은 사법 리스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대로면 오는 6월26일까지 판결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선일이 6월3일로 정해졌고 보궐선거인 만큼 선거 직후 임기가 시작되기에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상황이 묘해진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이 전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사업 비리·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 사건은 1심서 무죄,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심리 중이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헌법 해석 논란으로 번졌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소추는 기소를 뜻하기에 진행 중인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 기소와 소송 수행을 합친 표현이라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 해석 여부를 넘어 이 전 대표가 감당해야 할 국민 인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8명에게 ‘대통령 당선 전 진행 중인 재판의 계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과반(57%)이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의견 유보’
다크호스?

사법 리스크가 대통령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면 당선 후에도 야당에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야당으로서는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히든카드를, 이 전 대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거 기간 동안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강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만큼이나 비토 세력이 강한 이 전 대표로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논란이다.

높은 비호감도도 이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선은 ‘중도층’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는 공식이 있다. 대선 때만 되면 보수 진영에서는 ‘좌클릭’, 진보 진영에서는 ‘우클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양측 모두 ‘집토끼’를 베이스로 둔 상태서 인물, 정책, 논란 등 각종 요소에 따라 표심이 변하는 ‘산토끼’ 잡기에 몰두하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선출은 ‘국민참여경선’ 또는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국민경선은 대의원·권리당원을 선거인단에 자동 포함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비당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표심은 이 전 대표로 모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에 규정된 방식으로라면 이 전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다. 반면 비명계 잠룡들은 100% 국민투표를 뜻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정한 뒤 또 한 번의 경선을 통해 범진보 진영의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본선 경쟁력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이나 아직 대선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보층’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바랐거나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은 아닌 것이다.

오합지졸과
독주 모드?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김문수 전 장관(9%),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 등이 뒤를 이었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이 전 대표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여 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은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자유 응답)에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은 ‘의견 유보’ 응답이 38%나 됐다는 점인데, 이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높다. 의견 유보 응답은 18~29세(62%), 30대(48%)에서 높게 나타났다. 2030세대는 탄핵 정국서 찬성, 반대 양측에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해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정권교체’가 52%로 과반 응답을 받았고 ‘정권 유지’는 37%에 그쳤다. 정권교체론이 과반인데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을 두고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는데, 응답자의 46%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잘 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정당한 판결’ 43%, ‘부당한 정치 탄압’ 42%로 비등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양자 대결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누구와 붙어도 15%p 이상의 우위를 점했다. 50% 내외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뉴스1>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사법 리스크·말 바꾸기 논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삐끗?

지난 8~10일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의견 유보’를 넘어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고 김 전 장관이 9%, 홍 전 시장 5%, 한 전 대표 4% 등으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전체의 30%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전 대표의 과거 언행도 대선 과정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 내내 따라붙고 있는 ‘형수 욕설 음성’이나 상황에 따라 입장을 선회한 사례 등이다. 최근에는 개헌 논의를 두고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권 가능성이 커지자 한 발자국 물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전 대표에 대한 맹공을 시작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지난 2022년 9월 이 전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안 국민투표를 공식 제안한 바 있고, 최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통화에서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자 안면몰수하며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서류를 미수령한 점,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민간업자들 재판 증인 소환에 5차례 불출석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가 권력의 힘으로 법치를 농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후안무치, 몰염치, 뻔뻔함, 도덕 불감증”이라고 이 전 대표를 공격하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리 당을 보고 ‘염치가 있으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 전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국격과 품격,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논란 넘어
대권 잡을까

일각에서는 현재 대선 구도 자체가 ‘이재명 독주’ 체제로 가고 있는 만큼 선거가 ‘이재명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 이 전 대표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진짜 적은 국민의힘일까, 자기 자신일까? 모든 답은 6월3일에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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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