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대권 레이스 키포인트

이재명 진짜 적은 이재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확정 후 60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예비후보가 난립 중인 보수 진영과는 달리 진보 진영은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변이 없는 한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될 정도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국은 대선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부는 대선일을 6월3일로 정하고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정치권은 60일 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잠룡이냐
잡룡이냐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한다. 정부가 6월3일을 대선일로 정하면서 다음 달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공식 선거운동은 후보 등록 마감 이튿날인 12일부터 6월2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투표 기간은 다음 달 29~30일이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마자 여야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후보는 출마를 공식화했고 일부는 시기를 조율 중이다. 각 당은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미 후보들 간에 경선룰 싸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여당의 지위를 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선 흥행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경선 후보만 1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등보다는 2등 싸움에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1강’ 체제가 구축된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표직서 사퇴하고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3년 동안 당 대표로서 나름 성과를 내며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며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석패했던 이 전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상황서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 인용 대선 확정
압도적 1강 체제 구축

이번 대선은 ‘대 이재명’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선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후보들은 저마다 ‘내가 이재명을 이길 후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이 전 대표로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사실상 추대 형식의 싱거운 경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 역시 ‘이재명을 이겨라’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소리가 나오기엔 이 전 대표가 안고 있는 ‘이재명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첫손에 꼽히는 부분은 사법 리스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대로면 오는 6월26일까지 판결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선일이 6월3일로 정해졌고 보궐선거인 만큼 선거 직후 임기가 시작되기에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상황이 묘해진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이 전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사업 비리·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 사건은 1심서 무죄,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심리 중이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헌법 해석 논란으로 번졌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소추는 기소를 뜻하기에 진행 중인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 기소와 소송 수행을 합친 표현이라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 해석 여부를 넘어 이 전 대표가 감당해야 할 국민 인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6~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8명에게 ‘대통령 당선 전 진행 중인 재판의 계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과반(57%)이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의견 유보’
다크호스?

사법 리스크가 대통령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면 당선 후에도 야당에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야당으로서는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히든카드를, 이 전 대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이재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선거 기간 동안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강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만큼이나 비토 세력이 강한 이 전 대표로서는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논란이다.

높은 비호감도도 이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선은 ‘중도층’을 잡는 쪽이 승리한다는 공식이 있다. 대선 때만 되면 보수 진영에서는 ‘좌클릭’, 진보 진영에서는 ‘우클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양측 모두 ‘집토끼’를 베이스로 둔 상태서 인물, 정책, 논란 등 각종 요소에 따라 표심이 변하는 ‘산토끼’ 잡기에 몰두하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선출은 ‘국민참여경선’ 또는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국민경선은 대의원·권리당원을 선거인단에 자동 포함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비당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표심은 이 전 대표로 모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에 규정된 방식으로라면 이 전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다. 반면 비명계 잠룡들은 100% 국민투표를 뜻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정한 뒤 또 한 번의 경선을 통해 범진보 진영의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본선 경쟁력을 따져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이나 아직 대선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보층’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바랐거나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모두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은 아닌 것이다.

오합지졸과
독주 모드?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로 나타났다. 김문수 전 장관(9%), 한동훈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 등이 뒤를 이었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이 전 대표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여 동안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은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자유 응답)에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은 ‘의견 유보’ 응답이 38%나 됐다는 점인데, 이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높다. 의견 유보 응답은 18~29세(62%), 30대(48%)에서 높게 나타났다. 2030세대는 탄핵 정국서 찬성, 반대 양측에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해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정권교체’가 52%로 과반 응답을 받았고 ‘정권 유지’는 37%에 그쳤다. 정권교체론이 과반인데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4%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을 두고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는데, 응답자의 46%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잘 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정당한 판결’ 43%, ‘부당한 정치 탄압’ 42%로 비등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양자 대결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누구와 붙어도 15%p 이상의 우위를 점했다. 50% 내외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뉴스1>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사법 리스크·말 바꾸기 논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삐끗?

지난 8~10일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의견 유보’를 넘어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고 김 전 장관이 9%, 홍 전 시장 5%, 한 전 대표 4% 등으로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전체의 30%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전 대표의 과거 언행도 대선 과정서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 내내 따라붙고 있는 ‘형수 욕설 음성’이나 상황에 따라 입장을 선회한 사례 등이다. 최근에는 개헌 논의를 두고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권 가능성이 커지자 한 발자국 물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전 대표에 대한 맹공을 시작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지난 2022년 9월 이 전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안 국민투표를 공식 제안한 바 있고, 최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통화에서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자 안면몰수하며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서류를 미수령한 점,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민간업자들 재판 증인 소환에 5차례 불출석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가 권력의 힘으로 법치를 농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후안무치, 몰염치, 뻔뻔함, 도덕 불감증”이라고 이 전 대표를 공격하며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리 당을 보고 ‘염치가 있으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 전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국격과 품격,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논란 넘어
대권 잡을까

일각에서는 현재 대선 구도 자체가 ‘이재명 독주’ 체제로 가고 있는 만큼 선거가 ‘이재명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 이 전 대표에 대한 ‘찬반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진짜 적은 국민의힘일까, 자기 자신일까? 모든 답은 6월3일에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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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